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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다 놀러가는데 당신 뭐야! - 아빠 엄마와 함께 떠나는 Go! Go! 역사현장체험 나들이
조승범 지음 / 푸르름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남들 다 놀러 가는데 당신은 뭐야 도대체! 쉬는 날이라고 이렇게 잠만 잘거야?
아이구 쉬는 날엔 나도 좀 쉬자. 응? 집에서라도 좀 쉬어야 하는거 아니니?
휴일이면 이렇게 싸워보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빠가 쉬는 휴일만 목빠지게 기다리는 아내와 아이들과는 달리
사실 아빠들은 쉬는 날만큼은 정말로 쉬고 싶을게다. 아마도.
그런데 요즘의 아빠들도 그럴까? 지금의 젊은(?) 아빠들은 저렇게 싸우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잘 데리고 다니며
세상일을 구경시켜 준다고 하니 참 좋겠다. 공연한 소문만 무성한 말인가? 하하하
책을 처음 받았을 때 당신 뭐야 하는 뭐야라는 글자속에 'ㅇ'이 아주 커다란 마누라들의 입으로 그려져 있어서
한참을 웃었다. 시대를 그대로 반영한 듯한 그림 아니 글자처럼 보여졌기 때문이다.
지금은 이 핑게 저 핑게로 조금은 시들해졌지만 한동안 유적답사동호회 활동을 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 까닭에 이 책을 만난다는 기대감이 나에게 색다른 설레임을 안겨주기도 했었다.
책을 받아보기 전의 내 생각은 과연 얼만큼의 분량으로 나에게 다가올 것인가였다.
유적지라거나 혹은 체험을 경험할 수 있는 곳들이 어디 한군데에 국한되어져 있는 것이 아닌 까닭이었다.
책을 받자마자 목록부터 살펴보았다. 그리고 슬며시 웃음 지었다. 역시 서울 경기권이 우선적이었다.
아들녀석이 책을 보면서 덩달아 좋아한다. 이미 다녀왔던 곳이 대부분이었던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속에는 우리가 너무 쉽게 생각하고 너무 쉽게 지나쳐갔던 것들을 콕콕 짚어내어
알려주고 있다는 것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별 것 아니었을 거라고 지나쳐버렸던 우리문화의 흔적들을
지금 다시 되돌아 보며 생각해보니 너무나도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이 생겨났다.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서울권의 궁궐여행은 역시 흥미롭게 다가왔다.
경복궁의 근정전 월대난간에 장식되어져 있다는 청룡,백호,주작,현무라든가 십이지신상의 닭,말,뱀,소,범과 같은
돌짐승들의 모습은 사진으로만 보았어도 정말 이채로웠다. 와, 저런 것들도 있었구나 싶었다.
그토록 여러번 다녀왔던 경복궁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찾아내지 못한 아니 찾아낼 생각조차 갖지 못했었다는 것이
내심 부끄럽기도 했다.
근간에 다시한번 경복궁을 찾아가 작가가 보여주었던, 근정전을 향해 건너가는 영제교에서 만날 수 있다는
네마리의 석수는 꼭한번은 만나고 싶어진다.
네마리 모두 포복자세로 뭔가를 열심히 찾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하니
그 시선을 따라서 나도 한번 바라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난다.
이 책을 읽다보면 우리의 문화재들이 특히나 궁궐들이 일제에 의해 얼마나 많은 손실을 입게 되었는가를
새삼 깨닫게 해준다. 침략자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그나라의 문화를 죽이는 일이라고 했던가?
너무나도 많은 것들을 빼앗아가고 또한 변형을 시키지 않았나 싶은 생각에 화가 나기도 한다.
힘없는 나라에 대해 화가 나고 그나마 남아 있는 유적들조차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우리들의 모습에 대해 다시한번 또 화가 난다.
유적지 답사여행중에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 여행이 얼마나 될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아무래도 쉽게 가볼 수 없었던 아랫녘 지방의 유적들이 아니었나 싶다.
