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 사라진 밤
루이즈 젠슨 지음, 정영은 옮김 / 마카롱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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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뭐지? 제대로 한 방 얻어맞았다. 번번이 비껴갔던 결말앞에서 믿기지 않았다. 선제공격을 했음에도 오히려 더 크게 한 방 얻어맞고 KO패 당한 기분이다. 보는 내내 심장이 졸아드는 느낌이었다. 마치 책속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일요일 아침에 깨어난 곳은 분명 내 집, 내 침대위였는데 몸상태는 내가 아닌... 여기저기 다치고 아프고 게다가 피까지... 기분좋은 데이트를 생각했던 어젯밤의 기억은 사라져버렸다. 거울속의 얼굴은 낯선 여자일뿐이다. 병원을 찾았고 의사의 진단은 안면인식장애였다. 안면인식장애라는 말은 오래전 어느 드라마에서 본 적이 있다. 상대방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 그것이 누구라 할지라도. 간혹 1000명중 하나 정도는 알아볼 수도 있다는데... 가장 가까운 동생과 남편의 얼굴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그녀에게 불안한 일상이 시작되었다.


사람의 뇌는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한다는 말이 있다. 게다가 너무나도 큰 충격을 받게 되면 충격받았을 당시의 기억을 잃어버리기도 한다는 말도 있다. 친한 친구의 얼굴도 알아보지 못하는 그녀에게 토요일 밤의 기억은 두려움과 절망을 함께 불러왔다. 낯선 편지, 낯선 택배, 낯선 얼굴, 그리고 알수없는 협박까지. 사람의 얼굴을 알아볼 수 없으니 토요일 밤에 누굴 만났는지 알 수도 없고, 토요일 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제 그녀의 하루하루는 어떻게 될까? 복선처럼 깔리는 그녀의 과거가 내내 신경을 건드렸다. 끝까지 밝혀주지 않는 작가의 노련함앞에 그저 탄식할 뿐. 다 읽은 후 되새겨보며 생각하게 된다. 부부사이의 진정한 사랑에 대해. 가족간의 믿음에 대해. 또한 대화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상대방의 입장에서 다시한번 생각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긴장감때문인지 몰입도가 최상이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장 한 장 넘기는 손끝은 더디기만 하다. 책장을 넘기는 순간 혹시라도 그녀에게 더 나쁜 어떤 일이 벌어질까봐. 이 책은 심리 스릴러다. 그러다보니 심리적으로 겪어내야 할 공포의 크기가 정말 대단하다. 폭력과 스토킹, 게다가 불법 촬영, 협박까지 사람이 겪을 수 있는 공포를 모두 모아놓은 듯 하다. 씨줄과 날줄의 짜임새가 너무도 촘촘해서 감히 예측했었던 범인의 그림자는 이내 놓쳐버리고 말았다.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범인처럼 느껴진다는게 오히려 이채로웠다.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싶었는데 범인의 존재가 나타나는 순간 헉, 숨쉬기를 멈춰버리게 된다. 기억할 수 없는 그 밤에 어쩌면 자신이 살인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하룻밤 사이에 모든 이의 얼굴을 잃어버린 여자가 겪어야 할 고통은 아무도 알 수 없다. 만약 이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과연 이렇게까지 세세한 심리상태를 그려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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