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브라질
장 크리스토프 뤼팽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이 이야기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실화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프랑스 역사에서 거의 완전히 잊혀져 있는 이야기.. 아니 어쩌면 잊고 싶어하는 이야기일런지도 모를... 그런 이야기.
책장에서 조용히 나를 기다려 주었던 책.. 그래서일까? 읽고 싶었던 처음의 그 열정을 잊지 않은채 이 책의 첫표지와 마주섰다. 붉은 브라질... 제목과 빨간색 표지가 주는 느낌은 참으로 강렬하게 다가왔다. 우린 적을 괴멸시키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세상에 태어났다. 하지만 인디오들은 적과 섞이려 하지. 인디오들은 자기들에게 적대적인 것을 흡수하는 놀라운 특성을 가지고 있어. 그들은 모든 것이 서로 섞여들어 풍요로워지는 숲, 약한 자는 강한 자에게 먹히는 숲에서 그걸 배웠던 거야... 책 표지의 커다란 제목아래에 아주 작은 글씨로 쓰여져 있던 문장들을 보면서 나는 막연하게나마 프랑스가 브라질을 식민지화하기 위하여 힘겨운 싸움을 해야 했던 그 과정들을 보여주겠거니 했었다. 하지만 책장을 넘겨가면서 나의 섣부른 판단을 원망해야만 했다. 결코 브라질을 정복하기위해 떠난 자들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야 할 진리에 대해 말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위그노들이나 순수한 마음속에 끝없이 파고 들고 싶어하는 종교적인 이념의 세계들은 왠지 역겹기까지 했다. 무엇때문일까? 가는 곳마다 정신적인 평안을 얻기 위한 종교를 빌어 자신들만의 욕심을 채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주기 바쁜 믿음이란 실체.. 결국은 자신의 이득만을 위해 종교라는 매개체를 사용하려드는 군상들 앞에서는 구역질이 났다.

빌가뇽이란 자의 방대한 계획하에 많은 사람들이 배에 태워진다. 그들중에는 어린 남매 쥐스트와 콜롱브도 통역을 위한 역할을 배우기 위하여 동행하게 되고... 하지만 남매에게는 아버지를 만날 수 있다는 희망만이 있었을 뿐이다. 오랜 항해끝에 과나바라만의 섬에 도착한 그들앞에 놓여진 것은 힘겨운 노동과 식인종으로 알려져 있는 인디오들과의 싸움이었다. 정치적인 희생양으로 전락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빌가뇽이 성을 쌓으며 요새를 만드는 중에 섬으로 밀어닥친 프로테스탄트들과의 갈등을 예고하게 된다. 그때부터 작은 섬안에서 작은 종교전쟁이 시작되지만 승리의 여신은 빌가뇽의 손을 들어준다. 하지만 그 승리가 완전한 승리가 아니었으니 정치적인 상황을 고려하여 빌가뇽은 쥐스트에게 섬을 맡긴채 다시 프랑스로 배를 돌린다. 콜롱브는 어떤가? 이미 그와같은 현실들을 꿰뚫어볼 수 있었던 그녀는 인디오들의 세상속으로 들어가 버리고 만다. 그들의 열정과 순수함에 마음을 빼앗겨버린 것이다. 아니 어쩌면 위선적인 섬사람들의 모습이 싫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를일이다. 인디오들과 살면서 많은 것을 배우는 콜롱브는 인디오들조차 마음의 지도자로 섬기는 파이-로라는 유럽노인을 만나게 되고 그들과 섞여 살면서 사람으로써 살아가야 할 기본적인 진리를 알게 된다. 그리고 그녀 역시 파이-로의 뒤를 이어 마음의 지도자가 된다. 

