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는 떨어지지 않는다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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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보니 그녀의 작품이 꾸준하게 번역되어져 출판되고 있었는데 리안 모리아티라는 작가의 이름이 낯설었다. <허즈번드 시크릿>,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 <아홉명의 완벽한 타인들>, <정말 지독한 오후>, <당신이 내게 최면을 걸었나요?>, <기억을 잃어버린 앨리스>... 이 책을 읽고 그녀가 썼다는 작품들의 제목을 바라보니 알 수 없는 끌림이 느껴진다. 그만큼 지독한 책이었다는 말이다. 글의 구성도 그렇고 짜임새의 밀도가 대단하다. 거미줄처럼 복잡한 듯 하면서도 평행선을 달려가듯이 서로가 서로를 마주보는 듯한 씨줄과 날줄의 조화가 정말 멋있었다. '가족'이라는 주제는 이미 많은 작품으로 다루어져 있지만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이채로웠다. 책을 읽다보면 마치 추리소설을 읽고 있는게 아닐까,하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어느날 갑자기 사라져버린 엄마에 대한 추론이 마치 이 세상에 떠도는 가상정보처럼 한 가족을 혼란속으로 밀어넣는다. 엄마는 죽었다, 라는 문장이 단 한 줄도 없었음에도 이미 엄마는 죽었을테니 누가 범인인가를 찾아내야 한다는 마음으로 책을 읽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실소했다. 작가의 수에 말려들었음을 인정해야만 했다는 거다. 이야기는 진지했으나 진부하지 않았다. 사랑하는 남녀가 결혼을 하여 부부가 되었고, 아이 넷을 낳았다. 그 아이들은 이미 장성하여 저희들만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평범했었던 그 가족의 일상이 어느날 '잠적'하겠다는 짦은 문자만을 남긴 채 엄마가 사라져버린 그날부터 뭔가 어긋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과연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또다시 가족이라는 말이 갖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항상 곁에 머물러주는 사람인 까닭에 우리가 너무 소홀하게 생각한다는 가족, 너무 가까운 존재이기에 함부로 해도 된다고 생각되어진다는 그 가족에 대해. 사전적인 말로만 들여다보지 말고 하나 하나의 개인적인 의미로 들여다봐야 그 깊이를 알 수 있는 게 가족이라는 말을 떠올린다. 왜냐하면 우리는 알게 모르게 타인보다도 '가족'이라는 틀 안에 갇힌 사람들로부터 더 많은 상처를 받는 까닭이다. 가족이기 때문에 참아야 하고, 가족이기 때문에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라는 착각은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가 눈치채지 못한 오류였음이 밝혀진 까닭이다.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입장에서 모든 것을 바라보고 모든 것을 판단한다. 그리고는 그 결정이 '옳았다'고 믿어버린다. 결과가 잘못되었다면 그것은 '네 탓'일 뿐이다. 이 책은 그토록 진부한 '가족'이라는 말이 주는 진정한 의미에 대해 굵직한 한방을 날린다. 아직 자라지 못한 내 안의 어린아이와 화해를 해야 한다는 말은 심리학적인 말만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이야기를 이끌어가기 위해 등장하는 두 가족의 모델만 보더라도 남편과 아내가, 부모와 자식이 서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여실히 보여주고 있음이다. 작가에게 고마운 것은 해체되고 부서지는 이 가혹한 현실처럼 불행하지 않고 모두를 행복하게 마무리 해주었다는 점이다. 게다가 코로나라는 전염병이 불러온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생각해보라고 지긋하게 질문을 남겨주고 있다. 엄마의 실종사건을 담당했던 형사가 했던 말을 기억한다. "아무것도 받아들이지 마라, 아무것도 믿지 마라, 모든 것을 점검하라."... 이 책은 그렇게 읽어야 한다. 그 형사가 결혼을 바로 앞에 둔 사람이었다는 설정이 흥미로웠다. 코로나와 싸우면서 읽은 책이라 오래토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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