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베르토 풀빛 청소년 문학 5
도나 조 나폴리 지음, 김민석 옮김 / 풀빛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영화의 감동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 감동을 잊지 못해 선택했었던 <피아니스트>라는 영화를 통해서 나는 또 무엇을 보았던가?  전쟁중에서도 아이를 살려내기 위하여 전쟁을 게임으로 승화시켜버린 아버지가 잡혀갈 때의 그 모습을 보던 아이의 눈동자를 떠올렸다. 전쟁중인데도 음악을 통해 또하나의 인간성을 보여주었던 그 독일군 장교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웠었다.

이 책을 처음 보았을 때 그 감동의 순간들이 안개처럼 스멀거리며 내게로 다가왔다. 픽션이 아닌 실화라는 점에서 더욱 그랬다. 망설임없이 선택했던 책이었다. 어쩌면 그 진한 감동을 다시 한번 느끼고 싶었던 욕심이 있었을 게다. 로베르토라는 소년의 눈을 빌어 보여주는 전쟁의 모습.. 세상을 아직 여리게 바라보던 그 아이가 만날 수 있었던 전쟁속의 사랑 한가닥이 너무도 애처롭게 다가왔다. 유태인친구 사무엘이 엔조라는 이름으로 불리워지던 그 순간에 로베르토에게 다가왔던 그 미묘함이야말로 이해할 수 없었던 전쟁의 느낌은 아니었을까? 어떤 어려운 순간이 와도 끝까지 함께 하기 위해 애를 쓰다가 결국 로베르토의 곁을 떠나던 엔조는 이렇게 말했었다.
"... 하지만 너는 싸워야 해. 주먹질을 하라는 이야기가 아냐. 마음으로 싸우는 거야. 다른 사람이 네 마음을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도록 내버려 두어서는 안돼"

천천히, 아주 천천히 전쟁이란 상황을 바라보게 되는 소년의 시선은 변해가고 그렇게 자기 자신을 지킬 힘을 키워내야 했던 작은 소년의 힘겨움. 자기 자신과 싸워야 했던 그 순간들..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과 똑같이 행동하라던 형 세르지오의 말만큼이나 그렇게 이해할 수 없는 느낌으로 소년에게 다가왔던 전쟁은 받아들여야만 했던 자신의 처지만큼이나 처절했다. 친구 엔조를 떠나보내고 탈출 아닌 탈출을 감행하게 된 로베르토의 여정...

사실 이 책은 그다지 큰 감동을 내게 선사해주지는 못했다. 전쟁의 참상이란 말조차도 왠지 여리게만 다가왔다. 단지 전쟁이란 의미를 받아들여가는 한 소년의 정체성이 변해가는 과정만이 보여졌을 뿐이다. 전쟁이란 책속에 존재하는 아주 작은 이야기 한편을 듣고 난 기분이었다. 전쟁을 겪어보지 못한 세대의 아픔일까?  수도 없이 듣고 보고 그렸던 전쟁의 모습과 이 책은 책을 읽던 나의 감정속에서 서로가 호환작용을 하지 못했다. 어쩌면 전쟁이란 것은 현실적인 감각속에서 저 먼 어디쯤으로 이미  떠나버린 건 아닐까?  잘 짜여진 바구니같은 느낌을 원했던 건 아니었지만 책을 읽는 내내 얼기 설기 대충 엮어놓은 바구니를 바라보는 느낌이 들었다. 한 줄이나 한 칸쯤은 건너뛰기 한 듯한 그 느낌들 때문에 자주 당혹스러웠다.

"이건 법에 어긋나는 거야"
"이건 법에 어긋나는 거라고"
"이 세상에 더 이상 법이라는 건 없어"

가장 나중까지 느낌으로 남겨져 있던 말속에서 나는 무엇인가 알 수 없는 어떤 것을 읽는다.
법에 어긋나는 것, 더 이상 법이라는 건 없는... 그런 것....  어쩌면 철없는 아이들의 입을 빌려서 전쟁의 당위성에 대해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을까?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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