동학의 거두 녹두장군 전봉준의 고택지에서부터 시작되어진 동학의 배경지들을 둘러보았을 때,
고부군수 조병갑의 탐욕에 맞서 홀연히 일어서야 했던 그의 심정이 느껴지는 듯 했던 그때의 답사는
내가 우선 순위로 꼽는 여행중의 하나이다. 시작지점이었다던 그 시장의 감나무는 다시 회생했을까?
그 발자취를 따라 움직이면서 지금은 없어지거나 작고 초라한 비석하나만으로 남겨져야 했던 유적지들의 모습에
너무나 안타까웠던 마음이 있었다. 나만이 아니라 모두가 그랬었다.
그리고 두번째로 꼽을 수 있는 답사여행이 노근리 양민학살현장과 강화도여행이다.
이 책속에서도 강화도의 일정을 아주 꼼꼼하게 잘 보여주고 있음이다.
갑곶돈대, 고려궁지, 광성보, 덕진진, 초지진....
생각했던 것보다 그곳의 유적지들은 그래도 보관상태가 꽤나 괜찮지 않았었나 싶다.
아쉬웠던 점은 그때만 해도 아들을 위해 따로이 공부하지 못한 엄마의 불성실함으로 인하여 아들녀석의 질문에
제대로 답을 해주지 못했다는 거다.
김포군 대곶면 신안리에서 강화군 광성진 사이에 있는 좁은 해협 손돌목의 전설을 들었던 생각이 났다.
고려 공민왕이 몽고의 침입으로 강화도로 피신할 적에 왕을 모신 뱃사공의 이름이 손돌이었다.
손돌의 배가 갑곶진에서 광성에 이르렀을 때 바닷물이 소용돌이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것처럼 보이자
왕을 속였다 하여 그를 참수하였다는 전설, 그래서 손돌바람이란 말도 생겨났다는...
그때의 내 손에 이런 책 한권쯤 들려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멋진 사진들과 어울어진 짧고 간결한 설명들을 그때의 내가 조금이라도 알고 갔었다면....
시간에 쫓겨 나중을 기약했던 보문사의 전경을 보니 또다시 엉덩이가 들썩인다.
답사여행을 다니면서 느꼈던 것은 대부분이 너무도 초라하다는 거였다.
왕릉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그렇지 않았나 싶다.
물론 세월이 많이 변했다는 이유도 있었을 테지만 가는 곳마다 상업적으로 혹은 인위적으로 꾸며 놓은 모습들이
왠지 유적이라는 말에 대한 거부감이 들게 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안내판들이 너무도 불친절(?)하다는 거였다. 안내판만 보면서 길을 찾아나선다는 건 무리수다.
제대로 알려주는 게시판 하나 없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 그런 의미에서보면 이 책은 참으로 친절하다.
저를 따라 오세요...하면서 앞서 가는것처럼 잘 정돈되어 있으니 이 책만 들고간다면
책속에 나와 있는 유적지쯤은 문제없이 다녀올 수 있을것 같다.
아쉬운 점은 역시나 멀리 떨어진 유적지 탐방의 기회를 이 책속에서도 많이 만나 볼 수 없다는 거다.
하긴 그 많은 유적지들의 간접경험을 어찌 한순간에 다 얻기를 바랄까?
아마도 후편 또 후편의 책들이 나오지 않을까 싶은데...
그러기에 앞서 각 지자체에서 각자 자신들의 고장 곳곳에 흩어져 우리의 손길과 관심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를
유적들을 찾아내어 잘 가다듬고 보듬어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만날 수 있도록,
그 숨결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한동안 등한시 했었던 답사여행을 다시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잊었다고 생각했던 엄마와의 여행길이 그리운 아들녀석의 성화가 점점 부담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엄마,우리 언제 또 유적지 보러가나요? 부도보러 또 갈거지요?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