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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읽는 삼국지 - 개정판
이동연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24년 12월
평점 :
사실 삼국지에 나와 있는 인물들은 어느 정도 각색되어진 상태다. 지금은 여러 각도로 평가하는 시대이다보니 부풀려진 모습들에 관한 새로운 이야기도 많이 보이지만 그 시대의 가치관에 따라 옛인물들에 평가는 달라지는 듯 하다. 그런 까닭인지 삼국지를 심리학적으로 바라보았다는 이 책이 시선을 끌었다. 이 책은 삼국지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심리를 다루고 있다. 환관 출신이었던 조조의 남다른 호탕함이라거나 우유부단했던 유비의 성격을 비교한다. 유비의 책사 제갈량과 조조의 책사 사마의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다. 유비의 완벽한 신임을 받았던 제갈량과 달리 사마의는 그렇지 못했다. 조조는 아들 조비에게 “사마의는 다른 사람의 신하가 될 사람이 아니다”라며 항상 경계할 것을 충고했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제갈량을 완벽주의자, 사마의를 철두철미한 성격이라고 말하고 있다. 인물의 성격을 다루고 있지만 역사적 흐름을 따라가고 있어 마치 또다른 삼국지를 읽는 느낌이 들었다.
시대가 영웅을 만드는 것일까, 영웅이 시대를 만드는 것일까? 책을 읽다 보니 亂世에 영웅이 난다는 말을 떠올리게 된다. 유비도 그렇고 조조가 그렇다. 하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삼국지는 책사들의 전쟁이 아니었나 싶다. 인물을 잘 등용했던 사람들은 후세에 영웅이 되었다. 삼국지에는 많은 인물이 등장하지만 우리의 입에 올려지는 이름은 그렇게 많지 않다. 게다가 시대에 따라 평가되어지는 것이 다르다보니 그 의미는 다를 수도 있겠다. MBTI라는 성격 유형에 대한 말이 이 책에서도 나온다.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 데이터라 한번도 해 본 적은 없지만 사람의 성격은 처해진 상황이나 환경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 그러니 그 많은 성격 유형 중에서 '나는 이런 사람' 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인간의 내면에 고정된 성격은 없다. 언제 어디서나 하나의 성격으로 일관된다고 할 수 없다"(-심리학자 윌터 미셀의 말. 88쪽) 고 심리학자도 말하고 있음이다. 194쪽의 더닝-크루거 효과라는 말이 시선을 끈다. 이 논리에 따르면 능력이 없는 사람은 자신의 실력을 실제보다 높게 평가하여 우월감을 가지는 반면, 능력이 있는 사람은 자신의 실력을 과소평가해 열등감을 가지게 된다. 손책과 원술에 대해 다루는 대목에서 나온 말이다. 이상하게도 편협된 생각으로 치우치는 昨今의 세상을 살며 우리를 한번쯤은 되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대한민국도 그렇지만 지금은 모든 세상이 亂世인 듯 하다. 과연 영웅이 등장할까? 이 지독한 소비자본주의 시대에 모든 이를 아우를 수 있는 영웅이 나올 것 같지는 않다.
초나라 패왕 항우와 한나라 유방이 전투를 벌이고 있을 때 유방이 항복한 초나라 군사들로 하여금 고향의 노래를 부르게 하여 항우를 탄식하게 했다는 '四面楚歌' 이야기와, 조조의 아들 조비가 동생 조식을 시기하여 일곱 걸음을 걷는 동안 시를 지으라고 했다는 '七步詩' 에 얽힌 이야기가 심리전의 대표급이 아닐까 하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煮豆持作羹 콩을 쪄서 국을 만들고, 漉豉以爲汁 콩자반을 걸러 즙으로 하려는데, 萁在釜底然 콩대는 솥 아래서 타고, 豆在釜中泣 콩은 솥 안에서 울고 있구나. 本是同根生 본디 한 뿌리에서 났는데, 相煎何太急 불 때어 달이기를 어찌 그리 서두르는고. 자신을 해하기 위해 조건을 붙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시를 지었다고 하니 참 대단하다. 이 시는 삼국지연의에도 실려 있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