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생 - 새이야기
곽정식 지음 / 자연경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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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충蟲선생을 흥미롭게 보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鳥선생이란다. 새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저자는 말한다. 벌레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사는 게 무엇일까 생각했다고. 그래서 더 읽고 싶은 욕구가 일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지금 살고 있는 동네에 나무가 많아 산책길에 늘 새소리를 듣게 되니 새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이 더 컸을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소개하는 새들을 크게 다섯 부류로 나누었다. 우리와 함께 사는 새, 아낌없이 주는 새, 산과 물에 사는 새, 세계를 여행하는 새, 먼 곳이 고향인 새... 크게 보았지만 부류마다 어떤 새들이 있을지 어림으로 짐작해 본다.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의 새들을 소개하고 있다.

먼저 '우리와 함께 사는 새' 까치, 까마귀, 참새, 비둘기. 蟲선생 때도 그랬지만 이번 鳥선생에서도 가장 시선을 끄는 것이 한자였다. 한자를 어려워하는 사람, 혹은 한자를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이 이런 식으로 하나씩 익혀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鵲, 까치 작이다. 소리로 알리는 새, 까치. 까치가 울면 손님이 온다는 말은 우리 주변에서 자주 듣는 말이다. 까치는 기억력이 좋아서 제 영역에 사는 사람들을 다 알아 낯선 사람이 오면 경계하라는 뜻으로 운다. 영역을 침범당했으니 동료들에게 알리는 의미인 것이다. 색이 검다는 이유로 우리에게는 푸대접을 받는 새, 까마귀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었다. 까마귀 새끼는 다 클 때까지 부모 곁에 머물면서 가사를 돕는다. 까마귀는 효를 아는 새다. 가족 단위로 집단 생활을 하는 까닭에 오합지졸烏合之卒이라는 고사성어가 생겨나기는 했지만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먹는 음식으로 더 가까워진 까닭인지 '아낌없이 주는 새' 로 등장한 것이 닭과 오리, 꿩이다. 닭과 오리도 분명 새다. 그런데 사람들이 잡아 가두고 기르며 먹이를 주다보니 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오리 압鴨자는 새 중의 으뜸이라는 뜻으로 맛이 최고라는 의미라 한다. 중국의 얘기다. 꿩 치雉자는 화살처럼 직선으로 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꿩 먹고 알 먹기' 란 속담의 유래와 우리가 좀 부족한 사람을 왜 꺼벙이라고 부르는지 그 이유를 알고 나니 웃음이 난다. '산과 물에 사는 새' 를 통해 옛날부터 있어 왔던 매에 대한 역사를 배우고 학과 두루미와 황새, 백로와 왜가리를 어떻게 구분하는지 배울 수 있었다. '세계를 여행하는 새' 뻐꾸기와 제비 이야기도 흥미롭다. 우리가 임진왜란에 대한 역사를 배우면 일부러 찾아보지 않아도 듣게 되는 일본 전국시대의 세 인물에 관한 일화가 있다. 새가 울지 않으면 죽여라, 새가 울지 않으면 울게 하라, 새가 울지 않으면 울 때까지 기다려라... 오다 노부나가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성격을 비유한 말인데 그 새가 뻐꾸기였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우는 계절이 되어야 운다'는 뻐꾸기의 특성에 빗댄 세 사람의 성격을 알 수 있는 일화이기도 하다. 제비 소리가 요즘은 잘 들리지 않는다. 제비 보는 게 옛날 같지 않다는 말이다. 가끔 제비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오면 너무 반가워서 어디에 있는지 제비를 찾아보게 된다. 티베트의 조장풍습은 개인적으로 나쁘지 않게 생각하는지라 스님과 저자가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이채롭게 다가왔다. 삶과 죽음은 행복과 불행처럼 함께 움직이는 것인데 우리는 그 둘을 자꾸만 떼어놓으려 한다. 남은 자들은 함께 있지만 떠나는 자는 '혼자' 가는 것임으로 남은 자들이 우는 것은 혼자 떠나는 이로 하여금 '뒤를 돌아보게 하는' 일이라는 말이 마음에 울린다. '머나 먼 곳이 고향인 새' 는 앵무새나 공작, 칠면조, 타조, 그리고 펭귄이다.

처음 천지가 열리고 공空에 기氣가 채워질 무렵, 신은 그 공간을 누구에게 맡길까를 고민했을 것이다.

결국 신은 작은 머리에 날개를 가진 '새' 라는 생물체를 만들어 내려보낸 것이다.

돌이켜 보면, 하루는 텃새들의 지저귐으로 시작하여, 계절은 철새들이 오가면서 바뀌었다. - 책표지에서 -

새를 통해 한중일의 역사와 문화의 일면을 배우게 된다. 역사와 문화뿐일까? 재미있는 설화나 어원, 유래를 찾아 들려주기도 한다. 아울러 우리 삶에 대한 철학도 담겨있다. 공식적으로는 21마리의 새가 소개되었지만 찬조 출연한 새들도 있다. 산책길에서 자주 만날 수 있었던 딱새와 직박구리의 이야기를 듣지 못해 서운한 감도 있지만 길냥이들에게 희생되어 새끼들이 줄어가던 오리 가족의 이야기는 책 속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작년에 우리 동네 어르신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만들었던 이야기이기도 하다. 비둘기도 그 희생양 중의 하나다. 어쩌면 텃새와 철새의 구분이 모호해질 수도 있는 기후 이변의 시대를 살면서 지구는 인류만의 것이 아님을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저자가 책의 서두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새들로 인해 계절이 바뀌는 것을 안다는 것이 조금은 경이로웠었다. 이 책이 남겨준 여운이 길다. 새의 세계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어 좋았다. /아이비생각

"새는 날개를 빌리지 않는다"

“새도 직선으로만 날지 않는다. 자연과 생명의 길은 직선이 아닌 곡선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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