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터 - 휴먼 게임의 위기, 기후 변화와 레버리지
빌 맥키번 지음, 홍성완 옮김 / 생각이음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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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적으로 매년 900만 명이 오염으로 죽는다. 최악의 경우는 중국인 3분의 1이 스모그로 사망하고 2030년까지 전세계적으로 1억명의 희생자가 나올 수도 있다. (-33쪽) 에덴동산의 사과, 바벨탑, 이카로스 같은 이야기가 우스꽝스럽다고? 그렇지 않다. 인간의 한계를 무한하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더 우습게 느껴진다. 그야말로 오만의 극치가 아니고 무엇인가. 어쩌면 우리는 그 한계를 넘고 넘어 파멸의 길로 달려가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고생대의 마지막 여섯번째 시기였다는 페름기(Permian Age) 말기에 급속한 온난화가 와서 대부분의 생명체가 멸종되었다고 한다. 대기속에 이산화탄소 함유량이 증가했던 까닭이다. (하지만 지금의 온난화와는 완전 다르다. 그 시기의 온난화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음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우리는 어떤가? 다시한번 생각하고 또 생각해봐도 지구의 온난화는 이미 시작되었다고 봐야 한다. 영원할 것 같았던 빙하가 녹아내리고 해수면 상승으로 인하여 사라져가고 있는 섬이, 나라가 있다는 뉴스는 여러번 듣지 않았는가 말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과학과 기술이라는 오명 아래 인류를 편안케해준다는 변명으로 멈출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사실은 돈이라는 힘을 가진 소수만을 위한 명제인데도.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그 아래 잠겨있던 메탄가스와 이산화탄소가 지구의 온도를 높이고 있으며 선택적 벌목과 열대우림의 황폐화 역시 인산화탄소의 증가를 불러오고 있다. 세계의 곳곳에서 벌어지는 기후변화조차도 그저 단순한 것처럼 받아들일 수 있다는게 그저 놀라울 뿐이다. 지구온난화라는 말을 두려워해야만 한다. 그런데 더 무서운 것은 이미 들끓고 있는 지구를 바꾸려는 시도가 시작되면서 사람들이 더욱 긴밀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지구를 바꾸기전에 더 많은 이득을 챙기기 위해서. 혹은 지구를 바꾸려는 시도를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이산화탄소는 곡물의 영양분을 감소시키고 벌이 의존하는 식물의 꽃가루에서 단백질의 함량을 감소시켰다. 정말 놀랍지 않은가? 또한 기온의 상승은 해충의 번식을 빨라지게 하고 있다. (그런 현상을 우리가 이미 겪으며 살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기후학자들은 말한다. 해수면 상승은 시리아 전쟁난민 위기보다 더한 기후 난민세대를 만들어낼 거라고. 우리는 평상시와 다름없이 살아왔다. 말 그대로 그 문제에 대해 듣고 싶어하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을 위한 지구는 줄어들기 시작했다.(-99쪽) 내셔널지오그래픽이나 자연다큐에서 보았던 모든 풍경들은 아마도 멀지않은 미래에 우리에게 이렇게 멋지고 아름다운 자연이 있었다고 보여주는 기록으로 남게 될지도 모른다. 빙하는 지금도 녹아내리고 있다. 이 책에 실려있는 한편의 시를 옮겨본다. 빙하학자와 함께 동행했던 그린란드 출신의 여성시인이 썼다는 이 시를 읽고도 아무런 느낌을 전해받을 수 없다면 지구의 미래는 이미 없다고 봐야한다.

똑같은 짐승들이/ 이제 결정을 하네/ 누가 살고/ 누가 죽어야만 하는지.../ 우리가 요구하는 건 세상이/ SUV,에어컨, 상품화된 편의시설 너머로 보는 것/ 기름으로 뒤덮인 꿈, 믿을 수 없네/ 그런 내일이 결코 오지 않기를/

당신들의 집도 내 집처럼 되겠지/ 지켜보지. 마이애미, 뉴욕,/ 상하이, 암스테르담, 런던,/ 리우데자네이루, 그리고 오사카가/ 물에 빠져 숨 쉬려 애쓰는 것을.../ 그 누구도 빠져나갈 수 없다는 것을.(-69쪽)


기술발전이 유토피아를 가져올 거라고 믿는 이들이 인간 의미의 상실을 겁내지 않는 이유 한 가지는 애초 이들이 인간에게 별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259쪽) 화석연료? 석탄이나 석유, 천연가스 같은 지하자원을 이용하는 연료를 말한다. 지구상에서 가장 수익성이 좋은 물질이라고도 한다. 화석연료산업에 속하는 100개의 회사가 지구전체의 배출가스 70%를 차지한다는데 그들은 이미 이산화탄소의 과다배출로 인한 이상기후가 일어날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해서든 그것을 부정하려든다는 것이다. 그들은 돈이 많다. 그 많은 돈을 이용해 정치와 입법체계를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또 그들끼리 뭉쳐 조직을 이루어 여러가지 규제에 맞서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가 파리기후협정에서 미국을 탈퇴시킨 것도 그들의 전략중 하나였다면 믿겠는가?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해내는 미국이었기에 세계로부터 비난을 받았지만 그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 책에서는 인간게놈, 즉 유전자변형에 관한 주제도 다루고 있다. 이미 오래전 올더스 헉스리가 소설에서 그리고 있었던 <멋진 신세계>가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고. 또한 AI에 대한 경고도 무시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영화 <터미네이터>의 배경이 어쩌면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고. 휴먼게임! 우리는 어째서, 무엇때문에, 누구를 위하여 이토록이나 위험한 게임을 즐기고 있는가? 소수에 의해 다수가 멸종의 길로 가고 있는 현상황을 이대로 보고 있어야만 하는가? 스티븐 호킹박가는 말했다고 한다. 지구가 너무도 많은 영역에서 위협받고 있어 긍정적으로 되기가 어렵다고. 그러니 지금의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자명하다. 소수를 위해 살지말고 다수를 위해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힘있는 소수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다수의 연대의식이라고 한다. 인간연대의 또다른 이름이 사랑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옥스퍼드의 줄리안 사불레서쿠교수는 민주국가들이 스스로 기후 변화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유권자들 대부분이 과도한 소비지향적 생활방식을 상당히 제한하는 사안을 지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그런 희생을 기꺼이 하겠다는 징후도 없다. 게다가 이방인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은 전 세계적으로 협력하는 것을 막는다.(-297쪽) 사불레서쿠교수가 말한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하다. 그의 말이 우리에게 커다란 울림을 전해줄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지구 온난화가 지구를 파괴하기 전에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유전자를 바꿔 인간을 더 이타적이고 공공재를 위해 기꺼이 더 희생하게 하는 것이라고. 이 책의 제목 Falter의 뜻을 해석해보면 '흔들리다, 불안정해지다' 라고 나온다. 이미 읽은 <휴먼스킬>도 그렇고, 얼마전에 읽었던 <육식의 종말>에서조차 인간의 탐욕스러운 욕망과 놓지못하는 소비지향적 삶의방식이 인류를 불평등과 몰락의 길로 빠져들게 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昨今에 이런 책이 많이 보인다는 것은 이미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해 볼 도리가 없이 지구가 망가져가고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인간이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너무 바닥에 팽개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모든 것이 불안정한 세상이다. /아이비생각


별을 백만개는 주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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