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우리 (작사:김민기 작곡:김민기 편곡:김광민)

사람들은 손을 들어 가리키지
높고 뾰족한 봉우리만을 골라서
내가 전에 올라가 보았던 작은 봉우리 얘기해줄까?

봉우리...
지금은 그냥 아주 작은 동산일뿐이지만
그래도 그때 난 그보다 더 큰 다른 산이 있다고는 생각지를 않았어
나한테는 그게 전부였거든...

혼자였지
난 내가 아는 제일 높은 봉우리를 향해 오르고 있었던거야
너무 높이 올라온 것일까?
너무 멀리 떠나온 것일까?
얼마 남지는 않았는데...

잊어버려! 일단 무조건 올라보는거야
봉우리에 올라서서 손을 흔드는거야 고함도 치면서
지금 힘든것은 아무것도 아냐
저 위 제일 높은 봉우리에서 늘어지게 한숨 잘텐데 뭐...

허나 내가 오른 곳은 그저 고갯마루였을 뿐
길은 다시 다른 봉우리로
저기 부러진 나무등걸에 걸터 앉아서 나는 봤지
낮은데로만 흘러 고인 바다
작은 배들이 연기 뿜으며 가고

이봐, 고갯마루에 먼저 오르더라도
뒤돌아서서 고함치거나 손을 흔들어 댈 필요는 없어
난 바람에 나부끼는 자네 옷자락을
이 아래에서도 똑똑히 알아볼 수 있을테니까 말야

또 그렇다고 괜히 허전해하면서
주저앉아 땀이나 닦고 그러지는 마
땀이야 지나가는 바람이 식혀주겠지 뭐
혹시라도 어쩌다가 아픔같은 것이 저며 올때는
그럴땐 바다를 생각해  바다...
봉우리란 그저 넘어가는 고갯마루일 뿐이라구...

하여, 친구여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 바로 지금 여긴지도 몰라
우리 땀 흘리며 가는 여기 숲속의 좁게 난 길
높은 곳엔 봉우리는 없는지도 몰라
그래 친구여 바로 여긴지도 몰라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

김민기의 "봉우리" 라는 노래의 탄생 배경은 88년도 서울 올림픽이었다.
모래시계의 작가로 유명한 송지나씨의 의뢰로 88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을 위한 TV프로그램의 테마음악을 김민기씨가 작곡하게 되었다.
하지만 해금에서 자유롭지 못한 김민기라는 이름은 드러낼 수 없었다.
김민기씨의 음악은 항상 순수하게 시작됐으나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운동권 가요도 되고,
시대를 대변하는 노래도 되었다며, 그게 자신의 팔자라고 김민기씨 스스로 말했단다.
아무튼 배경이야 어찌되었든 곱씹으며 들을 만한 노래다.



언제였는지 기억나지는 않는다. 내가 처음 이노래를 들었던 때가..
왜 그리도 가슴이 아파왔었는지...
무언가 내안에서 꿈틀거리며 치고 올라와서는
끝내 눈물 한자락으로 흘러내리고 말았었지.
왜 그토록 저미는 가슴이었는지 나는 지금도 알지 못하겠다.
다시 이노래를 만나고..
김민기씨의 아릿한 목소리는 또다시 나를 멈칫거리게 한다.
어쩌라고...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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