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역사여행
유정호 지음 / 믹스커피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까마득한 기억이다. 청평사에 언제 다녀왔었는지. 아마 두 번은 다녀온 듯 한데 너무도 오래전의 기억인지라 지금은 어찌 변했는지 한번 더 가봐야지 하면서 여태 못가고 있다. 사실 아무리 좋았던 곳이라해도 다시 찾아간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의 뇌가 그저 스쳐 지나간 곳이라해도 이미 가 본 곳처럼 어설픈 착각을 하게끔 만들기도 하고, 아직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설레임을 이길 수 없는 까닭이기도 하다. 지금은 그나마도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 편리해진 곳도 꽤나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훑어본다는 게 왜 그리도 어렵기만 한지.... 유행처럼 답사여행이 번지더니 지금은 조금 시들해진 듯도 하지만 여전히 이런 답사에 관한 책은 많이 출간되고 있다. 너무 중복된다는 점이 조금 아쉬울 뿐이다. 마치 자기계발서처럼.


서울에서의 시작이 좋았다. 옛날에는 그리 맑았다던 홍제천을 따라 오르다보면 '보도각 백불'이 있다. 많은 사람이 어라, 저기 무슨 불상같은게 있네? 하면서 눈길만 한번 주고 가는 곳 중의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그 백불을 품고 있는 사찰이 옥천암이라는 걸 이제사 알게 되었다. 눈치없이 백불에게만 관심이 있었던 까닭이다. '보도각 백불'을 지나 한참을 더 올라가면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이후에 수도를 방어하기 위해서 쌓았다는 성곽과 성문도 있다. 홍지문과 탕춘대성이다. 서울 도성과 북한산성을 연결하기 위해 쌓은 것인데 원래도 탕춘대성이 있던 세검정 지역은 군사적으로도 중요한 지역이었다. 이런 곳들을 많은 사람이 찾아갈 수 있도록 정비를 해 준다면 참 좋을텐데 현실은 또 그렇지가 못하다. 탕춘대성을 찾기가 어찌나 힘들었던지... 그래서 더 많은 아쉬움을 남기는 곳이기도 하고. 부암동에서 들어가기도 하는 백사실 계곡도 그리 멀지 않다.


대부분의 답사지와 많이 겹치긴 해도 중요한 것은 우리가 찾아가는 곳에 관하여 얼마나 알고 가는가, 하는 것일테니 그건 말 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서울부터 경기도, 강원도,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제주도까지 훑어가는 일정이 지루하지 않다. 순천을 답사하면서 왜 순천왜성을 가보지 않았을까하는 안타까움에 꼭 한번은 가 봐야 할 목록에 순천왜성을 써 넣게 된다. 기회가 된다면 영주의 무섬마을에서 민박을 하고 아침 안개가 피어오를 때의 외나무다리가 그려내는 풍경을 보고 싶다. 시간이 늦어지는 바람에 밤에 도착하게 되었던 감은사지는 정말이지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아름다운 추억을 선사해 주었었다. 밤풍경이라면 경주 동궁의 월지 또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멋진 여행이었다. 딸과 함께 했다는 저자의 그 마음이 오롯이 읽혀서 좋았다. /아이비생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