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조용한 침공 - 대학부터 정치, 기업까지 한 국가를 송두리째 흔들다
클라이브 해밀턴 지음, 김희주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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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이 날 행사 인사말을 통해 “한국의 유일한 일대일로 사업인 ‘중국복합문화타운’ 조성을 공식적으로 알리는 뜻깊은 자리에 참석하게 돼 기쁘다”며 “대한민국 강원도에 작은 중국으로 한·중 양국 간의 문화가 융화되는 교류의 장소로 전 세계인의 관심을 끌게 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춘천과 홍천 일대 120만㎡ 부지에 추진하는 ‘중국문화복합타운’ 사업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인천 차이나타운 10배 면적에 계획된 이 사업엔 코오롱글로벌과 내외주건, 대한우슈협회, 중국 매체 인민망이 의기투합했다. ‘중국문화복합타운’은 춘천과 홍천 경계에 위치한 라비에벨 관광단지에 조성될 계획이다. 강원도는 2018년 12월 베이징 ‘인민망’ 본사에서 사업설명회를 갖고 사업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중국 고유 무술과 전통공연, 음식을 즐길 수 있는 테마공간을 콘셉트로 세계 최초의 ‘중국문화복합타운’을 조성하겠다는 취지였다. 중국 문화 콘텐츠 개발, 중국 투자자 발굴, 사업 관련 홍보 및 광고는 인민망의 몫이다. 인민망은 중국 기관지 인민일보의 온라인 매체다. 인민일보는 북한의 노 동신문처럼 중국 공산당의 입장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대외 홍보지’ 성향을 갖고 있다. 국내 기업 코오롱글로벌은 사업계획 수립 및 공사를 담당하는 역할을 맡았다.

논란이 된 부분은 ‘일대일로’와 관련한 부분이다. 일대일로는 중국이 추진하는 21세기판 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이다. 2013년부터 시진핑 중국 주석이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일대일로를 통해 개발도상국들은 중국 자본을 유치해 인프라 건설을 추진했다. 그러나 인프라 건설 이후 중국 자본에 대한 채무가 막대해지면서 국가 경제가 흔들리는 사례가 중앙아시아와 인도, 파키스탄을 중심으로 불거졌다. 일대일로 정책이 국제적 논란 중심에 서게 된 계기다.

중국문화복합타운 조성사업 관련 논란은 2021년 3월 본격적으로 부상했다. 3월 29일 ‘강원도 차이나타운 건설을 철회해주세요’란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오면서부터다. 4월 23일 오후 2시 기준 해당 청원엔 64만 788명이 동의한 상태다. 김치 종주국 주장 등 중국의 문화공정을 비롯해 한한령,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인한 반중정서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강원도가 적극 주도하는 중국문화복합타운이 재조명됐다. 그러면서 해당 사업에 대한 반대 여론이 급속도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중국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중국문화복합타운은 차세대 ‘공자학원’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공자학원은 중국 공산당이 주도해 전 세계적으로 확산시킨 선전 시설”이라면서 “몇 년 사이 국제적으로 공자학원 퇴출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고, 중국 당국에서도 공자학원 뒤를 이을 차세대 ‘선전 본부’가 필요했다”고 주장했다. 《글참조 : 일요신문 / 이 책을 읽고 다시 찾아 본 기사임》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떠올랐던 기사였다. '강원도 차이나타운 건설을 철회해 주세요'란 제목으로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왔고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동의했으므로 이 사업은 없었던 걸로 한다고 했다던데... 하지만 여전히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라고, 강원도와 기업측에서는 잠시 미뤘을 뿐이라고 했다고 한다. 이미 우리는 드라마를 통해서도 그와 같은 현실에 직면한 적이 있었다. 지상파를 통해 방영되었던 '조선구마사'란 드라마가 시작되자마자 역사왜곡에 휩싸이더니 끝내는 드라마 방송중지 청원이 올라오고 모든 광고주가 광고를 빼기 시작하자 드라마는 2회만에 종영되었다. 여러 장면에서 중국식을 따라했으며 의도적으로 문화공정을 시행했다는 정황이 확인되었다. 문제는 이 드라마가 처음은 아니라는 거였다. 그럼에도 그런 사실을 잘 찾아내어 이슈화시킨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중국인은 애국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44쪽에 보이는 말이다. 후진타오의 '도광양회' 전략은 자신의 재능이나 명성을 드러내지 않고 참고 기다린다는 뜻을 담고 있다. 시진핑의 '중국몽'은 충국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미국을 대신해 세계 지도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국가 전략이다. 또한 중국은 '화평굴기' 전략을 추구한다. 이 전략은 중국이 군사대결이 아닌 '미정복 문명'을 통해 경제적 지배를 추구함으로써 세계 패권을 장악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정보, 과학, 문화, 예술등이 행사하는 영향력을 키우겠다는 말로 미국의 군사력이나 경제제재등 물리적 영향력과 부딪히지 않으면서 힘을 키워나가겠다는 말이다. 중공은 특히 학업이나 사업을 위해 해외에 나간 중국인 청년들에 관심을 갖는다. 이들이 중공의 국제 목표에 들어맞는 적임자이기 때문이다. 사업이나 과학, 기술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지닌 청년이라면 더욱 그렇다. 인재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했떤 다른 개발도상국들과는 다르게 중공은 그들을 이용해 국가에 봉사하는 자원으로 활용했다. 게다가 고국과 관계를 유지하면서 성공하려고 이주한 사람들도 많았다. 그들은 풍부한 자금력을 배경으로 정보, 과학, 문화, 예술등 다양한 분야에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손으로 자리를 잡는다.


