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실크로드를 찾아서
심형철 지음 / 포스트휴먼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가끔 우스개소리로 복권 맞으면 뭐할거냐고 묻는 때가 있다. 복권이라는 게 생각지도 않았던 돈이 굴러들어오는 까닭이기도 하겠지만 아마 평소에 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던 것들을 물어보는 저의도 깔려 있을게다. 집을 살거야, 차를 살거야, 여행을 갈거야 등등등... 많은 대답들을 하지만 그때마다 내 대답은 한결같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딱 두가지야.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것은 전문적인 가이드를 하나 고용해서 유럽여행을 꼼꼼하게 다녀오는 것 그리고 돌아와서는 우리나라의 섬일주를 하고 싶어... 그러고나서 나는 다시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나의 일상으로 돌아가서 살거야... 내가 그런 꿈을 꾸어온지도 꽤 오래됐다. 오죽했으면 남편의 꿈이 아내의 꿈을 이루어주고 싶은 걸로 바뀌었을까? 

마야문명의 흔적을 더듬으며 답사를 하고 싶다는 거와 잉카문명의 유적지인 마추피추를 다녀오고 싶다는 강한 욕구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 실크로드에 관한 나의 관심도는 적었었다. 
실크로드... 단순히 내륙 아시아를 횡단하는 고대 통상로로써 비단길이라고 불리워진다는 것과 그렇게 부르게 된 것은 동방에서 서방으로 간 대표적 상품이 중국산의 비단이었던 데에서 유래했다는 것, 또한 그길을 따라서 서방으로부터 보석이나 직물 등 불교, 이슬람교등이 동아시아에 전해졌다는 것.. 이런 정도외에는 알고 있는 것이 없었다. 과연 실크로드에 담긴 역사적 의미는 무엇일까? 나름대로 기대를 하면서 책장을 펼쳐들었다. 이런 기행문의 글을 읽다보면 곁들여진 사진을 통해 함께 보여지는 간접적인 체험이 참 좋다. 역시 사진으로 다가오는 현장의 느낌들이 예사롭지가 않았다.

한편으로는 조금 낯선 느낌을 떨쳐내지 못했다. 낯선 언어를 통해 쉽게 다가오지 않는 지명이라거나 일정에 쫓기는 듯한 긴박함이 느껴져 공연스레 내마음이 바빠지곤 했다. 실크로드의 출발지인 시안의 안정문에서부터 황하를 기반으로 조성되어져 있는 문명의 흔적들, 문화재를 도굴해 간 도굴꾼들의 이야기라거나 열강들의 문화재 빼앗아가기를 보면서 약소 국가의 서러움을 보기도 했다. 둔황의 막고굴이나 자오허 고성은 한번쯤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미꽈와 같이 이국땅에서 맛보는 별미의 음식들 또한 나를 자극하기도 하고 기후조건을 잘 몰라 고생하는 대목에서는 안타까움이 일기도 했다.

막막한   모래 구릉들이 파도처럼 끝없이 뻗어나간 사막의 중심에 섰다. 눈을 들어 멀리 바라보면 시간마저 정지한 듯하지만 발가락을 간질이는 모래의 움직임은 제법 빠르다. 그제야 발밑을 보면 죽은 듯, 숨을 멈춘 듯한 사막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마치 정지한 듯 하지만 언제나 빠르게 흐르고 있는 인생같다. 혹시 먼 곳만을 보고 달려가다 문득 어딘가를 간질이는 느낌이 있어 돌아보면 황혼이 저만큼 와 있지는 않을까? <138쪽>
여행을 하면서 어떤 여행이 되었든간에 이런 상념에 한번쯤 젖어보지 않을 수 있을까? 한번쯤은 되돌아 보며 자기자신에 대해 회한을 느껴보기도 할 것이다. 그만큼 여행이라는 것이 주는 의미가 너무도 넓고 깊은 까닭이리라. 군데 군데 녹아들어 있는 저자의 마음이 속깊이 다가왔다. 그 황량한 사막길에서조차 반갑게 만나질 수 있는 맑은 호수들처럼 우리네 인생길에서도 그와같은 쉼터가 분명히 있을 거라는 혼자만의 생각에 젖어보기도 했다.

전설적인 길 실크로드를 따라나선 길에서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참으로 많았다. 그 길을 따라 펼쳐지는 사람들의 생활상이라거나 그들의 풍습 혹은 그들이 겪어내야 했던 모든 일들을 이 책속에서 만날 수 있었다. 사람사는 것은 어디나 똑같다고 흔히들 말하지만 어찌 똑같을 수가 있으랴 싶을 정도로 세세하게 소개해주고 가는 저자의 마음이 참 고마웠다. 그들을 만나 그들의 정서를 이해하고 함께 웃어주며 함께 힘겨워했을 저자의 길이 어쩌면 행복하기도 했을거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하면서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우러나는 부러움을 어쩌지 못했다. 언젠가 자신이 가진 전재산을 처분하여 가족을 데리고 세계여행을 다녀왔다던 사람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제 정신이야? 그때는 그렇게 말했었지만 그것은 아마도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과감하게 실행에 옮길 수 있었던 사람에 대한 부러움이 아니었을까 싶다.

투루판 동남쪽 지점에 높이 서 있다던 원추형 탑, 쑤꿍타의 모습은 너무나 매혹적인 모습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벽돌로 쌓는 방법을 발전시켜 탑신을 마름모무늬, 물결무늬, 비스듬한 격자무늬, 꽃잎이 6장인 꽃무늬등 15종류의 기하학 무늬로 장식하였다는 쑤꿍타. 쑤꿍타의 기원과 의미를 알려주기 위해 들려주었던 이야기는 재미있기도 했지만 왠지 씁쓸한 뒷맛을 남겨주었다. 우루무치에서 만나게 되는 깐스(마른 시신)이야기는 정말 신비로웠다. 시체전시관이라던 우루무치 박물관.. 미라와 비슷하긴 하지만 미라처럼 인공이 가미된 것이 아니라 완전 자연 상태에서 건조된 사람의 시체 깐스의 모습을 처음 보았을 때 느껴졌던 신비로움이라니...

너무 어렵고 생소하게 다가왔던 실크로드의 주변상황들.. 책의 말미에 있었던 부록을 통해  소수민족이라거나 그들의 생활상을 조금이나마 쉽게 알 수 있도록 다시한번 확인해 준 저자의 마음씀씀를 볼 수 있었다. 참으로 힘든 여정을 다녀온 저자에게 부러움과 감사의 마음을 전해본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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