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5대 소설 수호전·금병매·홍루몽 편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이나미 리쓰코 지음, 장원철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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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서유기>, <수호전>, <금병매>, <홍루몽>을 중국의 5대소설이라 하는데 이들 작품이 후대에까지 이렇게 읽히는 걸 보면 중국 문학사에서의 영향력은 가히 짐작할 만 하다. <삼국지>나 <서유기>라면 학창시절부터 익히 들었거나 읽게 되었던 작품이지만 사실 <수호전>이나 <금병매>, <홍루몽>의 경우에는 <수호전>만 빼면 이름만 들었을 뿐이었다. 때문에 이 책을 통해 세 작품의 성격이나 특징을 제대로 알고 싶었다. 거기에 더해 박진감 넘치 속도 역시 느끼고 싶었다는 게 솔직한 표현일게다. 하지만 기대만큼 가까워질 수 없었다는 것도 솔직한 표현일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작품의 원래 성격을 느끼기에는 너무 지루하다. 논문형식으로 작품을 분석하며 진행되다보니 더디기도 더디거니와 그 앞뒤의 흐름을 제대로 이해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는 말이다. 하지만 각각의 작품이 어떤 형식을 취했는가만큼은 제대로 알게 된 듯 하다.

 

학창시절에는 홍콩영화가 유행이었었다. 당시의 무협영화 중 <신용문객잔>이나 <황비홍>, <취권>등은 정말 재미있었으며 그 뒤를 이은 <백발마녀전>이나 <천녀유혼>과 같은 절절한 사랑이야기, <패왕별희>에서 보았던 경극의 형 태는 지금도 강한 느낌으로 남아있다. 여러 작품들이 있겠으나 도대체 이해할 수 없었던 중국풍의 영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 책이 바로 김용의 무협소설 <영웅문>이었다. 대륙을 종횡무진하던 강호의 협객들은 정말 박진감 넘치는 호흡으로 내게 다가왔었다. 그때 인기를 몰고 다녔던 홍콩배우들도 꽤나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초한지>는 또 어떤가! 사실 <삼국지>나 <수호전>, <초한지>와 같은 작품들은 당시 신문지면을 통해 연재되었던 故고우영의 만화를 통해서 재미를 느꼈다고도 할 수 있다. 故고우영씨가 그려주던 <수호지>속의 무송과 무대, 그리고 반금련의 이미지는 각인되다시피 남겨져 있어서 하는 말이다. 그런 작품들을 통해 중국의 4대 미인으로 꼽힌다는 서시, 초선, 우희, 양귀비와 같은 여인들의 이야기도 더불어 알게 되었고 그 이야기들을 통해 만들어지게 된 고사성어 역시 흥미롭게 다가왔었다. 어쩌면 그런 속도감을 바랬던 건지도 모를 일이지만 어쨌거나 이 책은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수호전>은 양산박으로 모여든 108인의 호걸들 이야기다. 그 안에서 뚝 잘라내 또 한편의 이야기로 탄생한 것이 <금병매>로 양산박의 호걸 중 하나인 무송의 형 무대의 부인인 반금련이 남편을 죽이고 사통했던 서문경이라는 남자와 혼인을 하면서 벌어지는 여인들의 암투를 다루고 있다. 다시말해 서문경이 취한 여인들의 이야기라는 말이다. 그에 비해 <홍루몽>은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전작이 에로틱한 사랑이라면 후작은 플라토닉 사랑쯤 되려나? 그것은 각자의 느낌이니 다르게 말할 수도 있을게다. 역자후기를 통해서도 <삼국지>가 역사소설이라면 <서유기>는 환상소설이며 <수호지>는 惡漢소설, <금병매>나 <홍루몽>은 풍속소설의 범주에 속한다고 말하고 있다. 짐작해보건데 <금병매>의 경우에는 풍속보다는 淫書에 가깝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작품을 통해 사회적으로나 시대적으로 여인들의 존재가치가 어떠했는지를 살펴볼 수도 있을 듯 하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궁금했던 것은 도대체 왜 중국의 5대 소설에 대해 이토록까지 분석을 했을까, 였다. 저자후기에서 말하는 바로는 이 작품들을 통해 중국 소설사의 흐름을 파악해보려 했다는 것이었는데 그 말을 통해 이 작품들이 과연 중국 문학사의 흐름속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꽤나 높은 모양이라고 미루어 짐작해볼 따름이다. <수호지>의 181쪽에 이런 말이 보인다. 중국의 전통 문학 작품에서는 법술사, 유령, 요괴 등을 테마로 다룬 작품이 무수히 많으며 괴기스러운 것에 대한 편애가 현저하게 나타난다고. 그런 면이라면 일본도 만만치않다. 오래전에 읽었던 <산해경>이란 작품을 생각하게 한다. 어쩌면 같은 漢字文化圈으로써 어느정도는 상통하는 면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느 분야가 되었든 오랜 흐름을 파악할 수 작품들이 있다는 건 흥미로운 일이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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