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의 맥락을 이해하고 싶다면, 10개의 재앙에 대한 의구심이 생긴다면 성서속의 한 맥락을 더듬어보면 된다. 히브리인들이 애굽에서 노예생활을 하던 때의 이야기이다. 모세는 자신이 애굽인이 아닌 히브리인임을 알게 되고 하나님으로부터 히브리인들을 구하라는 명을 받게 된다. 그러면서 그는 편하고 안전한 왕자의 신분을 버렸었다. 모세에 대한 이야기는 새삼스럽게 말하지 않아도 어지간한 사람들은 다 안다. 그러니 여기서는 그냥 넘어가자. 하지만 애굽의 왕은 히브리인들을 보내지 않았다. 아니 보내기 싫었다. 하나님을 부정하며 자신들의 신을 섬기던 그에게 히브리인을 보낸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던 까닭이다. 또한 같은 왕자로 자란 모세에 대한 일종의 강박관념때문일런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되어 하나님의 재앙이 시작되었던 거다.
나일강을 피로 물들이고 개구리비를 내렸으며 이와 파리가 들끓게 하고 그것도 모자라 가축을 병들어 죽게 하며 전염병을 퍼뜨린다. 하지만 애굽의 왕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하나님이 모세를 보내 그보다 더한 재앙이 내려질 것이라고 경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하나님은 또다시 재앙을 내리는데 인간에게 듣도 보도 못한 질병을 퍼뜨리고 우박을 내렸으며 메뚜기떼를 보내 살아가는 터전을 황폐화시켜 버린다.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 애굽의 왕을 찾아간 모세는 이렇게 말했었다. 어둠이 내리고 이 땅의 장자들이 모두 죽을 것이라고. 그러기 전에 하나님께서 더 진노하시기 전에 우리들을 보내주어야 한다고.
마침내는 온세상이 어둠속에 잠기우고 천둥과 번개가 치며 곳곳에서 불길이 일었다. 그리고 죽음...
결국 자신의 아이를 잃고 난 뒤에야 히브리인들의 출애굽을 명하는 애굽의 왕.
그렇게하여 모세는 히브리인들을 이끌고 출애굽의 길로 들어선다. 그 이야기의 끝에 홍해가 갈라지는 기가막힌 장면도 연출되는 것이다. 성경 출애굽기에 보면 이 모든 것들이 잘 설명이 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흔하게 회자되어지는 이야기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런데 나는 이 싯점에서 꼭 한번은 묻고 싶다. 정말 꼭 그렇게 해야만 했느냐고..
자신의 백성을 살리기 위해서 그렇게 끔찍한 재앙을 마다하지 않았던 선하다는 하나님께.
너무도 이기적이고 독선적인 자비로우신 하나님께.
재앙이 시작된 작은 마을에 우리의 여전사 캐서린이 들어선다.
그를 맞이하던 모든 사람들이 작고 여린 소녀 로렌을 재앙의 원흉으로 지목을 한다.
바로 저 아이가 이 재앙을 몰고 왔어요, 죽여야 해요..
이미 피로 물들어버린 마을의 강가를 보면서도 예전에 가족에게 일어났던 끔찍한 살인사건으로 인하여 신앙 혹은 믿음에 대한 회의를 느끼던 캐서린은 종교적인 측면보다는 과학적인 측면에서 이 사건을 풀어나가고 싶어한다. 절대로 그럴리가 없을거라고 생각하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순차적으로 진행되어지는 재앙의 모습을 보면서 경악하는 캐서린..
영화속에서 언뜻 언뜻 스쳐가던 스포일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생각치 못한 반전에 놀라고 말았다. 나 역시 그녀가 천사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믿었었기에.
하지만 그녀 역시 신을 부정했다는 이유로 인하여 사탄에게 조종당하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이 영화는 정말이지 지독하게 성서적이며 기독교적인 느낌을 안고 있다.
그런 것들을 아주 또렷하게 보여주고 싶어한다.
신을 부정하면 너희도 이렇게 될 것이다, 라는 말을 크게 외치고 싶어하는 것 같다.
거리의 수많은 목회자들처럼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라고 외치고 싶어하는 것 같다.
막힘없이 매끄럽게 진행되었던 소재나 줄거리의 엮임 상태는 꽤 좋았다.
요즘 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CG부분 역시 멋지게 처리되었다.
그런데 이건 무슨 느낌일까?
왠지 모르게 거부감이 이는 것은 역시 너무 일방적인 종교의 냄새때문이 아닐까 싶다.
현실이었을까? 생각하면 환상이었다고 말하는 듯하고,
환상이었을까? 생각하면 현실이었다고 말하는 듯한
반은 현실적이고 반은 환상적인 장면속을 오가는 순간들이 약간은 억지스럽게 보였다.
영화를 보는 이에게 무언가를 생각할 여유와 느낌을 전해받을 수 있는 틈을 주지 않고
무작정 목소리만을 높이던 목청 큰 목사님의 설교를 한바탕 듣고 난 느낌이랄까?
2편을 예고하는 듯한 마지막 앤딩은 차라리 없었으면 더 좋았을 걸 그랬다.
2편에 대한 기대는 아예 접어버린다. 너무도 뻔한 이야기일테니까.
그런데 나는 왜 앤딩장면을 보면서 예전의 영화 <엑소시스트>가 생각난 것일까?
인간의 몸속에 들어가 그 몸의 주인인 인간의 내면과 싸우며 몸을 지배하던 사탄의 모습이 떠올랐다.
모든 것은 내면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아주 가끔씩은 형식과 겉치레도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진정한 믿음이란 것 역시 내면에서부터 조용히 우러나와야 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는 까닭이다.
우리는 열심히 기도했어. 하지만 신은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지 않았지.
그래서.. 우리는 신을 버리고 다른 분을 영접했어...
사탄은 천사를 죽일 수 없었기에 당신이 필요했을 뿐이라고
사탄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던 남자는 그렇게 말했었다.
종교 혹은 믿음의 실체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해주는 대사가 아니었나 싶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