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크리스마스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 3
쥬느비에브 브리작 지음, 조현실 옮김 / 열림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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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상'이란 말은 어떤 의미일까? 특별하지 않게 보통으로 살아가는 것이 평범한 일상이라고 하지만 사실 우리에게 있어서 '평범함'이란 말이 주는 무게는 만만치않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 '평범함'의 기준이 사회적 기준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마치 남들이 하는 것을 나도 해야만 한다는 듯이 살아가고 있는 작금의 사회적인 풍토만 보더라도 '평범함'이란 말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주관적인 삶의 방식보다는 사회적인 기준에 맞춰진 삶을 살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또 '행복하다'라는 말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을까? '행복' 역시 주관적인 의미일 수 밖에 없는데 이 역시도 우리는 사회적인 기준에 맞추기 위해 애를 쓰고 있지 않나 싶을 때가 많다. 우리는 어쩌다 그런 삶을 살게 되었을까?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스스로를 누군가와 비교하며 내가 좀 더 낫지? 묻는 것처럼 일상을 살아내고 있다. 그런 우리의 잘못된 관념에 대해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어떤 의무를 짊어진 것처럼, 해야만 하는 숙제를 앞에 둔 사람처럼 그렇게 살지 말라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억지로라도 행복해져야만 한다는 그 안간힘이 우스꽝스럽게 느껴졌다.(-75쪽)

"어떡하면 편해질 수 있을까 하는 게 우리를 살게 만드는 힘의 원천인가 봐.

다행히 편할 날은 하루도 없다만..."(-79쪽)

"넌 사람들이 꿈꾸고 싶어한다는 걸 그렇게도 이해 못 하겠니!

자기가 모른다고해서 무조건 비웃는 건 호기심이 부족하다는 증거야!"(-172쪽)

언제나 똑같은 스토리들이 세상 어느 구석에선가 일어나고 있는 거예요.(-194쪽)

현실에선 기쁨도 결국은 슬픔을 낳는다.

그리고 그 모든 것으로부터 견길 수 없는 불안이 생겨난다.(-271쪽)


누크와 으제니오는 엄마와 아들이다. 이혼을 했고, 지금은 도서관 사서로 일하고 있지만 엄마는 잘 나가던 화가였다. 누크는 늘 불안하다. 자신이 엄마역할을 잘 하고 있는지, 아이가 뭔가를 부족해하지 않는지... 행복하게 지내야만 할 것 같은 크리스마스 이브를 둘이서 보내게 되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아이는 자신의 삶을 불행하다고 느끼고 있지만 엄마는 억지로라도 그 행복을 만들어주고 싶어한다. 그래서 이곳저곳을 쏘다닌다. 장난감 가게, 공원, 워터파크, 백화점... 새를 갖고 싶다는 아이를 위해 카나리아 한 쌍도 샀다. 그리고 둘 만의 크리스마스가 아니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기 위해 친구의 초대를 받아들여 기차를 탔다. 암수 한 쌍이라고 했던 카나리아는 숫놈 두마리였고 덩치 큰 새의 위세에 눌려 작은 새는 다음 날 시체로 발견된다. 기차를 타고 떠났던 친구의 별장에서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전 남편이 나타나고 아빠와 즐겁게 웃으며 시간을 보내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엄마는 또다른 불안에 휩싸인다. 자신의 일상이라고 느꼈던 모든 것을 잃게 될까봐. 사실 어디를 막론하고 여자 혼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그러다보니 항상 시간에 치인다. 결국 남는 건 마음의 상처뿐이다. 하지만 그런 자신을 용납할 수 없는 게 엄마라는 말이 가진 속성이기도 하다. 이 이야기의 결말은 없다. 단지 결말을 암시하고 있을 뿐.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그 속에 담긴 불안이 문장으로 잘 표현되어져 있어 충분히 공감하게 된다. 싼타는 없다고, 어린 시절에 너무나도 일찍 알아버린 크리스마스의 허상은 내게 아무런 느낌도 주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이 책의 저자는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아동문학 작가라 한다. 아동문학 작가라는 말이 시선을 끈다. 저자가 그리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순수하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그만큼 아이의 심리나 엄마의 심리를 현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외롭고 쓸쓸하다. 갇힌 듯 지내야 하는 팬데믹의 시대에 이런 책은 둘 중 하나다. 힘을 얻거나 오히려 더 암울해지거나. 어느쪽을 선택하는가는 자신의 몫이다. 그럼에도 행복한 사람과 불행한 사람은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행복해져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우리를 너무 피곤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 이채로운 주제였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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