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의 날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 4
카롤린 라마르슈 지음, 용경식 옮김 / 열림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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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3월 20일 E411 고속도로에서 보았던 개에게...

우리가 버린 개, 가엾은 개를 나는 잊을 수 없다. 그런 개를 생전 처음 보았기에 그 충격이 더 컸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마주치는 문장이다. 어떤 개가 고속도로에서, 중앙분리지대를 달려가고 있었다. 그것은 매우 위험한 일로, 치명적인 사고를..... 그것을 보고 여섯 사람이 멈춰 섰다. 달리던 차를, 달리던 자전거를. 하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 개가 진짜로 버려진 개였는지, 그 개가 실제로 존재했었는지조차 사람들은 알 수 없었다. 그 여섯 사람의 이야기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개의 이야기. 그 개를 보았던 날 문득 찾아왔던 어떤 감정으로 인해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는 이야기가 이 책 속에 머문다. 고속도로 중앙분리지대를 달려가고 있던 개는 여섯 사람에게 무엇을 묻고 갔을까? 그런데 실제로도 그런 일이 일어날 수는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힘든 일이다. 중요한 것은 그 개를 통해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볼 수 있었고, 그 개를 통해 현재의 삶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는 걸 인식했다는 것이다. 여섯 사람 모두 자신이 겪고 있는 아픔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삶에 지친 트럭 운전사도, 좋아하던 여신도를 찾아 헤매는 늙은 사제도, 애인과 이별하기 위해 고속도로를 달리던 여자도, 일하던 가게에서 해고 당한 동성애자도, 암으로 세상을 떠난 남편에게 자신이 버려졌다고 생각하는 과부와 모든 불만을 먹는 것으로 해소하던 과부의 딸도 그 개를 통해 소리내지 못했던 자신의 내면과 만나게 된다. '우리는 "사냥개 떼에게 쫓기는 토끼"처럼 질주하지만 사냥개 떼는 없다'는 말이 우리의 현실을 빚댄 말이 아닐까 싶다. 힘든 시간은 우리를 외롭게 하고, 서로에게 다가갈 수도 없는 현실속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라고 말했던 어느 시인의 말을 떠올린다. 누구도 우리에게 그런 삶을 살라고 강요한 적은 없지만 어쩌다 보니 우리는 저 고속도로 중앙분리지대를 달려가고 있는 개처럼 살고 있는 건 아닌가 묻고 있는 것이다. 위험하고, 위태롭고, 아슬아슬하고, 불안한. 제목만 보고 너무 쉽게 생각했다. 오산이었다. 이 책은 관념적이고 철학적이다. 책의 뒷표지에 써있는 추천글조차도 그것을 해결해 주지 못한다. 어차피 읽는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느낌은 다를 테니까. 다만 이 책이 가리키고 있는 방향만은 살짝 알려주고 있을 뿐이다. 그 날은 개의 날이었을까? 허상과 같은 개를 달리게 하여 자신의 살을 돌아보게 하였으나 고작 여섯 사람만이 차를 멈추었을 뿐이다. 그것이 현실이다. 서글프게도 이 책에서는 아웃사이더들의 고통이 느껴진다. 희망을 말하기에는 왠지 불안하고 아슬아슬한 시간속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차라리 그 개처럼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삶이 어쩌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여섯 개의 이야기마다 붙여진 소제목이 자꾸만 시선을 붙들었다. '별 수 없음'을 인지하고 결국엔 '영원한 휴식'을 취하기로 했던 이야기의 끝에 희망보다는 절망이 매달려 있는 것 같아 씁쓸함이 남아 있다. 역시 여름의 더위를 이겨내기에는 가볍고 밝은 이야기가 제격인가? 차라리 그냥 단순히 잃어버린 개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더 좋았을까? /아이비생각


사냥개 떼에게 쫓기는 토끼처럼 미친 듯이 달려가는 개. 다만 사냥개가 없고, 아무도 추적하지 않고, 당사자만 있다. 우리도 꼭 그런 식이다. 완벽한 건강을 갖고 아주 편리한 일상적인 지식을 갖춘 젊은이인 우리들은 숨이 차도록 달린다. 그러나 아무도 우리를 추적하지 않으며 가장 친한 친구들조차 우리를 찾지 않는다. 직업상의 이동의 필요가 냉혹한 힘으로 이동시키는 이 자동차들 안에 우리를 위한 자리는 없다. 그런데 우리는 왜 무엇을 쫓고 있는 것인가? (- 1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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