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순간을 놓치지 마 - 꿈과 삶을 그린 우리 그림 보물 상자
이종수 지음 / 학고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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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머리에 쥐난다. 옛그림을 보니 학창시절에 열심히, 그저 열심히 외우기만 했던 기억이 스멀거리며 찾아온다. 그 때는 왜 그렇게 모든 걸 외우게 했었는지. 연대와 작가와 작품의 이름을 하릴없이 그렇게나 외워댔었다. 왜? 시험에 나오니까. 하지만 지금의 학생들이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공부하는 방식은 많이 달라졌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일까? 옛그림을 보면서 공감한다는 게 솔직히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이런 해설서도 필요할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너무 해설서식으로만 그림을 바라보면 자신만의 느낌이 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염려 아닌 염려를 하게 된다. 이 책은 저자가 자신만의 보물상자에 담아놓은 그림을 모아놓았다고 한다. 그러니 소개할 때의 기분이 어떠했을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겠다. 그리고 묻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보물상자가 있을 것인데 당신의 보물상자에는 어떤 것이 담겨있느냐고. 소개된 작품들은 많다. <세한도>, <월하정인>, <동궐도>, <자화상>, <화성행행도병풍>, <태조어진>과 같은 그림들은 수도없이 들었을 것이고, <곤여만국전도>와 <독서당계회도>같은 그림들은 정말 열심히 외웠던 기억이 있다. 책속에는 보물로 지정된 그림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그림도 있다. 작가의 아쉬움을 담아 소개하고 있는 그림들을 한번 더 바라보며 함께 생각을 해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옛그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오래전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보았던 '고려 불화展'이다. 그토록이나 많은 작품을 다른 나라에게 빼앗겼다는 사실이 얼마나 분했었는지. 지금이 아니면 언제 또 볼 수 있으려나, 하는 마음에 두번이나 가서 꼼꼼하게 보았었는데 왜 한번 더 보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가 여전히 남아 있다. 반갑게도 이 책속에서 <수월관음도>를 만나게 된다. 백의를 입은 수월관음도의 아름다움은 정말이지 황홀할 지경이었다. 저자가 목차에서 가장 먼저 다루었던 김홍도의 그림 <마상청앵도>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너무나도 좋아하는 <주상관매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배 위에서 매화를 바라본다는 그 작품을 처음 보았던 순간 그림속의 풍경이 마치 내 앞에 펼쳐져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었다. 그림속의 빈 공간들이 딱 한마디를 하고 있었다. "쉿!"..... 그 여운은 지금 보아도 똑같다. 단언컨대 내게는 최고의 그림이다. 그리고 내 보물상자에 담겨 있는 또 하나의 그림은 역시 김홍도가 그렸다는 <군선도>다. 신선도에 관심이 많았다는 김홍도는 자신만의 색깔로 신선을 표현했다고 한다. 연회에 초대되어 길을 떠나는 이들을 그리고 있지만 그림속에는 어떠한 배경도 없다. 사람들의 표정이 정말 다양하게 그려져 있고, 옷깃의 흔들림으로 바람의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 길을 떠나는 사람들의 설레임과 분주함, 그리고 바람결이 느껴지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 솔직하게 말해 그림은 볼 줄 모른다. 옛그림도 그렇지만 현대미술도 제대로 공감할 줄 모른다. 특히나 현대미술은 볼 때마다 뭐지? 할 때가 많다. 그럼에도 간혹 이렇게 강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그림들이 있다. 그러면 된거지 거기에 무슨 포장이 필요할까?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화가였다는 三園 三齋... 壇園 김홍도ㆍ蕙園 신윤복ㆍ吾園 장승업이 三園이고, 恭齋 윤두서ㆍ玄齋 심사정ㆍ謙齋 정선鄭敾이 三齋다. 그들의 호를 따라서 일컫는 말이다. 그들의 작품이 이 책속으로 많이 불려 나왔다. 갑자기 박물관에 가고 싶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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