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불가 라틴아메리카
장재준 지음 / 의미와재미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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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아메리카... 중남미지역을 말한다. 쉽게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 잉카문명, 마야문명과 아즈텍문명이다. 이 두 문명의 중앙에 멕시코가 있었다. 멕시코는 신에게 축복을 받은 나라였을까? 또하나 떠오르는 것이 있다면 아주 오래전에 읽었던 (권총으로 자살을 했다던) 로맹가리의 <새들은 페루에서 가서 죽다>라는 소설이다. 새들이 왜 페루에 가서 죽는다는 건지 그 의미는 아직 찾지 못했지만... <자기앞의 생>을 쓴 에밀아자르가 그의 필명이기도 하다. 각설하고, 라틴아메리카만 그럴까? 대체불가, 라는 말을 보고 하는 말이다. 어느 곳인들 저마다의 사연이 없으며 저마다의 의미가 없을까 싶어 하는 말이다. 그만큼 글쓴이가 라틴아메리카에 빠진 사람이라는 말도 될 터다. 그러니 얼마나 세세하게 그렸을까 내심 기대되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만큼 약간은 지루한 면도 있었다. 한편의 신화를 읽듯이 재미있게 읽히지는 않았다는 말이다.


책을 읽는 내내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왜냐고? 유럽열강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지구촌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싶어서. 지금 아프리카가 겪고 있는 지역간의 갈등과 배고픔의 고통도, 중남미지역의 고통도 모두가 유럽열강들로 인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힘없고 욕심없는 게 죄라면 죄일까? 사실 우리도 힘이 없어서 일제강점기를 겪었으니... 그렇게나 멋진 문명을 가지고 있었으면서, 그렇게나 많은 자연자원을 가지고 있었으면서 그것을 제대로 이용하지도 못한 채 그것들로 인해 더 많은 고통을 받아들여야만 했던 중남미지역을 보면서 그랬기에 그토록이나 짙은 역사가 탄생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역설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중에 애니깽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오래전 '애니깽'이라는 영화가 있었지만 우리에게는 하와이농장이나 독일의 광부, 간호사로 팔려간 사실보다 기억되지 못하는 역사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노예보다도 못한 대우를 받으며 돈을 벌기는커녕 오히려 빚을 진채로 살아야 했다던 애니깽들의 서글픈 역사가 가슴을 숙연하게 만든다. 생각보다 쿠바에 관해 지면을 많이 할애한 듯 하다. 체 게바라라는 혁명가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등장하고 쿠바의 문화나 사회현상등이 구구절절하게 쓰여져 있다. 왜 쿠바였을까? 많은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애니깽'에 대해 조사하러 갔던 여인이 쿠바의 남자와 사랑에 빠져버렸다는 <쿠바의 연인>이라는 영화도 등장한다. 그 영화를 통해 쿠바의 환부와 우리 사회의 치부를 덧대놓았다고 말하고 있다. 결핍과 과잉의 악순환, 독단과 배제의 논리, 속도와 소비 신화, 불평등과 비정규직 문제 등을 천천히 돌아보게 한다고. 책을 읽으면서 문득 <쿠바의 연인>이라는 영화가 보고 싶어졌다. 정말 그렇게 그려졌다면 쿠바라는 나라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잉카제국 전성기에 관한 부분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잉카의 길을 따라 형성되었다던 그들 문화의 단면이 이채로웠다. 우리 역사속의 '역'이나 '원'같은 역참문화가 그들에게도 있었으며 우리의 파발마같은 전달수단도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전달 수단은 '차스키' 라는 인간이었다. 하체가 튼실하고 폐활량이 좋은 아이들을 '차스키'로 양성했다는 말도 보인다. 어찌되었든 한나라의 역사를 알아간다는 건 재미있는 일이다. 텍사스가 원래는 멕시코의 땅이었다는 것도 이제사 알게 된다. 밭의 세자매로 불린다는 옥수수와 콩, 호박등과 같은 웬만한 식재료의 원산지가 멕시코였다는 것도 알게 된다. 그럼에도 지금의 그들은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옛날에는 유럽열강들에 의해 사탕수수와 싸움을 했다면 지금은 미국의 기업들을 위해 옥수수와 싸움을 하고 있다. 그토록이나 풍성했던 그들의 대지가 사탕수수와 옥수수로 인해 폐허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배부른 자들을 위해 배고픈 자들이 고통을 받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씁쓸한 인류의 역사가 아닐 수 없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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