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없는 2주일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70
플로리안 부셴도르프 지음, 박성원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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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일 동안 '핸드폰 없이 살기'를 하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그런 일이 가능하기나 할까? 하지만 과감하게 2주일 동안 '핸드폰 없이 살기'를 학생들에게 제안한 선생님이 있었다. 그 의견에 동참한 아이들은 몇이나 될까, 하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이미 아이들의 반응을 예견하고 있었다는 듯 제비뽑기를 통해 반은 핸드폰 없이 살아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아이들이 핸드폰 없는 시간을 견뎌낼 수 있을까? 이 책은 청소년들이 주인공이다. 핸드폰이 있는 사람과 핸드폰이 없는 사람의 차이를 통해 핸드폰이란 첨단기계에게 우리가 빼앗기는 일상이 얼마나 많은지를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알게 모르게 핸드폰에 의존하는 삶에 대해 일침을 놓는다. 하지만 핸드폰이 마냥 나쁜 것만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좋은 의도로, 좋은 일을 만들어낼 때 첨단기계가 주는 기쁨과 긍정적인 면도 함께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오랫동안 중학교에서 독일어와 음악을 가르쳤으며, 현재 베를린에 있는 고등학교에서 교과 연구 책임자로 근무중이다. 현직 고등학교 교사가 쓴 소설이라 학교 수업 활용도가 아주 높다고 한다. 독일의 각급 학교에서 필독서로 읽히고 있는 스테디셀러라는 말도 보인다. 얇은 책에 무거운 주제를 무겁지 않게 이야기하고 있다.


요즘의 문화를 살펴보면 레트로감성을 느낄 수 있는 곳이나 물건을 사람들이 좋아하는 듯 하다. retro풍이라는 것은 과거의 체제나 전통 따위에 향수를 느껴서 그것을 따르려는 복고주의를 말함이다. 그런데 그렇게나 좋다는 최첨단시대에 우리는 왜 복고풍에 열광하는 것일까? 느껴보지 못한 문화이기 때문에? 물론 그럴수도 있겠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깔려있음을 알 수 있다. 누구와도 속내를 나누지 못하는 사람들의 외로움때문일 것이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 서로 만나 얼굴보고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시간들을 갖고 싶다는 욕망이 거기에 투영된 것은 아닐까? 마음없는 형식적인 대화가 너무 많은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자신의 의지보다는 타인의 잣대에 맞춰서 살아가고 있는 가면속의 내가 숨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그런 삶을 누가 강요한 적은 없다. 그러니 지금의 현실과는 다르게 조금이나마 사람냄새나는 retro풍에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전자책보다는 종이책을 더 좋아하고, 디지털보다는 아나로그를 더 좋아하는 까닭에 개인적으로는 핸드폰과 같은 첨단기계를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 편이다. 잠시라도 핸드폰과 떨어져 있으면 불안한 마음이 든다거나 하는 것도 별로 느끼지 못한다. 불안하기보다는 불편하다는 게 맞는 말일 듯 싶다. 시계 기능이나 사전기능, 음악을 듣는 기능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보니 그렇다는 말이다. 사람들이 많이 쓰는 카톡기능도 많은 사진을 여러사람에게 한번에 보여줄 수 있어서 좋을 뿐 카톡으로 수다를 떠는 경우는 거의 없다. 외출시에는 와이파이가 꺼져 있는 까닭에 문자전송이나 전화통화만 가능하다. 때로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짜증섞인 목소리를 들을 때도 있다. 왜 카톡을 보지 않는거냐고. 그러면 미안하다고 말하면서 다음부터 연락이 필요할 때는 전화나 문자로 해 달라고 부탁을 한다. 민폐 아니냐고? 카톡에 글 남기는거나 문자로 그냥 전송하는 거나 도대체 뭐가 다른거지? 핸드폰도 그렇고 navigation도 그렇고 최첨단 기계들은 사람을 바보로 만들기도 한다. TV를 바보상자라고 부르는 것처럼. 물론 필요할 때 좋은 의도로 사용한다면 그것처럼 좋은 것도 없을테지만 지금의 우리를 돌아보면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이 훨씬 더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스스로 그것을 깨닫지 못한다면 이런 책에서 주는 메세지도 아무런 쓸모가 없다. 거짓된 세계에서 숨막힐 듯 불안하게 살고자 한다면 지금처럼 그냥 살면 되는 것이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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