중국의 그 유명한 '관시'는 부정부패의 끝판왕이다. 중국의 부자들은 해외부동산을 구입하고 자녀를 유학보내는 등 해외도피처를 마련하는데 그들이 선호하는 나라는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호주로 모두 중국과 범죄인 인도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들이라는 걸 주목해야 한다. 바로 이 책의 저자가 호주의 대학교수다. 호주 정치인의 중국 스캔들이 터진 것을 계기로 중국의 영향력에 집중해왔다고 한다. 이 책 <중국의 조용한 침공>은 그의 대표작으로 중국 공산당이 다른 나라의 학교, 정치, 기업, 언론등 다양한 영역에서 어떻게 여론을 선동하고 정책을 바꾸는지 그 영향력을 낱낱이 밝힌 책이다. 하지만 출간하기까지 힘겨운 시련을 겪기도 했다. 출판사들이 중국 공산당의 압박이 두려워 출판 계약을 연이어 철회했기 때문이다. 이 책으로 인해 호주의 대중국 정책이 바뀌었고 미국 정책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그도 그럴것이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면서 가슴 한켠이 서늘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우리도 호주처럼 이미 중국화가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염려스러운 마음도 들었다. 앞에서 말했던 '중국문화복합타운' 사업의 모든 면들이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중공의 행태와 딱 맞아떨어졌던 까닭이다.


