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
송길영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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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부럽다' 옛날의 구호들이다. 그러더니 반세기도 안지나 이제는 인구가 적어서 문제란다. 사실 핵가족이란 말이 처음 등장했을 때 그렇게까지 크게 와닿는 느낌은 없었다. 그럴수도 있지 싶었다. 맞벌이 부부가 늘고, 결혼을 했으나 아이를 낳지 않는 '딩크족'이 흔해졌다. 그런 세상이라고 느끼고 있음에도 이 '핵개인'이라는 말이 안고 있는 느낌은 왠지 두렵다. '家'는 있고 '族'이 없는 시대라고 저자는 말한다. 오래 생각할 필요도 없이 바로 공감하게 되는 말이다. 저자가 말하고 있는 '핵개인'의 정의는 이렇다. 세상의 눈높이에 맞추지 않고 스스로 기준을 세워나가는 존재들. 그들이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한다. 그 새로운 규칙들이 무엇일까? 그 규칙들 앞에서 기존세대들은 과연 잘 버텨낼 수 있을지 염려스럽기도 하다. 세대간의 갈등이 이미 사회문제로 대두되었기 때문이다.

'핵개인'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정해진 국가나 국적보다는 자신이 살아갈 도시를 더욱 중요하게 여긴다. 조직과 시스템에 적응하고 순응하기보다 자기 자신의 소속감으로 살아가는 까닭에 자신의 의지와 어긋나는 상황에 대해 권위적이라는 의미를 부여한다. 그리하여 생겨난 것이 아마도 '꼰대'라는 말일 것이다. 그 '꼰대'라는 말 속에 숨긴 것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가히 권위적이라 하고도 남음이 있어 보인다. '나 때는 말이야~', '내가 해봐서 아는데~' 뭐 이런 따위의 말들은 기성세대의 입에서나 들을 수 있는 까닭이다. 거기에 더 보태 AI의 출연은 기성세대를 더욱 주눅들게 했다. 이제 사회의 변화를 인정하고 배우지 않으면 버텨낼 수 없는 세상이 된 것이다. 핵개인은 그러한 세상에서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담금질해야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것이 인류에게 축복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인류를 향한 또 하나의 재앙이 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핵개인의 시대에서는 부모와 자식간에 일방적인 희생을 하지 않는다. 스스로 자신을 돌보는 사회가 핵개인의 시대인 것이다. 또한 핵개인은 직장인이 되기 보다 직업인이 되기를 원한다. 한 직장에 얽매여 자신을 희생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족 같은 직장'이라는 말은 그야말로 구시대의 유물로 취급한다. 거기에는 이미 말했던 AI의 놀라운 발전이 한몫했다. 일인 미디어, 일인 출판사, 구독자보다 작가가 더 많은 시대를 이끌어 가는 것이 핵개인인 것이다. 철저하게 '혼자만의 삶'이라는 틀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들은 다양성을 추구한다. 자신과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일상을 함께 하고 다양한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럼에도 마음의 허허로움을 채우지 못하는 듯 보여지는 까닭은 무엇인가? 아직까지는 과도기여서? 어쩌면 저자의 생각이 너무 앞서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고.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며 살 필요는 없어 보인다는 말이다. 이 책에서 서술하고 있는 것은 이미 변하기 시작한 사회의 흐름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더 인간적인 삶을 꿈꾼다면 어떨까 싶은 안타까움이 일기도 한다. 사회의 흐름은 우리가 만드는 것이다. 옳고 그름을 누군가가 정해서는 안된다. 이미 누군가가 정해놓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에 익숙해져버린 것은 아닌지 묻고 싶어진다. 슬픈 현실이다. 아직 생겨나지 않은 태풍을 미리 만들어 예보할 필요까지야...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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