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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뉘앙스 사전 - 유래를 알면 헷갈리지 않는
박영수 지음 / 북로드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글쓰기를 좋아한다고 자신있게 말을 하면서도 가끔씩 (아니 자주라고 말하는 편이 더 솔직할 것 같다) 단어 고르기에 애를 먹을 때가 있다. 오죽했으면 책꽂이 맨 앞쪽에는 사전을 놓아두었을까? 그때 그때 궁금한 말의 뜻을 찾기 쉽도록 하기 위함이다. 국어사전,옥편,영한사전,한영사전,일어사전...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지 못하는 말들이 많다는 것을 보면 우리의 말을 제대로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알겠다. 이 책을 선택하게 된 동기도 바로 그런 연유에서였다. 이것 같기도 하고 저것 같기도 한 말들에 대한 유래를 알수 있다면 헷갈려하지 않아도 될테니까 말이다.
우리가 너무도 흔하게 쓰고 있는 말 사랑, 사랑이란게 무엇일까? 그 낱말속에 숨은 뜻은 도대체 어떤 것일까? 사랑은 눈물의 씨앗이라는 유행가의 곡조처럼 너무 쉽게 정의내리기에는 뭔가 부족한 듯한 단어가 아닌가 싶었다. '사랑한다'와 '좋아한다'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간간히 회자되어져 오던 글들이 생각난다. 그런데 이 책이 정말 속시원하게 다 밝혀주고 있다. '사랑'의 진짜 의미에 대해서. '사랑'은 '헤아려 생각하다'라는 뜻이란다. 상대방을 얼마나 생각하고 있느냐의 깊이와 무게가 곧 사랑이라고. 아무 인연없는 사람에게까지 넓혀가는 그런 마음이 사랑이라고. '자비'라는 단어 또한 넓은 의미의 사랑이라고. 요컨대 사랑이란 다른 사람을 자신처럼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뜻하는 것이라고.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우리가 흔히 쓰고 있던 'love'에 대해서도 아주 흔쾌하게 알려주고 있다는 점이다. 'love'는 '기뻐하다'라는 뜻의 라틴어 'lubere'에서 유래했단다. 서양의 'love'는 에로스, 아가페, 필리아라는 세가지 단어로 표현된다. 물론 각각의 말이 안고 있는 뜻은 모두가 다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서양의 'love'는 '대상에 관계없이 마음이 기쁘고 행복한 상태'라는 뜻을 보면서 우리의 고유한(?) 사랑이란 말과는 비교도 안되는 표현이란 생각도 해 보았다. 순전히 나혼자만의 생각이겠지만... 그렇다면 '연애'는 또 무슨 뜻일까? 연애라는 말은 일본인이 처음 만들었다는 말 앞에서 아하! 그렇구나 하면서 무릎을 치고 말았다. '서로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연애라는 말이다. 얼핏 생각하면 그게 그거지 뭐, 하다가도 이렇게 말이 갖고 있는 의미를 알게 되면 섣불리 아무데나 갖다 붙이지 못하게 될 것 같다. 제대로 안다는 건 참 어려운 일임에 분명한 일인듯 싶다. 아는 게 병, 모르는 게 약이란 말이 떠오른다.
잘못 알고 있는 말들도 참 많았다. 우리가 흔히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는 말 중에서 '육계장'은 틀리고 '육개장'이 맞다는 말의 유래와, 함경남도 북서쪽의 삼수군과 갑산군을 통틀어 지칭하는 그야말로 '살기 힘든곳' 의 대명사로 쓰였던 말이 '산수갑산'이 아니라 '삼수갑산'이 맞다는 유래는 새삼스러웠다. 또한 '을씨년스럽다'라는 말의 속뜻을 알고 나니 마음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우리나라가 일본의 속국이 되었던 그해 을사년의 거리 풍경이 더없이 적막하고 쓸쓸해 보여 생긴 말이라고 하니 이 얼마나 분통 터지는 말인가! 말의 어원이나 유래가 이토록이나 커다란 뜻을 담고 있다는 것에 놀랐다. 그것 뿐인가? 원래의 뜻에서 벗어나 왜곡되어진 말의 뜻들도 참 많았다. 불교의 경전을 공부하거나 교리를 연구하는 스님을 '이판'이라 했고, 절의 산림을 맡아 하는 스님을 '사판'이라고 했었단다. '산림'이란 절의 재산 관리를 뜻하는 말인데 '살림을 잘 꾸린다'는 살림이 여기서 유래되었다는 것을 읽으면서 눈이 커지기도 했었다. 그런데 조선의 억불정책으로 인하여 오늘날 '이판사판'이란 말의 뜻이 엉뚱하게 쓰여지고 있는 것을 보면 말한마디에도 사회적인 현상이 들어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그냥 머리속에서 맴도는 몇구절을 다시 끄집어내어 보았지만 그 외에도 아, 그렇구나! 하면서 읽게 되었던 부분들이 참 많았다. 두꺼운 국어사전을 읽고 난 기분이었다. 뭐랄까, 국어사전 해설판이라고나 할까? 비슷비슷한 말의 쓰임새를 알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 말속에 숨어 있는 의미나 유래등을 알고 나니 단 한마디의 말이라해도, 단 한자의 낱말이라해도 쉽게 쓰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국어사전 옆에 나란히 두고 참고서 보듯 해야 할 것 같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