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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우 지음 / 스토리코스모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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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가르침 중에는 위험한 세뇌들이 많다. 무조건적으로 가르침을 받아들이기보다 자신의 내면으로부터 우러나는 것들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인생의 시작도 끝도 모두 ‘나’와 결부되지만 그 ‘나’라는 것이 헛것, 다시 말해 일종의 망상이라는 게 이제는 확연한 진실이 되었다. 수천 년 전부터 전해져 내려온 깊은 가르침이 21세기에 이르러 과학과 접목되는 놀라운 진경을 목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여러 군데에서 반복적으로 ‘나’를 문제 삼고 있고 그것을 문제 해결의 유일무이한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나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는 사실이 있다’는 가르침은 사실 석가모니로부터 비롯된 것인데 그것이 21세기의 과학자들에 의해 낱낱이 밝혀지는 장면은 참으로 진경이 아닐 수 없다. - 작가의 말 -

책의 제목이 선뜻 눈에 들어왔고 그 다음은 책표지 뒷면에서 읽을 수 있었던 작가의 말에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까닭에 일부러 찾아보지는 않는 에세이였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책에 밑줄을 그어가며 읽었다. 에세이의 특성상 개인의 사적인 감정들이 많이 보일거라 짐작했지만 다분히 현실적인 언어들이 책속에 담겨 있었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들은 어쩌면 우리가 외면했거나 외면하고 싶어했던 주제가 아니었을까?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지 못하는 낡고 오래된 가르침과 세뇌들에 파묻혀버린 것들이란 말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평행우주, 자아, 시련, 생명, 기도, 사랑, 집중, 약속, 명상, 인연, 행복, 말(언어), 친절, 돈, 맛, 명작, 교양, 학문, 관상, 청춘, 중년, 인생, 노년 등등의 문제들. 작가가 제기하는 문제의식을 이제는 우리도 외면하면 안될 그런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빨간 밑줄이 그어지던 문장이 많았다. 그만큼 공감을 할 수 있었다는 말일까? 어쨌거나 저자가 제기한 문제점들은 이미 우리 사회의 빨간불이 분명해 보인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던지는 저자의 질문과 대답은 명쾌하다. 철학부터 과학까지 모든 분야에 걸친 저자의 사색이 담겨 있다. 문학을 다룬 부분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안타깝게도 세계문학의 한국 이식은 일제 강점기에 맥이 닿아 있다고. 우리가 알고 있는 교양과는 별개라고. 그러면서 저자는 책을 읽는 관점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다. 진정 좋은 책은 우리로 하여금 인간과 인생의 문제를 생각하게 만들고, 그것을 타자들과 나눌 수 있는 대화의 장을 마련해 준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명작의 조건이다. 그러므로 화려한 장정, 넘쳐나는 홍보물, 과장된 추천사와는 별개로 좋은 책을 찾고자 하는 독자적인 탐사 과정을 꾸준히 지속해야 한다.(-132쪽) 또한 외모지상주의에 찌들어가는 21세기의 현대인들에게 저자는 일갈한다. 폼 나게 그랜저를 타고 가다가 논두렁에 쑤셔 박히는 인생보다 티코를 타고도 고속도로를 질주할 수 있다는 걸 발견함으로써 자기 인생의 가치와 의미, 보람과 기뿜을 얼마든지 만끽할 수 있다고.(-156쪽) 프랑스의 지성 자크 아탈리는 30억 명 이상의 인류가 일상적으로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놀라운 미래 사회를 예견했다는데 그의 저서 『호모 노마드(L'homme nomade)』를 읽어봐야 할 것 같다. 인류의 정체성을 호모 노마드, 즉 '유목하는 인간'이라고 풀어냈다는 저자의 말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아이비생각

요컨대 모든 우주론은 증명 불가능한 가설일 뿐이라는 얘기다. (-15쪽)

인간들이 살아가는 세상에는 참 많은 계(界)가 존재한다. 사람이 만들어놓은 경계가 무수한 계를 낳아 동물계, 식물계, 인간계가 확연히 구분된다. - 계와 계가 경계를 만들어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갈등과 쟁투가 끊이지 않는다. 사람은 모두 자신이 속한 계가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계가 서로 맞물려 에너지 연동이 일어나고 있으나 오직 자신이 속한 계만 존재하는 듯히 행동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속한 계만 앞세우면 드넓은 세상과의 소통과 화합에 근원적인 한계를 노출한다. (-20쪽)

날마다 기도하면서 기도하는 걸 숨겨야 하는 이중성, 이것이 디지털 문명을 살아가는 21세기 현대인의 한계인 동시에 비극이다. 인류가 사라지지 않는 한 기도도 사라지지 않을 터이니 이제는 그것을 더 이상 기도비닉企圖秘匿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될 것이다. 기도는 종교의 문제가 아니라 그저 평범하고 나약한 모든 인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52쪽)

21세기는 디지털 노마드의 시대이다.(-83쪽)

21세기는 무절제한 과잉 인연의 시대이다. 옛날에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했지만 이제는 손가락만 움직여도 인연이 맺어지는 소셜 네트워크 시대이기 때문이다. 무제한적인 연결로 인연의 개념이 희박해지고 그것으로 인해 인연의 중요성 또한 인지하지 못한다. 사람의 소중함을 간과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손가락으로 만나니 헤어지는 것도 손가락으로 '삭제'하면 그만.(-90쪽)

행복해지고 싶다는 욕구는 지금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조건으로부터 해방되고 싶다는 심리적 상태를 반영한다.(-93쪽)

21세기, 우리가 살아가는 SNS 감옥은 팡세 시대의 비유가 무차별하게 팽창하고 또한 극대화된 세상이다. 날마다 무차별하게 처형하고 또한 처형당한다. 프랑스혁명 당시 날이면 날마다 무수한 사람들을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게 한 막스 밀리앙 로베스 피에르가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아이러니가 온 세상에 만연한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인간은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다.(-97쪽)

생각은 길게, 말은 짧게 하라는 말이 있다. 부질없는말, 장황한 말을 경계하는 말이다. 요점 정리가 되어 있지 않은 말, 맥락을 잃은 말을 한정 없이 늘어놓는 건 인간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KISS 화법'을 중시한다. 'Keep it short & simple'. - 좋은 말보다 말장난이 횡행하는 시대, 진지함과 집중력을 상실하게 만든다는 걸 간과해서는 안된다. 말이 곧 사람이다.(-106쪽)

"아무리 튜닝을 해도 티코가 그랜저가 되는 건 아닙니다." (-1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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