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선생
곽정식 지음 / 자연경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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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누구나 한번쯤은 필독서처럼 읽게 되는 책이 있다. <파브르 곤충기>다. 파브르가 50세부터 92세까지 42년 동안 곤충을 관찰하며 집필했다는 책. 10권이나 되는 책이지만 지루하지 않게 읽었던 듯 하다. 파브르가 곤충을 관찰할 때 길가에 엎드려 들여다보는 바람에 주변 사람들에게 미쳤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전해지는데 곤충에 대한 <충선생>의 작가에게서도 그에 못지않은 애정이 느껴진다. 파브르의 곤충기는 곤충의 생김새나 일생에 관하여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 책은 그렇지 않다. 곤충 한마리를 예를 들면서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동양사상부터 세계사까지, 속담부터 사자성어까지, 아울러 자신의 경험담을 토대로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있다. 약간은 색다른 주제로 다가오는 에세이다.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아무래도 곤충의 이름으로 나와 있던 한자였다. 蟬..삶 전체가 단순함으로 만들어졌다는 곤충 매미, 蜂.. 곤충의 가장 봉우리 벌, 蝶.. 나뭇잎을 닮은 나비, 螢.. 맑고 깨끗한 곳에서만 빛을 낸다는 반디불이, 사마귀를 뜻하지만 바퀴벌레도 뜻한다는 螂, 문자를 아는 모기 蚊, 의리를 안다는 개미 蟻, 이름속에 황제를 품었다는 방아깨비 蝗, 그런데 거미이름 蛛 에는 왜 붉은 색이 들어갔을까? 이외에도 벌레충자 하나만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글자가 정말 많았다. 한자속에 품은 뜻이 재미있다. 그나름대로 해석을 하며 곤충마다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가의 정성도 대단하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익선관翼蟬冠'은 매미로부터 온 것이고, 뜻한바를 향해 모두가 한마음으로 뭉쳐 들고 일어나는 '봉기蜂起'는 자신들을 지키기 위한 벌들의 움직임으로부터 왔으며, 모든 것을 새롭게 하여 다시 태어난다는 말 '換骨奪胎'는 나비로부터 온 말이다.

그리 오래전의 이야기도 아닌데 이 책에서 이름을 보고 무척 반가웠던 게 있다. 땅강아지다. 지금 아이들이야 이름조차 들어볼 일이 그다지 없을 땅강아지. 작가처럼 어렸을 적에 그 땅강아지를 잡아 같이 놀았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그 땅강아지에게 그렇게나 많은 재주가 있었는지는 미처 몰랐다. 쇠똥구리가 사라진 세상을 한탄하는 목소리가 안타깝다. 어디 쇠똥구리뿐일까? 인간의 미욱함으로 멸종되어버린 수많은 동물과 식물에게 그저 미안할 뿐이다. 땅이 없어진 대신 우리는 콘크리트와 시멘트길 위에서 산다. 그리고 수많은 질병에 시달린다. 소를 풀어놓고 키운다는 호주도 소똥처리를 위해 쇠똥구리를 남아프리카에서 수입했고 그 결과 소똥으로 망가져가던 초원이 되살아났다고 한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인정하고 자연스럽게 살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소중한 이름들은 잠자리, 매미, 꿀벌, 나비, 귀뚜라미, 반딧불이, 쇠똥구리, 사마귀, 땅강아지, 방아깨비, 개미, 거미, 지네, 모기, 파리, 바퀴, 메뚜기, 개구리, 두꺼비, 지렁이, 뱀이다. 이 소중한 이름들을 통해 들여다본 다양한 인간의 모습이 흥미롭게 읽힌다. 이 책의 제목이 <충선생>인 것은 곤충으로부터 배울 것이 너무나도 많은 까닭이다./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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