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괴로운 당신에게 식물을 추천합니다
임이랑 지음 / 바다출판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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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부터 산을 좋아해서 시간이 날때마다 산에서 살았던 적이 있었다. 그저 단순히 산을 오르는 것이 아니라 그 산을 오르면서 만나는 작은 존재들, 이름모를 풀과 꽃들 그리고 나무들이 좋았다. 산의 정상까지 오르지 못해도 그날 눈에 담고 마음에 담았던 하늘과 구름과 바람과 풀과 꽃들과 나무의 잔상이 너무 좋았다. 그리고 찾기 시작했다. 이름을 불러주고 싶어서. 아마도 그때부터였을 거라고 생각한다. 들에 핀 작은 풀과 그 풀속에서 피어나던 꽃들에게 시선을 빼앗기기 시작한 것이. 그러면서 알았다. 토종풀, 토종꽃들이라고 생각했었던 것들이 사실은 귀화식물이었다는 걸. 그 때의 실망감이라니! 그러나 어떠랴, 그저 풀이 좋고 꽃이 좋고 나무가 좋았던 것을.

취향에 물주기.... 참 멋진 말이다. 식물원을 찾아가는 일조차 취향에 물주는 시간이라고 표현할 수 있었던 작가의 식물사랑을 한마디의 말로 화살처럼 꽂히게 만들고야 말았다. 세계의 식물원을 하나씩 찾아가보는 게 소원이라던 작가를 살짝 응원하게 된다. 행복하다는 말도 사랑한다는 말만큼이나 다분히 주관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만 식물을 통해 자신의 삶에 위안을 삼을 수 있다는 게 어찌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있을까 싶다. 좁은 공간이든 넓은 공간이든 즐기는 사람은 상관하지 않는다. 바로 그 점이 참 좋았다. 식물을 열심히 죽이고 있는 이들중의 한사람으로써 열심히 죽여봐야 한다는 작가의 말에 피식 웃음이 나기도 했지만 그럼으로해서 얻을 수 있었던 결과는 꽤 만족스러웠다는 걸 안다. 지금도 죽은 채 말라 비틀어진 잎을 달고 있는 작은 화분 몇개를 버리지 않고 바라보고 있다. 너무 사랑해서, 사랑이 넘쳐서 죽어버렸던 녀석들을 바라보며 절제를 생각하게 되고 또다시 그런 일이 생길까봐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죽은 녀석의 특성을 다시한번 알아보았던 시간들은 또하나의 생동감 그 자체였던 까닭이다.

틈날때마다 식물원을 찾아가곤 하지만 개인적으로 식물원보다 수목원쪽에 더 마음이 간다. 아직은 답답한 온실속에서 바라보는 식물보다는 넓고 큰 공간에서 자라는 나무들속에 내가 들어가고 싶은 욕망이 크기 때문이다. 주는 것보다 받는 것이 더 좋은 사람의 부류인 모양이다. 작년 봄, 늦었다고 생각하며 천리포수목원으로 목련을 보러 갔었는데 왠걸! 도시의 목련은 이미 지고 있었는데도 그곳의 목련은 이제 막 멍울을 터트릴 준비중이었다. 그런 까닭으로 결국 보고싶은 목련을 보지 못한채 허탈하게 돌아왔었던 기억이 있다. 마당이 있는 집... 누구나 한번쯤은 그려보았을 그런 집... 그 집에 가장 먼저 심고 싶은 나무가 있다면 목련이다. 그만큼 목련이 좋다. 좁은 베란다에서 아직은 죽지 않고 버텨주는 다섯개의 화분을 바라본다. 죽어나가는 녀석들이 너무 마음을 아프게 했던 까닭에 이제는 그만 들여야지 하는 중이다. 그런데 지난 겨울을 이겨내고 자구를 밀어내는 녀석이 있어서 또다시 마음이 흔들린다.

뾰족한 잎이나 가시가 달린 식물보다는 넓은 잎과 둥근 잎을 가진 식물이 더 좋고, 키가 작은 식물보다는 조금은 키가 큰 식물이 더 좋다. 식물편애? 키우기 편해요, 그냥 일주일이나 이주일에 한번씩 물만 주면 된다는 말에 속아서 집에 들였다가 죽어나간 녀석들이 몇이나 되는지... 향기에 반해서 혹은 예쁜 옷을 입고 있어서... 그럼에도 여전히 식물이 눈에 띄면 도저히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세상에 식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아마도 그 사랑법을 제대로 알지 못해 가까이 두지 못하는 까닭이리라. 크기는 작아도 한사람의 마음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아직은 그 사랑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내 자신을 다시한번 더 돌아보게 된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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