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집밥을 좋아하지만 지쳐버린 이들에게
고켄테쓰 지음, 황국영 옮김 / 윌북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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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건 뭘까? 남이 해 주는 밥. 딩동댕~ 정답입니다! 남이 나를 위해 갓 지은 밥을 그릇에 담아 먹으라고 주면 그것만큼 행복한 일도 없다. 그런 밥이면 반찬이 없어도 맛있다. 그렇다면 '집밥'은 '사랑'일까? 사실은 '집밥'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 '집밥'이라는 말 속에 들어있는 의미가 싫어서. 음식이 나오기까지의 모든 과정은 생략된 채 그저 먹는 사람의 입장에서만 이야기하는 '집밥'이라는 말은 듣기에만 좋을 뿐이다. 그렇다고 '집밥'에 대한 노동가치가 높은 것도 아니고. 30년동안 열심히 밥을 하다보니 지금까지도 밥속에서 정성과 사랑을 찾아대는 왕꼰대 조선남자를 바라보면 이 책에서 말하듯 괴로움을 넘어 미움으로 바뀐다. 오죽하면 삼식이가 가장 밉다는 말이 있을까? 책을 읽으면서 공연스레 피식피식 웃음도 나고... 솔직히 말하면 하루 세번씩 먹는 밥의 일년치 식단을 누가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그 '집밥'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있을까 싶어 시선이 갔던 책이다. 대부분의 요리책이 실제와는 좀 거리가 있는 듯 싶어 곁에 두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주부가 요리연구가처럼 요리를 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서다. 주부들 사이에 백종원 레시피가 유행하는 것은 아마도 주부의 입장을 생각한 까닭일 것이다. 종이컵으로 한 컵이면 되구유, 밥숟가락으로 반 만 느시면 되유~ 150g이니 300g이니 하는 말보다 얼마나 듣기 편한가 말이다. 이 책은 아마도 그런 마음에서 쓰여진 게 아닐까 싶다. 요리연구가로 활동하면서 만났던 주부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큰 의미로 다가왔던 듯 하다. 개인적으로도 짜니, 싱거우니, 깊은 맛이 안난다느니 말 많고 탈 많은 왕꼰대 조선남자보다 그저 맛있게 먹어주는 한국남자가 훨씬 이뻐보인다. 이 책은 요리책이 아니라 에세이다. 레시피는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잠깐 다루고 있을 뿐이지만 그럼에도 눈을 크게 뜨게 된다. 반찬계의 용사 '나물'편이 엄청 반가웠다. 자주 해먹기도 하고 육식보다는 채식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부엌칼과 도마를 쓰지않는 레시피도 좋았다. 하루에 세끼를 먹어야 한다는 법칙은 없다. 반찬이 많아야 한다는 것도 캐캐묵은 생각이다. 사실은 집밥보다 사먹는 밥이 더 맛있다,라는 말이 좀 더 솔직하게 들린다. '집밥'이라는 말을 가만히 들여다보라. 얼마나 이기적인 말인지.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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