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의 역사
자크 엘리제 르클뤼 지음, 정진국 옮김 / 파람북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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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의 역사>라는 제목을 보면서도 피상적인 산의 모습만을 생각했다. 어리석게도. 산이 우리가 아는그림처럼 그런 모습만을 하고 있는 건 아닌데도 말이다. 저자 자크 엘리제 르클뤼는 프랑스 사람으로 벨기에에서 교수를 지냈다. 현대인문지리학의 선구자라는 말도 보인다. 지정학이나 역사지리학, 사회지리학과 같은 새로운 개념을 만들었고 환경문제를 중시하는 운동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지리학자이면서 환경운동가로서의 면모를 갖고 있다는 말일 터다. 이 책속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산의 모습에 관한 이야기도 담겨 있지만 산의 기원이나 물리적인 성격과 같은 산의 속성에 관한 이야기도 담겨 있다. 숲은 어떻게 해서 만들어지는지, 기후 변화는 어디에서부터 비롯되었는지, 산의 테두리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동물이나 식물에 대한 움직임도 살핀다. 그러다보니 전문적인 용어도 꽤나 많이 등장한 듯 하다. 일반적인 산의 모습만을 생각하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면 어느정도는 따분함을 감수해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가 평소에 생각하지 못했던, 혹은 우리가 이미 오래전에 배웠으나 잊어버린 산의 진정한 모습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산은 동물과 식물만을 품고 있는 게 아니다. 산의 속성에 의해 만들어지는 수많은 자연현상에 대해 예를 들면 호수나 강, 혹은 화산활동에 의해 새롭게 형성되는 자연의 여러가지 형태를 바라보게 된다. 저자는 숲속에서 살고 있는 산짐승들의 움직임까지 관찰했다. 아울러 산을 바라보는 인류의 시선속에서 산을 숭배하거나 신화를 창조해내는 것까지도. 사실 세계 여러나라의 창조신화를 보더라도 대부분 산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우리의 단군신화 역시 그렇다. 그만큼 인간의 삶은 산을 떠나서는 살 수 없다. 이 세상에서 인간은 사라져도 산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전에도 그랬고 이후에도 그럴 것이다. 그런데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가 산을 대하는 태도는 어떤가? 아무런 대책도 없이 무작위로 산을 파괴하고 그 산속에서 살고 있는 동물과 식물을 멸종시키고 있다. 하나의 기업이나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 멀쩡한 숲을 파괴하는 행태는 셀 수 없이 많다. 그일로 인해 생겨날 엄청난 결과는 재앙이다. 이미 우리 곁으로 바짝 다가와 있다.


이 책의 목차를 살펴보면 이렇다. 산마루와 골짜기, 바위와 결정산의 기원, 화석, 흙더미와 돌더미, 구름, 안개와 뇌우, 눈, 산사태, 빙하, 빙퇴석과 급류, 숲과 풀밭, 산짐승, 기후의 변화, 올림포스 산과 신, 수호신, 그리고 인간등... 목차만 봐도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어하는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조금 따분하긴 했지만 옮긴이의 말처럼 산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이 곧 우리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일임을 다시한번 깨닫게 된다. 이제는 잠시 쉬어갈 때임을. 이제는 제발 멈추어야 할 때임을. 다만 우리의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염려스러울 뿐이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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