나는 책장을 넘기면서 정복하려는 자와 정복당하는 자의 입장만을 보려고 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책을 읽어가면서 단순히 그것만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빌가뇽이나 프로테스탄트들의 모습에서 볼 수 있었던 이기적이고 위선적인 우리들의 모습, 쥐스트의 어정쩡한 태도속에 숨겨져 있었던 인간의 이중성, 그리고 콜롱브를 통해 보여주고 싶어했던 우리들의 내부 깊숙히 숨겨져 있는 순수... 친남매인줄 알았으나 결국 친남매가 아닌 것을 알게 된 쥐스트와 콜롱브의 사랑이야기... 사람이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는가? 자연과 함께 할 때에 진정한 인간의 내면세계에 도달할 수 있는 건 아닌가? 이기적인 모습, 이중적인 모습, 이념에 사로잡힌 아집 그 모든 것들이 순수를 이겨내지는 못했다는 거였다. 자연과 하나가 된 순수앞에서 그 모든 것들이 처참하게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는 거였다. 처음부터 그들을 반겨주지 않았던 브라질의 땅덩어리. 물과 식량이 부족했고 또한 풍토병과 전염병으로 그들을 옭아매었다. 그리고 인디오들을 통해 공포마져 선사해 주었으나 그것을 알기도 전에 그들은 종교라는 틀에 얽매여 그들만의 싸움을 하기에 바빴으니... 마지막에서 볼 수 있었던 것은 참으로 감동적이었다. 혼자 남게 된 쥐스트는 자신의 아집에서 벗어나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되고 인디오의 부족들과 살고 있는 콜롱브를 찾아가게 된다. 우리를 구해줘... 구해달라, 뭘 구해달라는 거지? 그 순간만큼은 인간이 인간의 탈을 벗어버리고 자연과 하나가 되는 눈물나는 장면이 아닌가 싶었다. 콜롱브의 젖가슴에 그려져 있던 번개와 별을 나타내는 까맣고 빨간 그림들을 보고 뒷걸음치던 쥐스트에게 콜롱브가 말했었지. 아무것도 두려워 하지마.. 콜롱브의 눈을 통해 뒤집힌 세상의 이미지를 보는 쥐스트. 쥐스트가 보았던 것은 태양속에서 반짝이는 거대한 푸른 하늘이었다.

투피족 인디오 세계에는 '홍수가 일어난 뒤에 그 땅에는 오누이 같은 한 쌍의 남자와 여자만 남았고, 이들 젊은 남녀의 결합에서 새 인류가 탄생했다'라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실화와 전설을 솜씨 좋게 버무린 작품이라고 옮긴이는 말하고 있다. 나의 느낌으로는 문화적인 충돌보다 종교적인 갈등이 더 크게 부각되어지지 않았나 싶다. 현실을 무시한채 문화와 종교를 논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랬기에 파이-로의 사상이 더 큰 느낌으로 다가왔는지도 모를일이다.

"사람들이 저지른 최대의 잘못은 신을 하늘에 들여놓고 거기서 다시는 나오지 못하게 만들어 놓은 것이지... 신은 모든 존재와 모든 물체 속에 내재해 있어. 어떤 일이든 신의 의지를 표시하는 것이지."

"인디오들에게는 만물이 신성한 것이지. 꽃,바위,산에서 흐르는 물, 무수한 정령이 살면서 사물이며 풍경과 존재들을 보고해주는 세상. 이런 것들을 지켜주기는커녕 아무 거리낌 없이 나쁜 짓을 저지르는 사람은 이 세계의 아무것도 건드릴 수 없어."

"그들은 자연의 신성함을 벗기고 수많은 생명을 살육하는 흉악한 행위를 일삼으면서 자연을 무방비 상태로 방치해두고 있지. 그들이 섬을 어떤 꼴로 만들어놨는지 보면 충분히 알 수 있어. 거기서는 생명이 자라지 않아. 자기들끼리 싸우고 있는 걸 봐. 그들이 이 땅의 주인이 된다면 죽음의 땅으로 만들어놓고 말거야."

"지상의 낙원에서 쫓겨난 것은 인간이 아니라 신이야. 그리고 인간은 창조물을 파괴하기 위해 낙원을 점령한 것이야."  <448-449쪽>

파이-로의 말을 통하여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우리들을 향한 경고의 메세지가 아닐까 싶었다. 예나 지금이나 하나도 변하지 않은 우리에게 말해주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영혼의 깊이는 얼만큼이나 될까? 느닷없이 나는 그것이 궁금해졌다. 왜일까?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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