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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록 - 삶과 죽음을 고뇌한 어느 철학자 황제의 가장 사적인 기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지음, 그레고리 헤이스 해제, 정미화 옮김 / 오아시스 / 2026년 1월
평점 :
오이가 쓴가? 그렇다면 오이를 버려라. 길에 가시덤불이 있는가? 그렇다면 비켜서 가라. 네가 알아야 하는 것은 그것이 전부다. 그 이상은 없다.(-267쪽) 이렇게 명쾌할 수가 없다. 처음 책을 읽으면서 이건 자기계발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어째서 명상록이라는 제목이었는지 조금은 공감하게 된다. 삶과 죽음을 고뇌한 어느 철학자 황제의 가장 사적인 기록이라는 부제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눈에 익었고 익히 들었던 책이었지만 지금까지 읽지 않았다. 너무 편협한 생각을 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TV에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에 대한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전쟁으로 영토를 넓혀갔던 로마 황제. 그가 그토록이나 성공적인 군주로써의 면모를 보여준 것은 주변 사람들의 도움도 컸다는 말도 있었다. 아폴로니우스와 루스티쿠스와 막시무스라는 이름이 이 책에서도 거론된다. 사람이 잘 따른다는 것은 그가 그만큼 적재적소에 인재를 다룰 줄 알았다는 것이고, 그가 그만큼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일 줄도 알았다는 말일 터다. 일종의 메모 형식처럼 보이는 이 기록은 수많은 전쟁을 치르면서 그가 고뇌 했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다른 모든 것은 잊어버려라. 이것만 놓치지 말고 기억하라. 우리 각자는 오직 지금 이 짧은 순간만 살고 있다. 나머지 시간은 이미 살았거나 볼 수 없는 시간이다. 우리가 사는 기간은 짧다. 그 기간을 살고 있는 땅의 한구석만큼 보잘것없다. 엄청난 명성조차 짧게 지속될 뿐이고, 오래전에 죽은 사람은 물론이고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그 짧은 삶 속에서 입에서 입으로 전할 뿐이다. (-133쪽) 마음이 힘든 시기에 이 책을 만난 것은 또 하나의 위로가 되었다. 한 줄, 한 줄의 문장들이 짧지만 강한 여운으로 다가왔다. 무엇 때문에 이리 힘겨워하고 있는지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수많은 책을 읽었으면서도 그 때에 딱 맞는 책을 만난다는 것도 좋은 일이란 생각이 든다. 세상이 어떻게 내 뜻대로만 되겠는가. 삶의 모든 여정을 어떻게 내가 원하는대로만 걸어갈 수 있는가. 황제였지만 철학자로써도 인정을 받는다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선택은 모두 자신의 몫이라는 말을 되뇌인다.
악이란 늘 똑같이 반복되어 온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 일은 세계의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늘 똑같다는 것을 명심하라. 고대와 현대의 역사책들도, 도시들과 가정들도 그런 똑같은 것들로 가득 차 있다. 새로운 것은 없다. 모두 익숙하고 무상한 것들이다. (-213쪽) 황제라면 궁정에서의 안락한 삶 만을 좇을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랬다면 이런 귀한 기록도 없었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날마다 새로운 무엇인가가 일어나 주기를 바라면서 살고 있는 듯 하다.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삶, 매일 반복되는 하루, 그 일상들이 어쩌면 당연한 것인데도. 나이가 들면서 무탈한 일상에 감사하는 마음이 생긴다. 책을 내려놓으면서 다시 한번 다짐하게 된다. 작은 것에 감사하며 살아가자고. /아이비생각
배우는 자는 검투사가 아니라 격투기 선수가 되어야 한다. 검투사는 무기를 집어 올려 사용하고 다시 내려놓는다. 격투기 선수는 육신의 일부가 무기여서 자신의 주먹을 꽉 쥐면 그만이다.(-33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