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 티켓
브렌든 버처드 지음, 안진환 옮김 / 웅진윙스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하지만 나는 여전히 팽이파에 속해 있다. 그많은 자기계발서를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늘 그자리에 멈춘채 고장난 바퀴만 탓하고 있는 내 자신과 너무도 자주 만나는 까닭에 나는 내 운전미숙을 돌아볼 마음조차도 잃어버리고 사는 모양이다. 책속에서 비유해 주었던 항해파와 팽이파의 모습은 딱, 나였지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항해를 하자면 바람도 만나고 거친 파도도 만나고 이런 저런 힘겨운 조건들을 만날 거라는 것을 예상하면서도 힘차게 노를 저어가는 항해파가 있는가 하면 그 힘겨운 조건들에 떠밀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거나 아니면 제대로 앞을 향해 나아가지도 못할 것이라고 지레 겁을 먹고 제자리에서만 맴도는 혹은 그 조건들을 이겨내야 한다는 것조차도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은 팽이파.. 나는 주저하지 않고 팽이파속에 나를 밀어넣는다. 왜 그래야만 했는지는 내 자신이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내 주변에는 정말 셀 수 없이 많은 자기계발서들이 그야말로 난무(?)하고 있다. 어떤 형식을 빌어왔던간에 그것대로만 실천하면 세상에 안되는 일이 없을 것 같고, 그것이 가르쳐주는대로만 살아가면 세상에 성공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많은 자기계발서를 끊임없이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나는 성공하지 못하는 것일까? 왜 나는 맨날 그자리에 있어야 하는 것일까? 그러다가 마침내는 나의 주변에서 자기계발서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사실 자기계발서를 펼치면 내용은 다 거기서 거기다. 단지 어떤 놈을 앞에 세웠느냐에 따라 줄서기의 순서만 달라져있을 뿐..  이론만 가득 담아놓은 책보다는 그런 이론들을 실제적인 생활속에서 만나볼 수 있도록 배려해 놓은 책을 찾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꿈과 이상도 중요하지만 내가 배려해 주어야 할 지금 현재의 모습도 중요했던 까닭이다. 현실에 안주하면 꿈과 이상을 쫓을 수 없다는 막연한 말보다도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그 안에 나의 꿈과 이상을 적절히 배합시킬 수 있도록 안내해 줄 책이 없나 두리번거리기도 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나의 가슴속에 깊이 들어왔다. 아주 작은 일상적인 생활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혹은 인정하지 못하는 부분부분들을 콕콕 집어내어 나를 아프게도 했다.

이 책을 제대로 만나기 위해서는 우선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 어떻게? 이미 닳고 닳아버린 세월을 어찌하고?  이 책의 주인공 역시 그런 장벽에 부딪히고 만다. 보여주는 것들을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오류를 범하고야 만다. 자기자신에게 올인을 해버린 헨리의 변해가는 모습만을 안타까워하면서 변화를 인정해야함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못하는 아니 그럴 용기조차도 갖지 못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누구랄 것도 없이 나와 똑같았다. 그래서 조바심이 났다. 그래서 가슴 한켠이 싸아하게 저려오기도 했다. 내게 진정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 내가 진정으로 하고자 하는 일은 무엇인가? 내게 있어 진정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열심히 살았다면 지금 행복하냐고 이 책은 묻고 있다. 행복... 그것을 어떻게 해야 내것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일까? 나를 늘 마음 아프게 하는 말을 또다시 만나게 된다. 표현하는 것.. 자신을 제대로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 누군가에게 숨김없이 자신의 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몇 개의 가면을 등뒤에 숨기고 살아가는지 알 수 없다. 세상속에 내민 나의 위선적인 얼굴들..

