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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책
카타리나 폰 데어 가텐 지음, 앙케 쿨 그림, 심연희 옮김 / 다산어린이 / 2025년 10월
평점 :
죽음은 슬픈 것일까? 두려운 것일까? 각각의 문화마다 죽음에 관한 의식의 차이는 있겠지만 죽음을 슬프게만 보지 않는 문화도 꽤 많았다. 행복과 불행이 손을 잡고 함께 다닌다면 삶과 죽음도 그와 같을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터 우리는 죽음을 슬퍼하게 된 것일까? 가만히 돌이켜보면 우리는 인간의 죽음만을 크게 생각한다. 어쩌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죽음일지도 모르는데. 이 책의 주제가 흥미로웠다. 죽음의 책이라고? 주제처럼 책 속에는 온통 죽음에 관한 이야기 뿐이다. 임종, 사망, 염습, 화장장에서, 묘지에서, 장례식등 실제적으로 죽음을 마주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어린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죽음이니 만큼 세세한 부분까지 다루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죽은 사람 만나기, 죽음에 대해 말하기, 마지막 인사하기, 그리고 변화하는 장례 의식등. 하지만 어른들도 배워야 할 부분이 많이 보인다. 우리가 평소에는 생각하지 않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冠婚喪祭 형식이 많이 간소화되고 있는 추세다. 물론 코로나가 많은 변화를 불러오긴 했지만 冠婚喪祭라는 말조차도 저만치로 밀려난 듯 하다. 절차나 형식에 얽매이는 걸 싫어하다보니 (더 솔직히 말한다면 죽는 순간까지 쓸데없이 돈을 써 대는 풍속이 너무 싫어서) 우리 집에서는 죽음에 관한 대화를 아주 자연스럽게 한다. 엄마가 죽으면 이렇게 해 줘, 당신이 죽으면 이렇게 할거야. 사람이 정해진 날짜에 죽는 것도 아니고 언제 어떤 모습으로 찾아올지 모르는 게 죽음인 까닭이다. 삶이 그랬던 것처럼. 문득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는 멕시코 ‘죽은 자의 날’이 떠올랐다. 그 흥겹고 화려했던 장면들이 눈 앞에 보이는 듯 하다. ‘죽은 자들의 세상’에 들어가게 된 소년 미구엘을 그렸던 애니메이션 '코코'가 떠오르기도 했다. 어쩌면 우리에게 진정한 죽음은 살아있는 자들의 기억속에서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던 순간을 네 번이나 겪었다. 이런 책 한 권 쯤은 갖고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각각의 소제목에 어울리는 앙증맞은 그림들이 너무 좋았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