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갈 집이 있다
지유라 지음 / 메이트북스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보통은 그림을 하얀 종이에 그린다. 연필로만 그릴 수도 있고, 거기에 채색을 하기도 하고. 물론 판화라는 색다른 그림도 있기는 하다. 이 책에 실린 그림들은 종이위에 그려진 그림이 아니다. 작은 나무판 위에 그려진 그림임에도 불구하고 나무위에 그린 그림처럼 보이지 않으니 이채롭다. 저자는 집을 그리기 위해 많은 곳을 찾아다녔다. 국내는 물론 국외까지. 그렇다고 그 그림들속에 뭔가 특별한 것이 들어있는 것도 아니다. 그림들에게서 정겨움이 느껴진다. 소박한 집들. 그리고 그 집속에서 살고 있을 사람들의 이야기. 그래서 저자는 집을 편안하고 행복한 곳이라고 말했던 모양이다. 작품평속에 그림에 따뜻한 마음을 담고 싶어한다는 말도 보이긴 하지만 책 속에 실린 그림들은 충분히 따스함을 전해주고 있다.


문득 집의 형태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대체로 우리가 그리고 있는 집의 형태는 어떤 모양일까? 어렸을 적 집을 그리라고 하면 어떤 집을 그렸었는지 생각해 봤다. 낮은 담장을 두른 채 집 뒤로는 산이 있고 앞으로는 냇물이 흐르고, 집 굴뚝에서는 연기가 나고, 뭐 그런 형태의 집을 그리지 않았을까? 하지만 昨今의 우리에게 그런 집은 이상일 뿐이다. 나이들면 살고 싶은 아주 먼 미래의 집일 뿐이다. 아파트라는 콘크리트 상자속에 살면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집의 의미는 어떤 것일까? 집의 진정한 가치는 무엇일까? 시대가 변하고 세상이 변해도 변하지 말아야 할 것들은 많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변화의 물결속에 휩쓸리지 않으면 안될 것처럼 살고 있다. 이 책속의 집들을 보면서 공연스레 집에게 미안해지는 건 왜인지.....


저자는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12년간 디자이너로 근무하다가 어릴 적 꿈이었던 화가가 되기 위해 집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그리고 집 그리는 화가가 되었다. 남들이 자꾸만 물었단다. 그 좋은 직장을 놔두고 왜 그림을 그리느냐고. 저자는 말한다. 나는 지금 하고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있다고. 그녀는 아마도 지금 엄청 행복하게 살고 있을 것이다. 좋아하는 집을 그리면서. 집을 그리기 위해 여행을 떠나고 행선지위에서 만나는 집과 그 집에서 살고 있는 사람과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아주 소소한 일상이다. 목포의 낡은 시계방 할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계절이 몇 번 바뀌도록 찾아갈 수 있는 마음이 그녀에게는 있는 것이다. 집을 그리면서 사람을 이야기하고 있다. 진짜로 별 것도 아닌 이야기들. 어쩌면 그래서 좀 더 가깝게 느낄 수 있었던 듯 하다. 우리네 살아가는 이야기가 소복하게 담겨있는 책이다. /아이비생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