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한 사람들만 남았다 - 세상이 멸망하고
김이환 지음 / 북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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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그렇지? 코로나19로 갇혀 지냈던 3년이라는 시간은 우리에게 너무나도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지금까지도 그 영향력에서 벗어났다고는 할 수 없으니. 제목에서부터 팬데믹 상황을 그리고 있다고 말해주고 있지만 소심한 사람들만 남았다는 그 한 문장이 자꾸 시선을 빼앗았다. 그래서 펼쳐보게 된 책이다. 내용은 담담하다. 동요할 만한 일은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 그저 그렇고 그런 사람들이 모여 작은 군상群像을 이루고 있다. 생각해보니 우리는 마음속 깊이 코로나19에 대해 재난이라는 정의를 내리지 않은 것 같다. 영화에서처럼 급박한 상황이 없었던 까닭인지, 아니면 일상이 파괴되는 현상이 일어나지 않은 까닭인지 그것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가 재난으로 닥친 사람들도 있다. 죽음과 맞닥뜨렸던 사람들도 있고 눈 앞에서 죽음을 목격했던 사람들도 있다. 그들에게는 분명 재난상황이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습게도 코로나19의 증세가 딱 저랬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면에 빠지는 전염병이라니! 이 시끄러운 세상속에서 조용히 잠을 자게 하는 전염병이 돈다는 걸 생각만 해도 기가 막히다. 어쩌면 그래서 소심한 사람들만 병에 안걸렸을 것이다. 속된 말로 나대지 않는 사람들, 목소리를 높이며 자신의 주장만 내세우기 보다는 상대방에게 피해를 끼치게 될까봐 조심했던 사람들만이 병에 걸리지 않았다는 설정이 이채롭게 다가왔다. 소제목으로 각 장을 나눠놓았다. 그 제목들조차 소심함 그 자체다. 세상이 멸망한 것도 아닌데 일단 세상이 멸망했는데...로 시작한다. 세상이 멸망했는데 편의점에 가고, 마트에 가고, 주요소엘 가고, 카페에 가고, 병원에 가고, 호텔에 가고, 소풍을 가고.... 모든 행동이 일상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하물며 생일파티도 한다. 그 와중에 우리도 할 건 다 했다. 단지 소설속의 인물들이 느끼는 감정만 다를 뿐이다. 그들이 "우리 이래도 되는 겁니까?" 라고 말했다면 우리는 "왜 안된다는 건데? 왜 못하게 하는 건데?" 가 아니었을까 싶다. 팬데믹 상황에 처했을 때 어쩌면 우리도 세상이 멸망한 것처럼 느끼지는 않았을까?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소심한 성격의 사람들을 그리다보니 말과 행동이 때로는 어린아이처럼 귀엽기도 하고 순박淳樸하다. 각각의 인물 묘사가 재미있다. 그 와중에 소심한 성격의 한 여성이 성격을 바꾸고 싶어 자기계발서를 탐독하며 그 책이 시키는대로 말하고 움직이는 모습에 실소를 머금게 된다. 리더가 되고 싶은 그 여성의 마음에 공감하는 독자가 꽤 많을 것 같다. 오죽하면 이름을 최강자로 바꿨을까? 어쩌면 그래서 자기계발서가 끝도 없이 발간되는지도 모를 일이다. 세상이 멸망했는데 해피 엔딩을 바라다니, 라는 마지막 장에서 모두의 마음속을 들여다보게 된다. 영화에서 보면 해피 엔딩은 언제나 먼 곳을 바라보며 끝난다는 그 대사를 참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희망은 그런 것인가 보다. 소극장에서 한 편의 연극을 보고 난 느낌이다. /아이비생각


김이환이란 작가의 책을 보지 못했는데 그의 작품이 꽤나 많다. 떠도는 말로 많이 들었던 '이불 밖은 위험해' 가 그가 쓴 작품의 제목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수상 이력도 많이 보인다. 그의 작품을 한번 찾아봐야겠다. 2009년 장편소설 『절망의 구』로 멀티문학상을, 2011년 『너의 변신』으로 젊은작가상 우수상을, 2017년 『초인은 지금』으로 SF어워드 장편소설 우수상을 수상했다. 『너의 변신』은 9개 언어로 번역되어 프랑스, 베트남, 인도네시아, 독일 등에서 출간되었다. 『절망의 구』는 영국에서 번역 및 출간될 예정이며 일본에서 만화로 각색되어 출간되었고, 국내에서 드라마 제작이 확정되어 개발 중이다. 소설집 『이불 밖은 위험해』는 일본에서 번역 출간될 예정이다. 연작소설집 『행운을 빕니다』와 장편소설 『절망의 구』, 『초인은 지금』, 『엉망진창 우주선을 타고』 등을 펴냈다. 『기기인 도로』, 『팬데믹: 여섯 개의 세계』 등의 SF 앤솔러지와 많은 수의 청소년 단편 앤솔러지에 참여했다.

* anthology 한마디로 '선집(選集)'이다. 서적이라면 편집자가 잡지나 책 등 발표되었던 명작ㆍ걸작 등을 모아 다시 수록한 작품집이다. 음반이라면 그 동안 발표되었던 곡 중에서 좋은 것들만 다시 모아 실은 음반으로 꼭 한 사람의 작품만 모아 놓은 것은 아니고 여러 사람의 작품을 모은 것도 앤솔로지에 해당한다.

< 네이버 지식백과 시사상식사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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