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짐바르도 자서전 -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으로 20세기를 뒤흔든 사회심리학의 대가
필립 짐바르도 지음, 정지현 옮김 / 앤페이지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제나 생각하는 것이지만 심리학은 참 매혹적이다. 심리학이라는 말이 이제 타인의 마음을 알기 위한 일종의 처세술처럼 변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유감스럽지만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기에 앞서 알기 위한 방법을 배우는 학습처럼 말이다. 사회심리학이란 말을 보면서 가장 먼저 리처드 탈러의 <행동경제학>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똑똑한 사람들도 비이성적인 선택을 거듭한다는 연구 결과가 상당히 흥미로웠던 책이다. 합리적으로 행동할 것 같았던 사람들조차 그렇지 않은 선택을 했던 것이다. 책의 부제에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으로 20세기를 뒤흔든 사회심리학의 대가라는 말이 보인다. 실험에 참가하기 위해 모였던 사람들이 가짜 교도소안에서 진짜 죄수와 교도관으로 변해가는 모습 역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상황의 힘'이라는 말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돌았다. 역시 사람은 상황에 따라 변할 수 밖에 없는 존재일까? 개인적으로는 그 말에 동의한다. '깨진 유리창 이론'에 대해 찾아보았다. 1969년 스탠퍼드 대학 심리학 교수였던 필립 짐바르도는 유리창이 깨지고 번호판도 없는 자동차를 브롱크스 거리에 방치했다. 그러자 사람들은 자동차의 부품을 훔쳐갔고 더 이상 훔쳐갈 것이 없자 자동차를 마구 파괴해 버렸다. 다시 말하면 유리창이 깨진 자동차를 거리에 방치에 두었을 때 법과 질서가 무너졌다는 의미로 전해져 그보다 더 큰 범죄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말인데 그것이 바로 <깨진 유리창 이론>이다. 또한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익명성이 보장되는 여건에서 사람들의 범죄는 늘어날 수 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필립 짐바르도는 현재 91세라고 한다. 20세기 초 시칠리아에 이민 붐이 불었을 때 미국으로 간 조부모에 의해 그의 부모는 미국에서 태어났고 필립 짐바르도는 이탈리아계 미국인 2세가 되었다. 아버지가 일하는 걸 싫어했던 까닭으로 늘 가난하게 살았다. 어릴 땐 유대인이라고, 고등학교 땐 시칠리아 마피아라고, 예일대에서는 흑인이라고 오해와 차별을 받았으며 예일대를 졸업한 뒤 뉴욕대학교에 임용되었을 때는 형제들과 일을 하며 푸에르토리코인이라고 오해를 받기도 했다. 그가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되었을 때까지 인종적인 오해를 받았다는 사실이 눈길을 끈다. 어쩌면 그런 상황들이 그를 심리학으로 인도했던 건 아니었을까?

사람은 누구나 스스로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 다만 상황이 선한 행동과 나쁜 행동을 하게 만들 뿐이야. 사람들은 이런 현실을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지.(-34쪽)

인간은 어떤 결정을 내릴 때 상황, 감정, 타인의 행동과 말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과거 또는 비슷한 상황에 대한 기억에 집중하느라 현실적이고 즉각적인 맥락을 무시하기도 한다. 반대로 현재 행동에 따른 결과와 위험, 득실을 따져 볼 때도 있다. 이처럼 주요 시간관은 완전히 다른 경로로 우리의 행동을 이끌어낸다. (-270쪽)

'상황의 힘'이란 말을 보면서 <파리대왕>과 <파이 이야기>가 떠올랐다. 어린 아이들조차도 무리를 지어 대립을 하며 그 안에서 리더를 만들거나 혹은 리더가 되고 싶어 한다는 것을 보면 어쩌면 그것이 인간의 속성일 것도 같고. 결국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면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살아야 한다는 것 역시 인간도 하나의 동물군에 속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그 절망적인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것으로 저자는 '인간성'이라는 말이 마지막 희망인 듯 말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가장 걱정하는 것이 무엇인가. 바로 인간성의 상실이다. 그런 까닭으로 사회심리학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창조론'보다는 '진화론'을, '성선설'보다는 '성악설'을 믿는 까닭인지 이 책이 남긴 울림은 꽤나 깊었다. 사람의 마음을 연구한다는 것은 상당히 매력적인 학문임에 분명해 보인다. 저자의 마지막 당부를 메모한다. 그러나 어쩌랴, 인간이 그렇게까지 이성적인 존재가 아닌 것을. /아이비생각

우리 모두는 거대한 악을 행할 수 있는 능력과 거대한 선을 행할 수 있는 능력을 동시에 갖고 있습니다. 문제는 인간은 누구나 과거와 현재 상황에 지배를 받는다는 거죠. ----- 본능적으로 생존하기 위해 주변 사람이 하는 것을 그대로 따르려고 하겠죠. 이런 경향성을 바꾸고 싶다면 무엇보다 상황의 힘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314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