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 1 - 그랜드 얼라인먼트의 아이들
박정호 지음 / 피스토스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그랜드 얼라인먼트(행성 직렬 현상)가 지구에 비춰지던 시각, 선과 악의 대결은 시작된다. 신이 예언했던 인간의 종말과 신을 이기기 위해 생명연장을 꿈꾸는 인간의 두뇌싸움.. 인간의 속성은 이미 태고적부터 두가지로 분류되어진다. 선과 악을 대결구도로 삼아서.. 하지만 이미 알고 있듯이 악이란 존재 역시 선으로부터 왔다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그렇기 때문에 선이 있는 곳에 악도 분명히 존재한다. 신을 이기기 위해 인간의 종말을 재촉하는 악의 무리는 결국 적그리스도를 만들어내고...

사실 성서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나 종교적인 세부사항을 빌려왔던 책들은 수도 없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나의 눈길을 끌었던 것은 우리의 작가라는 점이었다. 그것도 젊은...
그가 그려내는 이야기구도는 어떤 형식일까? 그가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저 단순한 호기심이었다고 말해도 과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형편없는 기대감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이 책은 이미 첫장부터 나의 마음을 빼앗아가기 시작했다. 10년 이상의 구상을 거쳤다는 점 또한 나의 마음을 빼앗아가기에 충분한 조건이었다. 도대체 그 무엇이 그토록 오랜시간동안 한사람의 가슴속에서 살아 숨쉬었던 것일까?  그저 그렇게 흔하게 보여지던 성경이야기는 아닐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이 책속에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의 CIA, 유럽의 EU 등 세계적인 존재들이 거침없이 등장하고 있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성경의 구절들을 빌려와 그것으로 모티브를 엮어가는 점 또한 시작부터 거친 숨을 쉬게 만들어 주고 있음이다. 도대체 신의 약점을 거머쥔 인간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겠는가 말이다. 책속의 세상은 참으로 방대하다. 과학과 종교의 싸움인듯 보여지면서도 이익을 위해서라면 그 무엇도 거칠 것 없어 보이는 강대국들의 정보싸움이라거나, 신도 아니고 인간도 아닌 불멸의 존재들을 앞세운 그야말로 무적의 최강팀을 거리낌없이 보여주기도 한다.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고 최첨단의 과학세상속에서 느닷없는 과거의 신화나 설화속으로 나를 데려가기도 한다.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책속의 캐릭터들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생동감 있다. 가상의 인물들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을만큼 생생하게 살아 숨쉬고 있다.

우주의 빅쇼, 그랜드 얼라인먼트... 예수가 탄생할 때 존재했다던 그 큰 별은 사실 그랜드 얼라인먼트였습니다. 그 당시 사람들은 지금의 과학기술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에 그저 큰 별이 있었다고만 기록을 했었죠... 정말 기가막힌 상상이 아닌가? 성경의 구절을 통한 신에 대한 직접적인 표현을 보여주는 대목에서는 자칫 잘못하면 또 종교인들이 들고 일어나겠군,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중간중간 몇구절씩 인용되어지던 성경의 말씀들은 이 책의 무게와 깊이를 더하게 한다. 그랜드 얼라인먼트의 정기를 받아 태어나는 153명의 아이들. 사실 책을 읽으면서 알았다. 153이란 숫자의 의미에 대해서. 아주 작은 소재까지도 성경속의 일화에서 따왔다는 것이 참으로 재미있게 보여지기도 했다.

아니, 인류는 발전하지 않아. 복잡해지고 있을 뿐이지. 인류는 옛날에도 지금과 같았어. 단지 주변이 복잡해졌을 뿐이야. 인류가 진정 발전시켜야 할 것은 문명이 아니라 인간애의 회복이야. 인간애의 회복은 몇 개의 구호단체로 해소되는 게 아니야. 인류가 목숨을 걸고 매달려야만 가능하지...<266쪽> 차라리 과학을 신봉하는 인간의 말이었다면 아무렇지도 않았을 한마디였다. 그런데 신도 아니고 인간도 아닌 불멸의 존재, 신의 재림을 기다리며 2천년을 살아왔다던, 죽음을 꿈꾸는 자의 입을 빌어 나에게 다가왔던 그 말은 그저 최첨단이란 테두리안에서 살고 싶어하는, 어쩌면 그렇게 살아가는 것만이 최선의 길인것처럼 세뇌를 당하고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그야말로 혹시나 하는 의문부호를 남기게 해주었다.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대목이었다. 그 불멸의 존재는 또 이렇게 말한다. 지식이란 건 단지 남보다 먼저 아는 것일 뿐이라고...

문득 일전에 보았던 <아일랜드>라는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잠자리에서 일어나면서부터 몸 상태를 점검 받고, 먹는 음식과 인간관계까지 격리된 상태속에서 사는 그들모두의 희망은 지구에서 유일하게 오염되지 않은 희망의 땅 ‘아일랜드’에 추첨되어 뽑혀 가는 것이었다. 자신들을 지구 종말의 최후 생존자라 믿으면서. 하지만 그들은 알게 된다. 자신들이 단순히 복제되어진 인간이었을 뿐이라는 것을. 그리고 자신들을 만들게 한 주인의 상태에 따라 운명이 좌우되었던 것을. 끝도 없는 인간의 욕망,영원한 삶을 꿈꾸는 인간의 욕심, 아마도 종말이 온다면 인간의 그러한 욕심때문이 아닐까?

아이들을 살려내기 위해 체르노빌로 가는 중에 우리의 건국신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마늘과 쑥에 얽힌 이야기를 체르노빌이라는 지명을 빌어 역사적인 흐름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별 것 아닌 듯 보여지면서도 혹시? 하는 마음에 다시한번 읽어보게 된다. 단지 상상으로 만들어 낸 이야기라고 말하기에는 무언가 더 있을 것만 같은.... 그야말로 가공할 위력을 가진 무적의  특수부대가 나오는 대목은 긴장감을 더하게 한다. 그들의 국적은 한국이다. 미국의 조직보다도 더 치밀하고 더 강한 우리의 특수부대 요원들이 미국의 지배하에 놓여져 있다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겠지만. 그래서 우리가 아닌 그들을 위한 목숨이라는 것과 그들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는 것 또한 우리의 현실 같아 보여서 아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무조건적인 복종으로 보여져서. 힘없는 나라의 서러움이다. 그것은.

단숨에 읽었다. 숨도 쉬지않고 읽은 것 같다. 그만큼 스토리전개가 빠르다. 그러면서도 빠져드는 마력이 있다. 오랜만에 멋진 책을 만난 것 같다. 마지막 장을 읽어가면서 다시 읽을 2편이 기대되는 책이었다. 그랜드 얼라인먼트, 별의 정기를 받아 위인들을 태어나게 했던 그들의 이야기.  알렉산더 대왕, 징기스칸, 나폴레옹과 같이 별의 정기를 받고 태어났다는 위인들처럼  별의 정기를 받아 만들어지게 되었던 그 153명의 아이들중에서 대한민국에서 태어날 아이도 한명 있었다는 것... 앞으로 전개되어질 다음 이야기를 감히 상상할 수 없다. 다음 이야기가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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