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로 읽는 세계사 - 25가지 과일 속에 감춰진 비밀스런 역사
윤덕노 지음 / 타인의사유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5가지 과일 속에 감춰진 비밀스런 역사, 라는 부제만 봐도 이 책이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과일은 아마도 많은 이에게 사랑받는 식품일 것이다. 우리집에도 과일 귀신이 한 명 있다. 사람은 때에 맞는 과일을 먹어줘야 한다는 지론이다. 그런데 그렇게 따지고 보면 지금 세상에 제철 과일이라는 게 있기는 한가? 하는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너무 좋아진 세상이다보니 제철이 아닌데도 수퍼에 가면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과일이 있으니 하는 말이다. 책의 소개글에서도 말하고 있지만 역사라는 게 그리 거창하게만 논할 것도 아니다. 이렇게 과일을 통해서 살펴볼 수 있었던 역사의 흐름도 꽤나 이채로웠다. 과일을 이야기하다보면 한창 산을 즐겨찾던 오래전, 산의 나들목을 지키던 할머니의 과일 바구니에 들어있던 한국 바나나가 생각난다. 바로 으름이다. 으름을 그때 처음 보았다. 하도 신기해서 사먹어봤는데 솔직히 맛은 별로였던 기억이 난다. 게다가 씨는 또 왜그렇게나 많은지... 그도 그럴 것이 야생상태에서 자란 과일은 우리의 입에 길들여진 맛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우리가 지금 먹고 있는 과일들은 대부분 개량종이다.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맛을 개량시킨 것이라는 말이다. 이 책에서도 말하고 있지만 야생상태에서 바로 먹는 과일은 그렇게 달콤하거나 새콤하거나 하지 않았다. (아마도 먹을거리가 그리 풍족하지 않았던 이유도 한 몫을 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색다른 식품이다보니 먹어 본 사람들에 의해 이곳저곳으로 전해졌고, 많이 재배되었으며, 재배된만큼 개량되었다. 좀 더 맛있게.


얼마전에 읽었던 마이클 폴란의 책 <욕망하는 식물>을 다시한번 들여다보았다. 어찌보면 이 세상에 자신의 존재감을 좀 더 깊이 새겨두기 위해 인간의 손을 빌려 더 나은 것으로 진화되어진 것이 과일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주 오래전 강원도 영월로 부모님을 찾아뵙곤 했던 때가 있었다. 집앞에 고욤나무 한그루와 자두나무 한그루가 있었다. 고욤나무를 통해 감을 먹을 수 있다는 걸 그때 엄마가 알려주셨었다. 고욤나무는 재배품종의 접붙이용 나무로 이용되는 까닭이다. 단감을 엄청 좋아해서 한번 찾아보니 일본의 재배품종이라고 나온다. 유럽에서도 감을 'かき카키'라고 부른다는데 일본에서 전해진 까닭이라 한다. 그것처럼 우리가 알고 있는 과일의 원산지가 대부분 아시아를 원산지로 두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바나나, 오렌지, 키위같은 과일의 원산지가 아시아라는 건 정말 의외였다. 당연히 열대지방의 과일일거라 생각했었으니 말이다. 여름에 즐겨먹는 수박의 원산지는 아프리카다. 사막에서 더위를 식히기 위해 물처럼 먹었던 것이 수박이라 한다. 과일로 만든 식료품도 꽤나 많다. 빵에 발라먹는 잼도 과일의 종류만큼이나 많다. 절임요리의 대표격인 장아찌도 과일로 만들면 맛있다. 참외장아찌와 감장아찌의 맛은 지금도 입맛을 다시게 한다. 요즘 사람들이 건강에 좋다고 많이 먹는 블루베리가 인디언의 양식이었으며, 처음에는 독초로 인식이 되었다가 나중에야 제대로 진가를 발휘하게 된 토마토, 서아시아가 원산지인 망고가 부처의 전설을 안고 있는 까닭에 깨달음과 축복의 과일로 자리를 잡았으며, 고대의 포도는 국부의 원천이었다는등 25가지의 과일이 안고 있는 역사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왜 그런 이름을 갖게 되었는지, 어디에서부터 출발하여 어디까지 전해졌는지, 어떤 과정으로 인해 개량종으로 바뀌게 되었는지, 그 쓰임새는 또 어떠했는지.... 정말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음이다. 귤의 계절이 시작되었다. 옛날에는 임금이 총애의 표시로 내린 보물이었다는 귤. 추운 겨울날 따스한 방안에서 옹기종기 둘러앉아 귤을 까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은 생각만으로도 흐뭇하다. /아이비생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