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란 무엇인가
테리 이글턴 지음, 이강선 옮김 / 문예출판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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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전통의 차이는 무엇일까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찾아보면, 문화는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불가능하지만 한 사회의 주요한 행동 양식이나 상징 구조 또는 예술이라고 나온다. 그렇다면 전통은 무엇일까?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문화나 행사, 놀이등 일정한 생활 모습이나 행동을 뜻한다고 한다. 그 비슷한 말로 풍습이 있다. 정의하자면 문화라는 게 옛날부터 전해져 내려오면서 당연시 되어있는 생활방식, 즉 풍습이 아닐까 싶다. 한번 더 들여다보면 그 전통이나 풍습 모두가 문화에 속하거나 문화 역시 전통이란 말로 아우르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의 우리에게는 대중문화라는 말도 있다. 박물관이나 전시회를 다녀오거나 영화나 뮤지컬 혹은 오페라등을 관람하는 것을 문화생활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문화라는 개념이 바뀌었다는 말일까?


저자 태리 이글턴의 이력을 살펴보면 마르크스주의 문화비평가이자 문학 평론가라는 말이 보인다. 마르크스주의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마르크스주의라는 말을 찾아보면 '과학성'이니 '계급성'이니 '혁명성'이니 하는 말들이 보인다. 이 책에서도 그런 말들은 많이 보인다. 하~ 무슨 철학을 공부하자는 것은 아닌데.... 이런 생각이 덜컥 들었던 것은 아일랜드와 영국의 관계에 얽힌 역사를 잘 알고 있다면 이 책을 이해하기에 조금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에서다. 떠도는 지식으로 주워들은 바에 의하면 아일랜드도 우리처럼 오랜 시간 영국의 식민지로 지냈다. 우리가 일제에 대항했듯 아일랜드도 끝없는 독립을 꿈꿨다. 식민지의 한이라는 공통점말고도 음주가무를 즐기는 민족성도 비슷하고 대가족 전통과 자녀를 향한 교육열도 두나라가 몹시 닯았다고 들었다. 이 책의 저자 태리 이글턴이 아일랜드계 영국인인 까닭인지 많은 의견속에 그런 의식이 담겨 있는 듯 하다. 책속에 엄청나게 많은 철학자, 시인, 문학가등의 이름이 등장하고 그들이 했던 말이나 작품속의 글들이 수없이 인용되고 있다. 너무 장황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다가온다. 마치 교수에게 과제를 제출하기 위해 준비한 글처럼 팍팍하게 읽힌다.

어찌되었든 이 책의 주제는 문화의 개념이 아닐까 싶다. 눈을 껌벅이며 장황한 느낌의 글을 읽다가 '사회적 무의식'이란 부분에서부터 조금씩 길을 찾기 시작했다. 아주 오래전 긴 시간을 들여 읽었던 <만들어진 전통>이란 책이 떠올랐다. 그처럼 어떤 계층에 의해 전통인듯 아닌듯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는데 그것이 문화인양 아주 당연시되는 과정도 분명히 있다. 이 책에서도 말하고 있지만 사실 산업화 이전까지는 문화가 문화로써의 제 모습을 잃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이 자본주의 사회를 만나면서 오로지 '이득'만을 위하는 사회적인 통념에 의해 문화의 개념조차 바뀌어버린 그런 세상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변해가는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문화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시대에 따라 문화를 평가하고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대중문화라는 말은 제대로 된 말일까? 하는. 작지만 꽤나 무거운 책이다./아이비생각

인간은 서로 종이와 인장으로 묶여 있지 않다. 인간은 유사성으로, 순응으로, 공감으로 결부된다. 법, 관습, 풍습, 생활 습관끼리의 유사성은 나라와 나라 사이를 친밀하게 만들어주는 가장 강력한 끈이다. 이것들은 그 자체로 조약의 강제력보다 더 강한 힘을 가진다. 이것들은 마음에 기입된 의무기 때문이다.(~84, 85쪽)

문화와 전통은 보존적 힘뿐 아니라 파괴적 힘이 될 수 있다. (-1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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