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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전쟁 -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새로운 지정학 전투, 2022 세종도서 교양부문
클라우스 도즈 지음, 함규진 옮김 / 미래의창 / 2022년 2월
평점 :
국경문제는 네가지 추진력에 따라 움직인다. 제한하기, 확장하기, 따돌리기, 내쫓기이다.(-16쪽)
국경을 이야기한다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아프리카 내전이다. 서구 열강들이 지도를 놓고 자를 대어 선을 긋는 식으로 서로 땅을 나눠 가졌다는 말때문이다. 그곳에 살고 있던 사람들의 역사와 문화는 무시한 채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만을 챙기려고 했던 열강들로 인해 그들은 하루 아침에 적이 되어버렸다. 1900년 초반까지 있었던 식민지 붐으로 인한 일이었지만 그 후 1세기가 한참 지난 2020년 6월이 되어서야 벨기에의 국왕은 식민통치를 당했던 콩고민주공화국의 피해에 대해 공식적인 사과를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현재도 진행중인 아프리카 내전의 아픔은 많다. 르완다, 우간다, 소말리아등 표면적으로 보면 인종이나 종교전쟁처럼 보이긴 하지만 그들이 예전부터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시리아내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나 레바논의 분쟁, 이란과 이스라엘의 분쟁, 러시아와 체첸의 분쟁도 그렇고 지금 뉴스를 장식하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분쟁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어찌되었든 영국은 식민지였던 인도를 힌두교와 이슬람교도라는 두 체계로 갈라지게 만들었다. 가까이는 일본과 얽힌 중국과 러시아의 분쟁도 현재진행형이다. 전쟁은 '땅따먹기'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깊이 살펴보면 이들의 분쟁은 단순한 땅따먹기가 아닌 듯 하다. 속내를 살펴보면 그 중심에는 자원이 있다. 국경이라는 선을 그어 영토를 확장하게 되면 거기에 속한 자원도 그들의 것이 되는 까닭이다. 국경은 자연배치와 맞아 떨어지지 않는 인간의 말이기 때문에 분명하지 않은 경계선들도 존재한다. 특히나 기후변화로 인해 분쟁이 야기되는 지역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2050년이면 세계는 물로 인한 전쟁에 휘말리게 될 수도 있다는 말이 보인다. 오래전 'water war'라는 영화가 있었다. 물은 즉, 하천은 국경선이 되기도 한다. 경계로써의 의미도 있지만 그 하천이 상류인가 하류인가에 따라 분쟁의 크기도 달라질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지금처럼 경제발전만을 외치는 세상이 지속된다면 물전쟁은 실제적인 문제가 될 수 밖에 없다. 아니, 어쩌면 이미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기후변화로 인한 빙하의 녹아내림도 거기에 단단히 한 몫을 한다. 물줄기를 바꾼다거나 댐을 만드는 것도 다 그때문이 아니라고 말 할 수 있겠는가? 하다못해 세계적인 공유자산인 남극이나 심해, 세계적인 산맥조차도 서로의 땅으로 귀속시키고자 하는 야욕들을 품고 있다고 하니 말이다.
우리의 세계적 공유자산은 위태롭다. 그리고 언젠가는 집집마다 인터넷이 끊길지도 모른다. 해저에서의 분란때문에 말이다. (-163쪽)
기후변화의 속도, 규모, 심각성은 해수면 높이가 중대한 문제가 될 것임을 예고하고, 현재 살고 있는 지역이 바닷물에 잠겨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안긴다. 해수면 상승은 균일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2030년이면 세계 각지에서 약 40퍼센트의 도시 지역이 주기적으로 홍수를 겪게 될 것이다. (-169, 170쪽)
이런데도 국경선이 필요할까? 땅이든 바다든 저마다의 경계선이 필요할까? 기후변화는 어느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며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피해는 오직 그나라만 겪게 되지 않을 것이다. 베를린 장벽의 조각들은 지금 누군가의 기념품이 되어 존재한다. 자연의 파괴와 동식물의 멸종은 상당히 진행된 상태다. 이 지구가 인류만을 위해 태어난 것처럼 주인행세를 하고 있지만 이미 자연은 우리에게 그렇지 않다는 걸 외치기 시작했다. 사라져가는 땅 위에 살던 사람들은 기후난민이 된다. 하지만 그들은 갈 곳이 없다. 파도에 떠밀려온 작은 아이의 주검처럼. 스마트국경, 수중국경, 우주국경, 바이러스국경등 목차에 보이는 국경들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세계화로 인해 국경장벽은 줄었지만 그렇다고 국경이라는 의미가 줄어든 것은 아니고 오히려 국경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더 늘어났다고 한다. 무인지대나 승인되지 않은 국경을 어떻게든 자국의 영토로 만들어 이익을 취하려고 하는 것도 미래의 지구를 생각한다면 부질없는 짓이다. 생각해보면 지금 이 지구상에서 펼쳐지고 있는 모든 문제점은 인류의 잘못된 이기심이 불러온 결과가 아닌가 싶다. 그것들이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게 한다고 하여 지정학적 국경이든 수중국경이든 스마트국경이든 제아무리 선을 그어봐야 바이러스는 국경을 알지 못한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