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 어디 계세요?"
봄핀아이들 글, 최숙자 엮음 / 사분쉼표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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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느날 아침 침대에서 눈을 뜬 나는 깜짝 놀란다. 내 몸에 뭔가 변화가 온 것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이게 뭐지? 팔다리가 내 맘대로 움직이지 않아. 으악!.... 카프카의 <변신>이다.  열심히 살았는데 그야말로 가족을 위해 꼭 필요한 사람이었는데 어느날 문득 벌레로 변해버린 자신에게 돌아온 것은 차라리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가족의 냉대다.  그때 그때 달라요~하고 말하던 광고카피를 문득 떠올린다.  산다는 건 그야말로 그때 그때 달라질 수 밖에는 없는 것이리라.

내가 학창시절에 주변 어르신들께서 툭하면 하시던 말씀이 있다. 그래도 가방들고 학교 댕길때가 가장 좋은거이다. 아 느그덜이 무신 걱정이 있겄냐아.. 그때는 그 말씀이 얼마나 듣기 싫었는지 모른다. 맨날 새벽같이 일어나 콩나물시루같은 버스에 몸을 구겨넣으며 시작되는 하루들이 좋긴 뭐가 좋다고?  그놈의 시험은 왜그리도 자주 있는지 툭하면 시험공부를 해야하고 쯧쯧쯧.... 그랬던 내가 지금은 이렇게 말한다. 그래도 학교 다닐때가 가장 좋은거란다. 아니 너희들이 지금 뭘 고민하면서 사니? 그저 한가지 오로지 공부만 하면 되는거야. 아무 생각없이 그저 공부하나만 하면 되는데 그것도 싫으냐? 한다.  그 옛날의 어르신들께서 나에게 주셨던 말씀을 내가 지금 똑같이 하고 있다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그만큼의 세월이 그만큼의 인생을 깨닫게 해주신 스승이 되어버렸다는 말일게다. 아마도.

처음 "우리 엄마 어디 계세요?" 라는 책제목을 보았을 때 내가 생각했던 이미지와 책을 읽으며 느꼈던 이미지는 전혀 상반된 모습이었다. 아하! 그렇구나. 부모는 저편에 밀어두고서 오로지 자신들만을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나의 생각은 그야말로 부모세대다운 발상에 불과했던 거였다.
abracadabra... abracadabra.. abracadabra.... 신화속에 등장하는 하나의 신이지만 마술을 부리는 악마로 표현되어진다는 아프락사스의 신비로운 주문을 외어서라도 아이들은 처해진 지금의 쳇바퀴같은 현실속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속에 존재하는 수많은 아이들의 생각속으로 들어가고 싶어하는지도 모르겠다는..

그리스신화속에서 만났던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이야기가 떠오른다. 케피소스 강가에 살면서 지나가는 나그네를 집에 초대한다고 데려와 쇠침대에 눕히고는 침대 길이보다 짧으면 다리를 잡아 늘이고 길면 잘라 버렸다던 프로크루스테스.. 이 이야기는 곧잘 회자된다. 언제? 자기가 세운 일방적인 기준에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억지로 맞추려는 아집과 편견을 비유할 때에.. 결국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에게 자신도 똑같은 상태로 죽임을 당하게 되지만 우리는 어떤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현실속에서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와 같은 생각과 행동을 스스럼없이 저지르고 있지는 않은가?

아이들은 말하고 있다. 자신들이 마치도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 묶여 있는 것 같다고. 자신의 이상과 꿈은 저멀리로 내던져둔채 부모가 원하는 것, 혹은 우리의 교육현실이 원하는 길로만 가야하는 자신들의 모습을 그렇게 표현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책속의 아이들은 말하고 있음이다. 그래서 나는 뜨끔했었다. 우리 엄마 어디 계세요? 하면서 묻고 있는 것은 자신이 그렇게 힘겨운 시간속을 걸어가고 있을 때 함께 있어주지 못하는 엄마를 부르는 소리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 엄마의 모든 것을 버려야 하는 엄마의 존재성에 대하여 묻고 있었던 것이었기에..

책속에서 아이들은 묻고 있었다. 엄마, 우리들의 꿈은 모두 어디로 갔나요? 라고.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는 우리의 교육현실이 안타까웠다. TV를 보지 못해서 아이들과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다는 아들녀석의 말이 생각났다. 아직 어린 녀석임에도 불구하고 소통의 부재를 호소하는 것을 보고 이건 아니지 싶어서 TV보는 것을 허락했던 날이 있었던 까닭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거야 뻔하다. 게그나 코미디 프로그램...하지만 엄마들은 어떤가? 봐도 꼭 저같은 것만 본다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것만 본다고 잔소리에 또 잔소리를 하지 않는가 말이다.  그 많은 시간중에 단 한시간만, 컴퓨터를 하며 단지 한시간 머리를 식혔을 뿐인데.... 지겹다는 의미로밖에는 다가서지 못하는 엄마의 잔소리가 내포하고 있는 것은 진정 무엇일까 생각하게 된다. 나 역시도 잔소리꾼인 엄마이기에.. 오죽하면 엄마의 필살기는 잔소리라고 아들녀석이 말할까?

창공의 섬, 라퓨타에서 나는 지금 살고 있다고 말하던 아이가 책속에 있었다. 땅 위에 떠 있긴 하지만 해와 바람을 절대 보고 느낄 수 없는 곳. 라퓨타가 과학의 신비한 힘의 결정체였다면 내가 사는 이곳은 어른들의 작품이라면 작품이라고 아이는 말하고 있다. 잠시라도 해를 보고 싶어하는 우리의 마음을 어른들은 절대로 모를것이라고 아이는 말하고 있다. 그래서 탈출하고 싶다고..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나 자신에게 떳떳해질 수 없다는 걸 용남할 수 없기에 그럴수 없다고 책속의 아이는 말하고 있다.  그야말로 서글픈 현실!  어찌 하겠는가? 그런 길을 가야 하는 아이들도, 그런 길을 걷게 해야만 하는 어른들도 모두 같은 배를 탔다는 것은 분명한 일이니 서로가 조금씩 양보를 해가면서 마음을 한데 모으는 방법밖에는 없을 듯 싶다.  이 아이들의 글이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일까,를 고민하기보다 그저 아이들의 이야기에 잠시 귀 기울여주는 어른의 입장에서 읽어도 좋을 듯하다던 엮은이의 말로 한가닥 위안을 삼아본다. 모쪼록 아이들의 마음이 그대로 어른들의 세상에 닿을 수 있기를 바란다던 엮은이의 바램에 나도 마음으로나마 힘을 실어주고 싶은 것이다. /아이비생각

아이들은 할 말이 많았다. 자신에 대해, 사회에 대해, 세상에 대해 그리고 어른들에 대해 해야만 하는 말들이 태산처럼 쌓여만 갔다. 그들은 우리와는 전혀 다른 별에서 온 아이들이었다. 금지된 장난에 대한 유혹과 세상의 어른들에 대한 편견은 서로의 간극을 더욱 멀어지게 만들기도 했다.

아이들의 생각은 무한궤도를 달려야만 하는 협궤열차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었다. 다만 그렇게 보일 뿐이었다. 우리 아이들은 그렇게 자신을 가혹하게 채찍질하면서 '학원'의 벽 앞에서 한없는 절망을 느끼면서도 스스로를 정화시켜나갈 줄을 알았다. <9쪽 엮은이의 글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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