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기행 2 - 길 위에서 읽는 삼국지, 개정증보판 삼국지 기행 2
허우범 지음 / 책문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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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중국에 의한, 중국을 위한 인물, 유비. 후흑厚黑이 천하를 통치한다는 말이 재미있다. 후흑이란 낯가죽이 두껍고 마음이 시꺼멓다는 뜻이다. 후흑학이란 말을 처음 들었다. 천하의 영웅호걸이란 후흑에 뛰어난 자들이라고 후흑학에서 정의를 내렸다는데 조조는 心黑의 고수요, 유비는 面黑의 고수로 보았다. 자신의 속마음을 얼굴에 나타내지 않는 사람이야말로 진짜 무서운 사람이다. 나관중이 지었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소설은 청나라때 모종강이 다시 엮은 것이라 한다. 나관중이 비교적 객관적이고 전후 맥락이 이해되는 범위에서 내용을 전개한 반면 모종강은 촉한 정통론에 입각하여 재편집하면서 조조를 악인으로, 관우와 제갈량을 신적인 존재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중국을 여행하다보면 역사적 사실이 아닌 이야기들이 마치 사실인것처럼 행세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저자의 말은 새겨 들을 필요가 있다. 사회적으로 명망이 있는 지식인들의 언행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하는 까닭이다. 잘못된 아홉이 사실이라고 떠들면 진정한 하나는 묻혀버리는 대중 심리의 활용, 그리고 이를 통한 정치적 역사적 공고화. 이는 비단 문학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삼국지연의>는 이 부분에서 최고이자 최선의 자리에 있는 것이다.(-117쪽) <삼국지연의>로 인해 발생한 오해와 억지가 마치 진실처럼 되어버린 경우가 많다는 걸 보면 중국인들에게 삼국지의 위세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미루어 짐작하게 한다.

관우는 무공이 뛰어난만큼 자만심도 높았다 한다. 자만심이 충만한 자는 질투와 시기심도 그에 못지 않다. 그럼에도 그가 훌륭한 인물로, 재물신으로까지 추앙받게 된 것은 그의 고향 산서가 소금생산지였기 때문이었다. 소금은 옛날부터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 그래서 국가가 관리했다. 정치적, 경제적으로 막대한 이익이 보장되어지니 정부와 상인들은 서로 결탁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기 위해서 산서 출신인 관우를 상징적인 인물로 내세운 것이다. 게다가 <삼국지연의>의 저자인 나관중도 동향 출신이었다. 현관을 죽이고 강호를 떠돌았다는 이야기와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아 왠지 껄끄럽다. 이제야 중국인들이 결과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말이 떠오른다. 중국의 역대 왕들도 忠義를 지켰다는 관우를 내세워 신하들에게 충성을 강요하기에 딱 좋은 인물이었던 것이다. 인간의 천성적 기질이 개인일 경우에는 공자의 편이지만 집단일 경우에는 순자의 편을 든다는 저자의 마지막 문장이 시선을 끌었다. 찾아보니 순자의 정치사상이 강력한 유가사상의 완전체를 나타내는 것으로 후대에 끼친 영향이 크다고 한다. 맹자의 성선설을 비판하고 성악설을 주장했던 순자. 통치이념으로써의 유가사상이라는 말에 알 수 없는 거부감이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소설이되, 소설 이상의 의미를 담은 『삼국지연의』를 길 위에서 만나다!"

"중국의 삼국지 현장에 대한 관심과 여행에 집중하다!"

삼국지 기행을 읽기 전 자꾸 시선이 가던 책의 소개글이다. 귀기울여 듣던 저자의 삼국지 해설은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삼국지를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었기에 현장을 통해 해설하는 저자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역사적 맥락을 자세히 살펴보면 七實三虛는 커녕 三實七虛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저자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나관중이 쓴 삼국지의 현장 곳곳에서 역사서와 비교하며 들려주던 이야기들이 흥미로웠으며 그 모든 사실이 이채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책을 읽으면서 삼국지 현장에 대한 관심과 여행에 집중하다, 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거리게 된다. 아울러 변해가는 중국의 모습도 함께 보여주니 저자의 발걸음에 桑田碧海나 隔世之感이라는 고사성어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그 시대의 유물과 유적을 살펴보면서 느꼈을 저자의 감동을 어찌 이해할 수 있을까? 다만 이렇게 책으로나마 느낄 수 있게 해 준 것을 고맙게 여긴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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