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파괴 - 군중에서 공중으로
윤동준 지음 / 파람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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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에 출생한 새천년둥이라는 말에 저자의 이력을 살펴보았다. 어린 시절에는 최우수학생상을 받을 정도로 공부를 잘했지만 미국 고등학교 2학년 때 부모의 사업이 어려워져 자퇴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많은 고민끝에 한국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했다. 그 후 3년동안 수백 권의 책을 읽으며 독학했다. 자퇴생 출신으로는 드물게 미국 명문 리버럴 아츠 칼리지에 4년 학비 전액 장학생으로 선발되었다. 현재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하며 로스쿨을 준비 중이다...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인생의 편린을 겪은 듯 하다. 한국으로 돌아와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해야만 했던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저자를 책속에 파묻히게 만든 어떤 시련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세상과 인간에 대한 관심을 위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탐구한다는 것은 그만큼의 아픔이 존재한다는 의미도 될 것이다. 스물세 살... 젊은이의 철학이 담긴 책.

희망이 없는 세대, 불확실한 미래, 행복을 잃어버리고 재미와 쾌락을 추구하는 시대... 요즘의 대한민국 젊은 세대를 표현하는 말이다. 그들은 왜 희망이 없을까? 그들은 왜 미래에 대한 확실성이 없을까? 그들은 왜 행복의 의미를 알지 못할까? 이런 질문은 기성세대들에게 해야 한다. 물론 사회는 모든 사람에 의해 만들어지고 또 변화한다. 그러나 재미와 쾌락만을 추구한다는 것은 분명 옳지 못한 방향이 분명하다. 누구의 잘못이라고 할 것도 없이, 누구의 책임이라고 할 것도 없이 우리 모두의 책임인 것이다. 사회적인 것보다는 개인의 것만을 우선 순위에 두었던 시간들이 이제 역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사회와 세상 사람들의 마음속에 잠재된 낡은 가치들, 곧 우상의 파괴를 요구한다... 우상파괴라는 말을 가볍게 생각하고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솔직하게 말해 이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너무 가볍게 생각했었음을 고백한다. 우리는 누구나 이미 있었던 것들을 배우면서 성장한다. 이미 있었던 것들에 대하여 누군가는 순응하며 누군가는 저항하기도 한다. 개인적인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대한민국의 교육은 변해야만 하는 막다른 골목에 서 있다. 정해진 답을 요구하는 시대가 아니라는 말이다. 있었던 것들만을 가르치고 있었던 대답만을 요구하는 교육이 作今의 젊은세대에게 생각하는 방법을 빼앗아가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말하고 있다. 변화만이 멈추지 않게 만든다고. 고인 물은 썩는다. 이 책에서도 말하고 있지만 이미 많은 석학들에 의해 고정된 관념들이 얼마나 많은 오류를 낳고 있는지 우리에게 알려지고 있다. 지금은 아이에게 위인전을 읽히고 세계문학을 읽혀야만 하는 시대가 아닌 것이다. 영웅에 대한 맹종은 순응적인 아이의 태도를 유지시켜 인간을 질문 없는 답에 길들여지도록 만듭니다. 정해진 답, 예컨대 지시와 지도를 통해 받아들인 것들을 사람들은 결코 진정한 열정을 갖고 수행하지 않습니다. 단지 정확하게 기계적으로만 이행할 뿐인 것들은 본성에 항상 이질적인 것으로 남게 됩니다.-38쪽

과학 철학자 칼 포퍼의 말대로 추상적인 선을 실현하려고 하지 말고 구체적인 악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111쪽에서 말하고 있는 추상적인 선과 구체적인 악이라는 말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作今의 우리는 어떤 선을 추구하고 어떤 악을 지양하는가. 우리는 지금 자신과 다른 의견은 일단 배척하고보는 시대에 살고 있다. 말로는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적용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평범한 사람들의 침묵이 가장 무서운 것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말이 의미심장하게 들리는 이유다. 또한 사사로운 이익만을 앞세우는 자본주의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자본은 지루함을 달래기 위한 완벽한 놀이를 제공할 수는 있지만, 인간의 근원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을 마련해주지 못합니다. -71쪽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는 병행할 수 있는 것일까? 능력주의를 실천해야 한다고 하지만 우리에게 과연 진정한 능력주의를 실천할 수 있는 힘이 있기는 한 것일까? 태어날 때부터 이미 우리는 평등함을 잃는다. 그런 세상에서 평등함을 강조한다는 자체가 어쩌면 어불성설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는 대로 말하지 않고, 살아온 대로 말하겠다” 저자의 마지막 말이다. 결연함이 느껴지는 저자의 다짐이다.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아는대로 말하며 살아왔는지, 살아온대로 말하며 살아왔는지. 23세의 젊은이 앞에서 부끄러움이 느껴진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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