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의 예언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소설의 흐름을 좌우하는 것은 종교의 역사다. 빨간 십자가를 앞세우며 달려가던 성전 기사단으로 시작을 하더니 그들과 대척점에 서 있던 검은 십자가단이 등장했고, 마침내는 프리메이슨까지. 책을 읽으면서도 의아했다. 꿀벌이란 말 한마디로 너무 쉽게 내용을 짐작했던 건 아니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릿속에서 끝까지 꿀벌을 놓을 수 없었던 이유는 간간히 들려주던 지구온난화라는 말 때문이었다. 내심 기대를 했다. 지구온난화에 대처할 수 있는 따끔한 충고를. 비록 소설이라 할지라도 유명인사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대중들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가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대는 보기좋게 빗나가 버린 듯 하다. 2편을 읽으면서 오버랩 되어지던 기시감은 오래 전에 읽었던 댄 브라운의 소설 <다빈치 코드> 와 오래 전에 보았던 <토탈 리콜>이라는 영화였다. 몰입도가 끝내줬던 책에 비해 영화는 영 개운치 않은 느낌이 남았었다. 꿀벌이 사라지면 4년 내로 세상이 망한다는 말이 이 소설의 모티브가 된 것은 아니었을까?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그렇다고 한다면 꿀벌이 사라진 세상의 암울한 미래는 이미 우리 앞에 와 있다. 이 소설은 그 암울한 세상만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희망은 그저 가정에 불과해 보인다. 마치 올더스 헉슬리에 대한 헌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허구와 진실이 뒤섞인 소설의 구조속에서 한줄기 희망이라고 말한다면 파리 기후 변화 회의에서 중국 대표가 했다는 말이다. 진실에 가장 가깝지 않을까 싶어서.

자국의 생산 시설을 풀가동하느냐 마느냐는 각국이 자주적으로 결정할 문제입니다. 한 나라의 주권에 관련된 것이죠. 남의 나라 일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사람들은 저성장 정책이 불러올 파장부터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것 입니다. 공장 가동을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지목한다고 해서 우리는 국민들을 실업자로 만들 생각은 조금도 없습니다. 수시로 파업이나 일으키는 게을러빠진 유럽 노동자 수백만 명의 생산 활동을 줄이는 게, 당신들 나라에서 일상생활에 쓰이는 모든 물건들을 생산해 주는 의욕에 찬 10억 중국 노동자들에게 일을 적게 시키는 것보다 더 쉬울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환경 오염에 대한 불평불만을 쏟아내는 당신들 꼴이 참 가관이라고 여겨집니다. 환경 오염이 싫으면 소비를 멈추면 될 거 아닙니까? (-249쪽) 인정하기 싫겠지만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미 인간은 소비를 멈출 수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니 미래는 어둡다. 자본주의를 앞세우고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한 그럴 수 밖에 없는 구조다. 昨今의 현실을 보더라도 친환경이라는 허울을 뒤집어쓴 자본주의의 민낯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지 않은가 말이다. 전체 식물의 80퍼센트가 꿀벌이 있어야 번식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꿀벌은 이미 사라지고 있다. 세상의 모든 걸 통제하고 싶어하는 것이 인간이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종교가 얼마나 일방적이고 폭력적인가를 이미 배웠다. 종교가 무의미해진 세상을 살면서 또다시 종교의 역사를 그리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궁금해진다. 작가가 그리고 있는 허구의 세상은 허황된 느낌으로 다가온다. 근간에 읽었던 작가의 책 <문명>은 참 흥미로웠다. 몰입감도 좋았다. 이 책에서는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다. 종교의 역사를 배우고 싶었던 건 아니었기에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책을 덮으며 문득 어느 소설의 제목이 떠올랐다.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아이비생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