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독하다.. 이 영화는 정말 지독하다.
강하다.. 이 영화는 너무 강하다.
너무 지독하고 강해서 차마 눈길을 돌릴 수가 없다. 몰입할 수 있게 만드는 영화다.
배경이 빼어난 것도 아니고, 내용이 뛰어난 것도 아닌데 왠지 모르게 빨려드는 느낌이 있다.
주인공의 심리적 변화가 알 수 없는 심연속으로 나를 이끌어 간다.
세상의 모든 냄새는 다 쫓아갈 수 있으면서 정작 자신의 체취는 잃어버린 남자가 있다.
어둠속에서 갇혀지내던 남자의 과거는 어쩌면 절대적인 후각을 위한 단련기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공식은 모릅니다. 하지만 좀 더 좋은 향수를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그는 향수를 만들게 되고 끝내는 사람의 향기를 간직하고 싶다는 욕망을 버리지 못한채
머나먼 길을 떠난다. 아니 어쩌면 세상에 태어나 혼자이길 원했던 시간속에 묻혀진다.
절대 미각, 절대 음감, 절대..... 절대..... 절대..... 최고이기를 바라는 것은 모든 인간의 욕망이다.
하지만 그 최고라는 것은 신이 내리는 것이라는 막연함으로 달려가는 것 또한 인간의 욕망이다.
영화의 전체적인 배경은 너무 어둡고 너무 침울하다.
말보다는 감정표현으로 승부를 걸어야 했을 주인공의 배역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어느날 우연히 거리에서 맡게 되는 냄새를 쫓아 여인의 뒷모습을 따라가고
지울 수 없는 그 여자의 냄새때문에 그의 욕망은 불타오르게 된다.
이 영화를 통해서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사람다움의 속내를 까발리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쩌면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사람냄새를 각인시켜 주고 싶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을 작은 향수병을 채우기 위해 미모의 여자들이 하나 둘씩 죽어가고
오로지 자신의 욕망만을 기억하는 남자는 그 죽음에 대해 아무런 느낌조차도 갖지 못한다.
여자들의 체취... 모든 것의 시작인 여자들의 냄새...
죽어간 여자들에게서 얻어낼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수치스러움을 잊게 하고 타락의 늪으로 인도해 주던 그 냄새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혹은 잊어버리고 있는 인간의 냄새는 허울과 거죽이 아니었다고..
그 남자가 찾고 싶었던 인간의 냄새는 그렇게 허망하게 끝나서는 안되는거였다고..
그 남자의 죽음을 기다리며 광장에 모여들었던 군중들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그들이 두려워했던 것은 죽음이 아니라 그 남자가 안고 있었던 순수함이 아니었을까?
계산되어질 수 없었던 그 남자의 순진함이 아니었을까?
결국 태어난 곳으로 되돌아 온 남자, 태어났으나 버림받았던 곳으로 되돌아 온 남자의 슬픔.
모든 것은 시작되어진 곳으로 되돌아오는 것일까?
죽음을 택한 남자의 선택이 왠지 서글퍼진다.
마지막 한방울의 향수가 떨어져 내리던 소리는 눈물 한방울 떨어지는 소리와 무엇이 다를까?
인간은 어쩌면 그 가면을 쓴 채 살아가는 허울과 타락만을 쫓아가는 시계바늘이었던가?
내면의 아름다움이 무엇인가를 다시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