그 수많은 가면중에서 그때 그때 필요한 가면을 찾아내어 나를 숨긴채 타인을 만나고 세상속을 걸어다니는 삐에로가 되어버린 지금의 내 모습. 그러면서도 상대방에게는 진실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고 손가락질은 하지 않았나 되돌아 생각하게 한다.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서  40일간의 여행을 떠나있었던 주인공의 모습을 빌어 초대장도 없이 찾아간 놀이공원의 입구에서부터 나를 안내해 줄 노인 헨리를 만났을 때의 설레임과 나를 변화시키기 위해, 혹은 나의 변화에 도움을 주기 위하여 존재했었던 많은 조언자들과의 기나긴 심리전.. 놀이공원으로 나를 데려가 준 책의 작가에게 나는 고마움을 느꼈다. 하지만 그 놀이공원에서 나는 마음껏 뛰어놀지 못했던 것 같다. 슬픈 얼굴로 나를 바라보던 헨리의 눈길조차도 외면해 버리고 싶었을만큼.. 과거에 얽매인채 현실을 제대로 살아내지 못하는데 어찌 미래가 밝은 얼굴로 웃어줄 수 있겠는가 말이다. 나의 아픈 과거가 이 책속에 그대로 녹아 있었다. 내가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것들이 이 책속에서 빤히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지금까지 만났던 책들과 같을 뿐이라고 생각하기엔 너무도 절실하게 다가오는 느낌들이 나를 너무도 아프게 했다. 여전히 팽이파로 머물고 있는 나의 몸짓과 생각들이 내 안에 고여 어쩌면 썩어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놀이공원에 가면 정말 많은 놀이기구들이 그 높이와 크기를 달리하며 제각각 더 큰소리로 고함을 질러댄다. 좀 더 짜릿함을 느끼고 싶다면 내게로 오세요... 좀 더 공포스런 아찔함을 느끼고 싶다면 이쪽은 어떨까요? 귀가 아플정도의 시끄러움.. 뭔가 획기적인 일이 일어났으면 좋겠어.. 에이, 전쟁이나 확 터져버려라.. 홧김에 아니면 늘 같은 모양새로 번복되어지는 일상이 짜증스러워서 한번쯤은 해보았던 말들이다. 그야말로 어느날 갑자기 몇십억의 복권이 딱 맞아주는 일이 벌어진다면 그것처럼 멋진 일은 없겠지만 말이다. 놀이공원의 여러방을 지나쳐가면서 내가 가장 오래도록 머물렀던 곳은 롤러코스터가 있었던 곳이었다. 물론 그 스릴을 느끼기 위해서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그 안에서 나를 기다려주었던 조언자의 말때문이었다. 침묵의 사이클! 패턴화된 행동이고 고통의 롤러코스터같은... '나 때문에 다른 이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성가신 존개가 되긴 싫어'라고 생각하면서 살아왔던 나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거기에서 발가벗기워지고 있었다. 명심하게! 만일 그 사이클을 고수한다면, 다시말해 자신의 감정과 원하는 바를 표현하지 않는다면, 지금 돌고 있는 삶의 궤도에서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어. 그 사이클이 처음에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이해하고 그것을 멈추어야만 해... 대부분의 침묵은 과거와 연이어져 있다는 조언자의 말에 눈물이 날 뻔했다.

"인생에서 침묵이란 언제나 최소한의 저항을 받는 길이지.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표현하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들의 반응에 대처할 필요도 없으니까. 상처받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할 필요 없고, 반대의견에 부딪힐 위험을 무릅쓰지 않아도 되지. 하지만 내 말 명심하게. 최소한의 저항을 받는 길은 바로 저 롤러코스터의 궤도와 같다네.... 이젠 자네의 솔직한 감정과 자네가 정말 원하는 것을 표현하라구. 그래야 새로운 사이클이 시작된다네. 그저 가끔씩만 표현하는 것으로는 부족해. 지금부터 계속 그렇게 해야해."<187쪽>

아버지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느꼈던 자신의 힘겨움이 결코 아버지 탓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는 순간, 소중한 골든티켓을 사랑하는 여인 메리에게 전해주었던 사람이 바로 아버지였음을 알게 되었던 그 순간에 내가 받았던 충격은 참으로 컸다. 누가 자기에게 초대장을 준거지? 몇 달 전에 만난 사람, 어디소 왔는지도 모르지만, 나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아낀다고 했어. 나를 찾아와 나와 당신을 정말 걱정하고 아낀다고 말한 사람, 예전과 다른 인생을 살기로 결심한 사람이었어.. 메리의 대답과 눈물 사이로 잠시 망설이던 아버지는 그렇게 말했었다.
"안녕, 아들아!"

골든티켓을 받기 위해 나 자신을 변화시키기 위해 첫번째로 해야 할 일은 현실을 직시하며 변화를 열망하되 부정적인 수군거림에 흔들리지 말며 타인에 의해 규정된 삶을 살지 말것. 자신을 지켜줄 신념을 만들고 불길한 주문을 깨뜨릴 것.. 두 번째, 부정적인 기억과 맞서 싸우고 행복한 기억은 자주 떠올리며 긍정적인 태도를 갖고 살것. 세 번째는 물론 책임이다. 목표를 정확히 하고 표류자가 아닌 항해자로 나서며 침묵의 사이클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는 바로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목표를 정했으면 망설이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자기 자신을 믿어야 하고 두려움에 맞설 마음을 가져야 한다. 많은 메세지들을 만날 수 있었지만 이렇게 정리해놓고 보니 역시 어렵다. 여전히 나는 팽이파인가?
늘 그렇듯이 가장 마지막은 사랑이다. 사랑을 잃어버리면 안된다고 써있다. 나를 아프게 한다고 생각했었던 과거의 기억들을 용서하고 받아들임으로써 과거로부터의 탈피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누군가가 내 인생을 어떻게 할 수는 없는거라고.. 내가 살아가고 있는 모든 것들은 그 누구의 탓도 아니라고.  책장을 열고 놀이공원 안으로 들어가는 그 순간부터 나는 또하나의 내 모습을 보았다. 그야말로 뜨끔할 정도로..  자신과 대면하여 진정한 자아를 찾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타인과 긍정적인 소통을 하지 않으면 삶은 무의미하다던 옮긴이의 말처럼 인생은 관계다. 그리고 자신에게 던졌던 물음들..
" 주변 상황만 탓하며 내 안의 가능성을 외면하고 있지 않은가?"
" 나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책장을 덮는다. 그렇게 한참동안을 나는 눈을 감은채 있었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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