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10주년 개정증보판) - 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를 바꾸고 있다
니콜라스 카 지음, 최지향 옮김 / 청림출판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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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를 바꾸고 있다, 라는 말이 왠지 섬뜩하다. '이제는 정보통신 기기들이 사람 간의 접촉을 가로막는다. 이 아이들은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시간이 역사상 그 어느 세대보다도 훨씬 적어졌다. 그 결과 유례없이 불행하다는 것은 데이터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빌 맥키번이 지은 '폴터FALTER'에서 나왔던 말이다. 현재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다니는 세대를 'i세대'라 부른다는데 그들이 인터넷을 통해 얻은 것과 잃은 것은 과연 무엇일까? 인간의 특성이라 할 만한 것들 즉 인간성, 정의, 관용, 공공 정신등은 대부분 타인에게 도움을 주는 것들이라 한다. 서글프게도 정보통신 기기들과 가까워지는 대가로 우리가 잃어버렸거나 외면한 것들이 아닐까 싶다.


각종 미디어의 옹호자들은 회의론자들을 향해 '기계 파괴주의자들'이라 하고 회의론자들은 옹호자들을 '속물'이라 비웃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묻고 싶어진다. 기기가 당신에게 어떤 즐거움을 주고 있는지. 그것에 대해 한번쯤은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은 있는지. 즐거움을 주고 있다면 어떤 즐거움인지. 당신의 마음속 깊이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인지 아니면 그저 한순간에 지나가버려 기억조차 희미해져버리는 피상적인 즐거움인지를. 나 자신은 기계파괴주의자도 아니고 속물도 아니다. 기기는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에 의존하며 살아가고 싶지는 않다. 최신제품일수록 그것에 대한 믿음의 수치가 그다지 높지 않다는게 솔직한 표현이다. 인터넷을 통해 빠름을 얻었지만 우리의 삶은 빠른것만을 원하지 않는다. 인터넷을 통해 많은 걸 얻는다고 생각하지만 그 정보속에서 내가 진정 필요로 하는 것은 과연 얼만큼이나 될까?


인간은 이미 만들어졌거나 이미 있어왔던 일들에 관한 것들로 비어있는 뇌를 채우며 자란다. 교육을 받는 동안에도 특별히 새로운 것을 배우지는 않는다. 그저 앞선 이들의 행적만을 따라갈 뿐이다. 어찌보면 세뇌라고도 할 수 있다. 생각해보라. 우리가 배웠던 모든 것은 완벽하다고 말할 수 없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정치적 혹은 경제적인 이유로 조금씩 변형되어 왔을 뿐이다. 그런데 昨今의 시대에는 그 정보들을 한데 모아놓고 누가 더 빨리, 누가 더 많이 찾아낼 수 있는가를 테스트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한다. 인터넷이란 괴물을 통해서. 물론 일의 효율성을 말할 때 빨라졌다는 것은 나쁘지 않은 결과물일 수도 있다. 그러나 너무 의존하다보니 자신의 정체성마져 잃어가고 있는 듯 보여진다. 현대인들에게서 나타나는 산만함이나 정서적 불안, 분노조절장애, 주의력 결핍과 같은 사례들은 모두 인터넷이 우리에게 주는 폐해다.


"인간의 뇌 세포는 사용할수록 말 그대로 더 커지고 발전하며, 사용하지 않으면 줄어들거나 사라져버린다" (-50쪽) 영국의 생물학자 존 재커리 영의 말이다. 이 책에서는 새로운 것들에 의해 변해가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문자나 지도, 시계, 인쇄기, 측음기들과 같은 새로운 기기들에 의해 인류가 어떻게 변화해왔으며 거기에 따른 인간의 뇌는 또 어떻게 적응해왔는가에 대해. 인터넷은 우리의 뇌를 피곤하게 한다. '정보의 과부하'라고 말은 하지만 사실 그것을 거부할 수 있는 선택도 우리의 몫인 것이다. 책속의 말처럼 직접 아는 지식과 찾을 수 있는 지식의 차이는 엄청나다. 빠름을 추구하는 인터넷 덕분에 사람들은 책조차도 스캔하듯 읽기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단언컨대 종이책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책읽기는 인간에게 자신에게 돌아갈 마지막 수단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차분한 사색의 시간을 인터넷은 주지 못한다. 아무리 디지털문화나 과학을 맹신한다해도 아나로그문화가 주는 마음의 느긋함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어쩌면 현시대의 우리는 구글이나 인터넷 기업들의 배만 불리워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들은 끝없이 우리의 귀에 속삭인다. 좀 더 빨리, 좀 더 많은 것을 너의 것으로 만들어보라고. 그들은 인간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삶을 살고 싶어하는지에 대해서는 하나의 관심조차 없다. 모든 기술은 인간 의지의 표현이다. 도구를 통해 우리는 힘을 키우고 자연, 시간, 거리는 물론 타인등 주변환경을 통제하기를 원한다.(-84쪽) 발명가들이나 그 발명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그저 실용적 이익에만 관심이 있다. 그것을 사용함으로써 발생되는 영향이나 윤리적인 측면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 무서운 진실이다.


이 책의 목차만 훓어봐도 무엇을 말하고 싶어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뇌는 인터넷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뇌가 혹사당하면 산만해진다, 인터넷은 당신의 집중력을 분산시킨다, 인터넷이 우리를 망각에 익숙해지게 만든다, 기억을 아웃소싱하면 문화는 시들어간다, 가장 인간적인 것들과 맞바꾼 기술, 신경 시스템과 컴퓨터는 닮아서 더 위험하다, 컴퓨터가 뇌의 능력을 감소시킨다, 당신은 프로그램되어 있다, 모든 것을 아는 것 같지만 아무것도 모른다.... 문장을 하나씩 들여다보며 곰곰이 생각해보면 공감할 수 밖에 없는 주제들이다. 이 책의 원제 'The Shallows' 얄팍한, 얕은, 피상적인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우리의 뇌가 깊이 생각하는 능력을 상실해가고 있다는 말이다. 인터넷이란 괴물로 인해 변해가는 당신의 뇌를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이 운명을 피할 유일한 방법은 자기 인식 그리고 우리의 정신 활동과 지적인 추구, 특히 "지혜를 요구하는 업무를 컴퓨터에 위임하는 것을 거부할 용기"(-333쪽)가 우리에겐 필요하다. 팬데믹이전부터 우리는 이미 자가격리상태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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