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궐로 떠나는 힐링여행 : 덕수궁 인문여행 시리즈 10
이향우 글.그림, 나각순 감수 / 인문산책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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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궁궐로 떠나는 힐링 여행이라는 책의 제목에 공감한다. 먼 길 떠나는 여행은 아닐지라도 고궁의 담장을 따라 조용히 걷다보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걸 느낄 수 있으니 힐링이라는 말이다. 마음에 어떤 녀석들이 들어와 시끄럽게 떠들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버스나 지하철을 탄다. 그리고 가는 곳이 박물관이나 고궁이다. 개인적으로는 창경궁을 가장 좋아하고 두번째로 좋아하는 곳이 경복궁과 덕수궁이다. 창덕궁은 왜 빠졌냐고 묻지 마시라. 경희궁은 너무 한적해서 혼자 가기엔 좀 그렇고. 특별히 사랑하는 곳이 있다면 운현궁이다. 쪽마루에 앉아 쏟아지는 햇살을 느끼고 있노라면 마음속의 시끄러운 것들은 어느새 사라지고 처마의 곡선을 바라보며 참 좋다, 라고 중얼거리게 된다. 궁궐을 자주 찾다보면 늘 아쉬운 느낌이 드는 곳이 있다. 바로 동십자각이다. 홀로 섬처럼 떨어져 있는 동십자각은 사실 경복궁의 망루였다. 담장과 연결해 주는 것이 마땅함에도 동십자각은 여전히 외롭게 서 있다. 덕수궁의 대한문도 그랬던 시절이 있었다. 이 책의 54쪽에서 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914년 숭례문에서 광화문까지 일직선의 도로가 뚫리면서 덕수궁의 담장을 뚫고 지나가니 대한문만 홀로 생뚱맞게 서 있었던 것이다. 그런 사실을 알게 되면 또 한번 아쉬움에 한숨을 내쉰다. 경운궁 시절의 모습을 제대로 간직할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그것을 잃은 것은 서울이라는 도시의 불행이다.

덕수궁은 접근성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찾아가는 이가 그리 많지는 않은 듯 하다. 꽃피는 계절이나 특별 관람을 하는 시기가 아니라면 대부분 근처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오후에 잠깐의 쉼을 얻는 곳으로 쓰임새가 더 많아 보인다. 한동안 덕수궁이냐, 경운궁이냐 이름을 두고 왈가왈부 말이 많더니 결론이 났나? 뭐 어느 쪽이 되었든 궁궐이 가진 의미만 제대로 안다면 굳이? 덕수궁도 경운궁도 그 이름이 안고 있는 역사가 있으니 무엇이 맞다 그르다 목소리 키울 일은 아닌 듯해서 하는 말이다. 덕수궁을 잘 아는 사람이라 해도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많아 보인다. 많은 사진이 실려 있기도 하지만 직접 그림을 그려 세세하게 설명해 주는 부분에 감사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저자의 말처럼 덕수궁으로 들어가기 전 건너편에 있는 환구단 터를 둘러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대한제국 시기까지도 경운궁은 상당히 넓었다. 돌담길을 따라 걷게 되는 정동 일대까지 경운궁의 영역이었지만 1904년 함녕전에서 시작된 화재로 인해 많은 것을 잃었다. 일제강점기의 일이다. 돌아보면 우리에게는 아픈 역사가 참 많다. 우리가 기억하는 한 역사는 사라지지 않을테지만. 갑자기 석어당이 보고싶다. 昔御堂... 선조가 주로 사용하였다고 하여 '옛날 임금의 집' 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광해군이 인목대비앞에서 무릎을 꿇었던 곳이기도 하다. 석어당은 단청을 하지 않아 더 살가운 느낌을 전해받는 곳이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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