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미학 1 : 메이드 인 코리아의 기원
최경원 지음 / 더블북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던 책이었다. 사진이 아니라 우리의 문화재를 보고 그렸다는 그 사실 하나가 시선을 끌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읽는 순간부터 빠져들기 시작했다. 대충 읽을 수가 없는 책이었다는 말이다. 이렇게까지 우리의 문화유산을 살뜰하게 챙겨주었던 책이 지금까지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박물관은 수도없이 가봤다. 꼼꼼하게 둘러보기도 했다. 하지만 책의 저자처럼 속깊이 들여다보지 못했다는 것이 너무 미안하게 느껴졌다. 만들다 만 것 같다는 일본인 친구의 말에 충격을 받아 우리의 문화유산을 다시 들여다보기로 했다는 저자의 마음이 오롯이 느껴진다. 아울러 우리의 문화유산에 대한 자부심과 자긍심이 한없이 솟아나게 만드는 저자의 필력에 놀랐다. 사진으로는 보여줄 수가 없어서 그림으로 하나하나 풀어서 설명해가는 저자의 목소리가 마치 곁에서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한컷의 그림이 보여주고 있는 깊이는 형언할 수 없다. 게다가 문화유산의 근원을 파고드는 저자의 꾸밈없는 상상에 공감하게 된다. 이 책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유물도 보여주지만 우리의 시선을 받지 못한채 쓸쓸하게 조명을 받고 있었음직한 작은 존재까지도 크게 드러내고 있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알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오른다. 도대체 우리는 우리의 문화유산에 대해 무엇을 배웠던 거냐고 따져묻고 싶어진다는 말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보다 '알아야 하는 만큼 보인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는 저자의 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어쩌면 우리는 이제 아는 만큼 보이는 단계를 이미 지나고 이제는 알아야 하는 만큼 봐야 하는 그 단계에 와 있는 것일지도 모를테니까. '유물을 보는 우리 시각을 신속히 수정하여 우리 유물들이 가진 가치들을 하나라도 더 제대로 밝혀내야 하겠다' 는 말에 프랑스에서 돌아온 외규장각 의궤를 떠올린다. 우리의 문화유산에 대해 우리가 더 많이 연구하고 더 높은 가치를 찾아내어 효용성을 높인다면 확실하고 완전하게 우리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을테니 말이다. 조선시대 혹은 조선 후기의 문화를 기반으로 해서 우리 전통문화, 특히 조형적 전통을 제한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는 말에는 크게 공감하게 된다. 기록이 많이 남아있지 않다면 우리가 좀 더 열심히 연구하고 분석하여 우리의 문화유산에 대해 알아내야 할 필요가 있는 까닭이다. 이 책속에서도 언급했듯이 프랑스나 영국에 비해 수탈 문화재를 대하는 태도가 개방적이지 않은 일본만 보더라도 우리의 문화유산에 대한 흔적은 많이 남아 있다. 그저 우리에게서 넘어간 것이라고만 말할 게 아니라 일본의 고대문화를 통해 우리의 문화를 더듬어 볼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은 깊이 새겨둘 일이다. 이제 일본의 고대문화를 이 땅에서 사라진 우리 문화가 차곡차곡 저장된 문화적 저장소로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의 저자는 역사학자가 아니다. 서울대 미술대학 산업 디자인과에서 공업 디자인을 전공했다. 지금은 한국문화를 현대화하는 일을 하고 있다. 식민지와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되었던 우리의 전통을 새롭게 재해석하는 일을 목표로 많은 연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유물은 30가지로, 박물관에서 당당히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백제의 금동대향로도 있지만 그저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을 작은 손잡이 향로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화려하거나 소박하거나 모두 우리의 문화유산임에는 틀림없는 일이다. 그 작은 유물마다 돋보기를 들이대고 하나 하나 그림을 그렸을 저자의 손길에 절로 마음이 숙연해진다. 마치 기계를 조립하듯이 하나 하나 뜯어보며 그 뜯어본 것을 다시 맞춰나가듯 소중하게 다루고 있음이다. 일본의 식민지화에서 벗어나지 못한 우리의 문화는 여전히 많은 듯 하다. 이 책을 통해 다시한번 그것을 느끼게 되니 씁쓸한 기분은 어쩔 수가 없다. 구태의연한 모습들이 하루빨리 바뀌길 바랄 뿐이다. 이토록이나 섬세하게 우리의 유물을 알 수 있게 해주어 고맙다. 우리의 아이들이 학교에서도 이렇게 배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인다. 어찌되었든 <한류 미학>이 시리즈로 출간될 예정이란다. 목을 길게 빼고 기다려야겠다. 커다란 기대감과 설레임을 가득 안고서./아이비생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