중국은 자기네 나라에서처럼 다른 나라에서도 돈이면 안되는 게 없다고 생각한다. 중국의 돈은 기부금의 형태로 흘러들어간다. 정당이나 정치인을 위한 후원금의 탈을 쓰거나 중국을 위한 행사를 주최하기도 한다. 물론 그 뒤에 버티고 있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베이징이다. 일전에 한국의 위안부문제를 다룬 논문을 발표해 세계적으로 망신을 당했던 하버드대학 교수의 뒤에 일본의회가 있었음이 밝혀진 사실을 떠올리게 한다. 그들 역시 중국과 마찬가지로 국가적인 차원에서 그런 음모를 꾸민다. 《주원장》이란 영화를 통해 일본의회의 힘이 어디까지 뻗치고 있는지 확실하게 알게 된 순간 정말 섬뜩했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건설현장을 보면 중국인 노동자가 엄청나다. 여기가 한국인지 중국인지 모를 정도라고 말들을 한다고 하니. 호주와 중국의 FTA가 성립되었을 때 중국은 호주로부터 중국에서 들어오는 근로자의 수를 제한하지 않는다고 규정했으며 모든 '노동시장 테스트'를 금지했다. 우리는 어떤가? 우리는 택배시장의 어려움을 핑게로 다시한번 외국인 노동자수를 늘리겠다고 말하는 현실이다. 정말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호주가 중국의 온갖 투자를 기쁘게 받아들이면서 여러 마리의 소를 잃었다는 말은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중국은 '미국과의 동맹깨기' 정책을 착실하게 실행중이다. 중국의 '일대일로'를 우리는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되돌아보아야 한다. '일대일로'가 강조하는 것은 항구와 철도, 도로, 에너지망, 통신등 대부분 연결성을 끌어올리는 사회기반시설을 구축하거나 획득하는 것이라고 한다. 민영이건 국영이건 중국기업이 일대일로 공격에 앞장서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그것에 대한 대비책을 어떻게 마련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친중성향의 정치인이 많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지만 과연 그럴까?


중국은 이미 캄보디아와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와 나미비아, 앙골라등 아프리카의 작고 가난한 나라들을 장악했으며 남미에서도 영향력을 점점 키우고 있다. 최고 권력기관인 정치국에서 지침을 세우고 중공 중앙위원회, 교무판공실, 통일전선공작부가 시행한다. 그들은 대사관과 영사관을 통해 서로 연락하고 협력한다. 중공은 중국계라면 모두 중국에 충성할 의무가 있다고 간주하여 '해외 중국인'을 이용하거나 통제하기도 한다. 그들은 대학이나 연구소 할 것 없이 필요하다면 협업과 제휴라는 이름으로 중요 기관에 파고 들어 중국돈을 쏟아 부으며 정보와 기술을 빼낸다. 우리의 쌍용자동차 사태를 보라, 아무렇지도 않은양 쉽게 넘어갈 일이 아님을 알 수 있지 않은가 말이다. 그와 같은 모든 사례들이 호주에서 일어났으며 이 책속에 세세한 설명으로 모두 실려있다. 또한 중국은 중공에 쏟아지는 적대감을 바꾸기 위해 돈을 퍼부으며 행동을 규제하기도 한다.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며 고발하는 문화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으로 몰려드는 차이나머니는 또 어떤가? 문학계와 종교계 역시 그들의 포섭 대상이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중국 작가가 있었다. 중국의 눈치를 보지 않았던 노르웨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노벨문학상을 수여했고, 중국은 거기에 대한 조치로 노르웨이에 경제적인 제재를 취했다. 노르웨이산 생선의 수입을 금지했고 후원의 핑게로 들어갔던 차이나머니를 회수했다. 결국 노르웨이는 중국에 사과를 했고 세계적으로 명예를 잃었다. 또한 그리스의 IMF는 중국에게 또다른 기회였다. 그리스의 경제위기를 파고들어 막대한 차이나머니가 들어갔다. 방송을 통해 그리스 산토리니가 차이나머니로 인해 변해가는 모습을 본 기억이 있다. 우리의 제주도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제주도에 중국자본이 몰리는 것은 50만 달러 혹은 5억 원 이상의 휴양체류 시설을 구입해 5년 이상 보유하면 영주권을 받을 수 있는 부동산 투자 이민제가 한몫을 했다는데 과연 그들이 우리나라의 경제나 환경을 염두에 두었을까? 그들로 인해 지역경제가 얼마나 활성화되었는지 제대로 살펴볼 일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모든 일이 과연 호주만의 일일까 싶었다. 어쩌면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시작된 일일지 모른다. 설령 친중국 성향을 가진 정치인들이 많지 않다고 해도 뒤로 들어오는 돈다발을 싫다 할 정치인이 몇이나 되겠는가 말이다. "중국의 진정한 본질과 야망을 깨닫지 못하면, 한국도 위험하다!" 한국어판 서문에서 했던 저자의 쓴소리를 깊이 새겨들어야 한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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