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산조각
정호승 지음 / 시공사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산산조각 / 정호승

룸비니에서 사온

흙으로 만든 부처님이

마룻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팔은 팔대로 다리는 다리대로

목은 목대로 발가락은 발가락대로

산산조각이 나

얼른 허리를 굽히고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순간접착제를 꺼내 붙였다

그때 늘 부서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불쌍한 내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어 주시면서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가 있지

한 편의 詩가 우화로 태어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단다. 그래서 쓰게 된 책이라고 한다. 동화나 우화는 아주 작은 이야기를 통해 아주 큰 울림을 준다.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고 어렵지 않게 그 뜻을 헤아릴 수 있어서 좋은 것이 동화나 우화일거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맑고 향기로운 생각속에서 만들어지는 게 동화나 우화일거라고도 생각했었다. 그래서 선뜻 이 책에 손을 내밀었다. 이 무더위를 가볍게 식혀줄 수 있을 것 같아서. 평소에도 자주 필사하곤 했던 <산산조각>이라는 시를 다시 한번 읽어보았다. 역시 좋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 책을 읽는 내내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 라는 詩가 자꾸만 떠올랐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아마도 많은 사람이 암송하는 시 중의 하나 일 것이다. 그만큼의 가치를 묻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 말하고 싶어하는 것이 ' 삶의 가치'다. 책띠의 말을 보자면 이렇다. 이 책은 인간의 삶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 가치인가, 그 가치를 통해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우화의 방법으로 성찰해 본 것이다. 독자 여러분께서도 내 존재의 가치를 찾아 그 가치에 순명함으로써 뜻 깊은 인생을 완성하시길 기도한다... 작가의 말이라 한다. 그런데 왠지 부담스러운 느낌이 든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조금은 억지를 부리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모든 이야기의 말미에 그러니 너도 너의 가치를 알아 그 가치에 알맞은 삶을 살아야 한다고 반복하고 있다. 작가의 마음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지 못하는 건 아쉬움으로 남았다. 똑같은 천으로 태어나 누구는 행주가 되고 누구는 걸레가 되었다는 것처럼 누구나 한번쯤은 본 적이 있고 들은 적이 있었을 이야기들이 이 책 속에 있다. 그럼에도 저마다의 가치가 다르다는 이야기... 삶이 무엇이냐고 묻는 이보다 구도의 길을 가고 싶은 사람에게 권해야 할 듯한 그런 느낌? 너무 큰 기대를 했었나? 물론 읽는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느낌은 다를 것이다. 답이... 너무 어렵다. /아이비생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