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전달자 특서 청소년문학 14
이상권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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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살고 있는 동네의 좋은 점을 말하라고 한다면 주저없이 굵은 나무라고 말할 것이다. 오래된 집만큼은 아니라해도 굵은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는 풍경이 그야말로 그림같은 동네다. 우리가 꿈꾸는 전원주택이나 전원생활이라는 게 자연속에서 살아간다는 말일테지만 솔직하게 말하면 과연 그것이 진짜 전원생활일까? 라고 묻고 싶어진다. 있는 자연을 밀어내고 터를 닦아 그 위에 정형화된 집들을 세우고 구불구불한 자연의 길을 반듯하게 닦아 차가 들어가기 좋은 곳으로 만든다. 그리고 또 울퉁불퉁한 오솔길을 반듯하게 펴서 산책로 혹은 데크길이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deck라는 말 역시 인공구조물을 뜻하는 것이니 그것이야말로 자연과는 멀어도 너무 먼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이쯤되면 진정한 전원생활이라는 게 뭔지 되묻고 싶어진다는 말이다. 자연스러움을 잃어버린 자연을 품은 집을 전원주택이라는 포장속에 감춘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고...


昨今의 대한민국은 어딜가나 공사중이다. 개발바람이 분 곳이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이 소설은 부동산 투기의 열풍이 불어닥친 수도권의 전원주택 마을에서 출발한다. 처음 그들이 그곳을 선택했을 때는 너무나도 좋았던 숲을 이제는 돈을 벌기 위해서 없애야 한다는 사람들의 너무나도 세속적인 이야기를 아이들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으니 생각만해도 얼마나 한심한 작태가 펼쳐질지 짐작할 만 하다. 바로 우리 자신의 모습인 것이다. 어른이 되었다고 누구나 자본의 노예가 되어버리는 것은 아니다. 그 어른들의 핑게가 바로 아이들인 것이다. 너희 잘 되라고, 네가 잘 먹고 잘 살라고 이러는 거라고. '시간전달자'라는 이름으로 어른들의 숨겨진 민낯을 아이들 앞에 전부 까발리고 있다. 앞과 뒤가 다른 어른들의 얼굴을 아이들에게 낱낱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는 후손들을 위해서 숲을 지키겠다고 맹세까지했던 부모들이 이제는 자신들이 먼저 나서서 그 숲을 버리겠다고 말한다.


작가의 이력이 이채롭다. 어릴 때는 시골에서 자라다가 대도시의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불안증과 난독증으로 학교생활이 불가능했다고 한다. 그때 문학을 배웠다고. 그러고보니 작가의 작품이 꽤나 많다. 더구나 그 작품들중에서 <고양이가 기른 다람쥐>는 고등학생의 국어교과서에 수록되었고, <아름다운 수탉>과 <새박사 원병오 이야기>는 중학교 국어와 도덕교과서에 수록되었다고 하니 그저 놀랄 뿐이다. 그만큼 작가가 전하고 싶어하는 메세지가 강하다는 말일 터다. 작품을 보니 <신 호모데우스전>, <빡빡머리 앤>, <난 멍 때릴 때가 가장 행복해>, <하늘로 날아간 집오리>등이 있는데 <하늘로 날아간 집오리>는 스테디셀러라는 말도 보인다. 한번 읽어봐야지 하는 마음이 앞서는 건 아무래도 나만의 옹달샘이 있었고, 나만의 동굴이 있었으며, 나만의 나무도 여러 그루 있었다는 작가의 이력이 환경과 가까워보이는 까닭이다. 이 작품 역시 환경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가 늘 버릇처럼 이야기하는 자연보호에 대한 의미를 다시한번 되짚어보게 된다.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자연이라고 말은 하면서 지금의 우리가 자연을 대하는 태도를 꾸짖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묻고 있다. 당신은 어떠냐고.


이 책은 <숲은 그렇게 대답했다>라는 작품의 개정판이라고 한다. 개정판으로 다시 오지 않았다면 어쩌면 만나지 못했을 책이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고맙다. 하지만 뭔가 아쉽다.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다보면 자주 숨을 고르게 된다. 메세지의 전달이 한박자 쉬고 전해지는 듯한 느낌이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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