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의 탄생
김민식 지음 / 브.레드(b.read)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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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읽었다. 하나 하나 그림을 떠올리면서. '짓다'의 어근 '짓'이 집의 옛말이라 한다. 처음 알았다. 책 속에는 '집'이라는 말이 품고 있는 따스함이 공존한다. 옛말에 거적때기 같은 집이라도 내 집이 최고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집은 우리에게 엄청난 의미를 부여한다. 작금의 시대가 품고 있는 의미와는 조금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아파트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니 고층 아파트야 더 말 할 필요가 없다. 가끔 생각했었다. 아파트를 5층 이상은 지을 수 없도록 규제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왜냐하면 나무보다 높지 않은 건축물이 아름다워 보이는 까닭이다. 어느 정도 자연과 조화를 이룰 수 있었다면 탄소 중립이니 친환경이니 하는 주제로 목소리를 높이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한옥이라 정의하는 한국의 전통집에 대해 따끔하게 한마디 하는 저자의 말은 울림이 크다. 저자의 말처럼 서울 가회동 민가나 북촌의 살림집이 우리의 전통 건축은 아닐 것이다. 사실 그 동네는 일본인들에게 이 나라 땅을 빼앗기기 싫어했던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곳이라는 역사적인 의미가 부여되는 곳이다. 사유의 공간이었다던 하이데거의 오두막을 그린 그림이 시선을 끈다. 오두막 뒤에 전나무, 가문비나무가 시커멓게 서 있다는 곳. 한번은 보고 싶어진다. ​

저자는 나무로 집을 짓는 사람이다. 나무의 특성을 파악하고 분류하는 모습이 눈에 그려지는 듯 하다. 습기에 강하고 잘 썩지 않는 밤나무는 강도가 뛰어나 건축재로 사용하기에 더없이 훌륭하다고 한다. 19세기 노르웨이의 통나무집은 작지만 정겨운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염가 주택의 대량 보급이 필요했던 미국에서는 경량 주택이 일반 주택의 시작이었단다. 나무만 있다면 누구나 지을 수 있었던 집. 그런 경량 주택이 우리 나라로 유입되어 지금 너나 할 것 없이 여기저기에 세워지고 있다고 한다. 결국 값싸고 편리한 쪽으로 사람들의 마음이 기우는 모양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나무가 천연재가 아니라는 점이다. 저자의 안타까워하는 마음에 공감한다. 도연명이 <귀거래사>에서 읊었던 초가집이나 황희 정승이 살았다던 비 새는 집, 세 칸 도산서당, 법정 스님의 산중 토굴을 소개하면서 작고 초라하지만 빛나는 집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집이 재산으로 취급되는 지금의 우리에게는 그저 남다른 이야기에 불과할 뿐이다. 거적때기 같은 내 집이 아니라 남의 기준에 맞춘 집이라야 하는 작금의 우리 사회는 저자의 말처럼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물론 아파트가 아닌 형태의 집도 많다. 요즘에 와서 많은 사람이 꿈꾸는 전원주택처럼. 이 책 속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집의 형태는 다양하다. 세기의 건축가가 지은 집, 외딴 숲속 철학가의 오두막, 휘황찬란한 왕비의 궁전, 마주 앉으면 무릎이 맞닿는 시인의 집, 골목길에 즐비하던 아무개의 양철집, 그리고 아파트. 그저 이름과 평수로만 이야기되는 아파트는 사람의 온정을 느끼기가 쉽지 않다. 개인적인 취향일 뿐이겠지만 말이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지방에 갈 때마다 많아지고 있는 아파트를 품은 풍경이다. 뜬금없는 곳에 덜렁 떨어진 듯이 한 두 동 지어진 아파트의 풍경은 정말 생뚱맞다. 거두절미하고 이 책을 통해 여러 건축물을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이름값을 하는 건축물도 있고, 그 주인의 이름때문에 유명해진 집도 있다. 숲 속에 지어진 작은 집도 있고 멋보다는 기능과 목적에 맞게 지어진 집도 있다. 여러 형태의 집을 소개하고 있는 저자의 발길이 얼마나 바빴을까 싶기도 하고. 사진보다는 그림으로 보여주니 조금은 이채롭게 다가온다. 저자는 집을 짓는 사람이다. 8평 집으로 이사할 꿈을 가진 사람. 언젠가 나무로 작은 집을 지어주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본 적이 있는데 저자 역시 나무로 집을 짓는 사람이라고 한다. 나무집, 이라는 말은 그 속에 알 수 없는 따스함을 품고 있는 듯 하다. 이 책을 통해 한자부터 일반 상식에 이르기까지 정말 다양한 공부를 했다. 세상에서 이름값하는 건축물의 이미지를 볼 수 있었고 그에 따르는 설명은 재미었었다. 시대에 따라 혹은 사람들의 필요에 따라 변해가는 집의 형태도 소개한다. 말로는 친환경을 이야기하면서도 결국 값싸고 편리한 쪽을 선택하는 인간의 모순은 영 껄끄럽게 다가온다. 책을 읽으면서 유랑자의 삶을 그렸던 영화 <Nomadland>가 떠올랐다. 우리에게 집은 어떤 의미일까?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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