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아이드 수잔
줄리아 히벌린 지음, 유소영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의 제목이 흥미로웠다. 처음에는 정말 여자 아이의 이름인줄 알았는데 책을 읽다보니 꽃이름이라고 나온다. 궁금해서 찾아보았더니 우리가 흔히 루드베키아Rudbeckia라고 부르는 꽃이다. 루드베키아가 가득 피어있던 들판을 본 적이 있다. 꽃의 화려함이 말 그대로 장관이었다. 그런데 그 꽃들 속에서 16세의 테사가 발견된다. 신원을 알 수 없는 여자들의 뼈와 함께. 그것도 산채로. 텍사스의 어느 지역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되고 있다. 발견된 테사는 자신이 왜 거기에 버려져있었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신원을 알 수 없는 뼈들과 유일하게 살아남은 테사. 사람들은 테사를 이렇게 부르기 시작했다. 블랙 아이드 수잔이라고. 단지 테사를 발견했던 곳에 그 꽃이 많이 피어있었다는 이유만으로. 16세의 테사는 이제 성인이 되었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으며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버릇처럼 범인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나서야 알았다. 이 책은 범인을 찾는 게임을 하고 싶었던 게 아니었다는 걸. 열린 결말처럼 보이지만 왠지 찜찜한 구석이 남는다. 마치 진짜 범인이 과연 누구인지 한번 더 생각해보라는 듯이. 전체적인 이야기는 현재의 테사와 16세의 테사가 함께 범인을 향해 달려가는 구성이다. 상당히 촘촘하다. 그런데 묘한 것은 현재의 테사가 범인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16세의 테사는 범인을 가두기 위해서 존재한다. 뼈들과 함께 발견된 16세의 테사는 정신과의사와 상담을 하며 치료를 받으면서도 그 사건의 증인으로 법정에 서게 된다. 테사의 증언으로 범인은 감옥에 수감되지만 현재의 테사에게는 다시 알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다. 누군가가 그녀의 침실 창 아래쪽에 블랙 아이드 수잔을 심어놓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범인을 잘못 잡았다는 뜻일까? 테사의 증언으로 사형수가 되어버린 그 남자가 정말 범인이 아니라는 말일까? 이야기가 새끼줄처럼 꼬인 것도 아닌데 왠일인지 주변만 뱅뱅 돌고 있는 느낌이다. 책의 장르가 스릴러로 분류되어있지만 팽팽하게 긴장된다거나 어떤 두려움이 크게 느껴지는 것도 아니다. 범인의 윤곽이 밝혀지는 순간도 전혀 놀랍지 않았다. 크나큰 반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급하게 마무리한 듯 개연성이 너무 떨어지는 그런 느낌이랄까? 도대체 왜?


현재의 테사는 어쩌면 자신의 증언이 엉뚱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게 아닐까 하는 의문점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면서도 자신을 향한 의문의 협박과 같은 일들로 인해 끝없이 고뇌에 빠진다. 현재의 테사와 함께 하는 변호사 빌과 법의학자 조애나의 이야기는 많은 것을 보여주고 있다. 법의 의미가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인간이라면 느낄 수 있는 것들, 심리적인 면에서 바라보게 되는 인간의 단면들... 기억은 때로 조작되어지기도 한다. 뇌의 착각에 의해. 혹은 주인을 보호하고자 하는 뇌의 보호장치에 의해. 현재의 테사와 16살 테사의 기억이 만나는 지점에 답은 있을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그러나 우리는 가끔 망각한다. 때로는 우리의 기억이 온전치 않다는 것을.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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