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끝에 머물다
카타야마 쿄이치 지음, 김활란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우리는 왜 고독할까?
우리는 왜 마음을 열지 못한채 살아가는 것일까?
이 책에서 찾아낸 물음표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나선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 옆에 있어주면서 나의 마음을 어루만져주었음 한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의 옆에서 나도 그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싶다.

한 남자가 있다.
어느날 문득 얇은 벽너머에서 들려오던 흐느낌 소리.
그 소리를 들으며 위안을 삼던 남자에게 여자는 이렇게 말한다.
며칠을... 더 흐느끼게 될지도 모르겠다고. 그때까지는 참아달라고.
한 여자가 있다.
자신의 흐느낌소리를 듣고 찾아왔던 남자에게 그만 마음을 열어버린 여자.
그 남자가 밥도 없이 내민 카레라이스를 식빵에 찍어먹으며 그 여자는 남자의 마음을 먹는다.
그리고 하나가 된다.
단, 아이를 갖지 않는다는 조건이 있었지.
하지만... 하지만 운명은 그들에게 너무 가혹했다.
아니 운명이란 놈은 누구에게나 가혹하게 다가오는지도 모를 일이지만.
자궁적출을 이유로 아이를 갖지 못하는 그녀의 동생 대신 아이를 갖게 되는 여자.
대리모...
나는 늘 궁금했었다. 자신의 아이도 아닌 생명을 열달동안 뱃속에서 키워내는 대리모의 마음이.
그저 단순히 아이를 뱃속에서 키운다는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던 까닭이다.
살기 위해서, 아니 살아내기 위해서 그런 일을 하는 여자들도 있다고는 하지만 말이다.
너무나 일상적인, 지극히 사소한 일들속에 파묻혀 지내던
그저 그야말로 흐르는 물처럼 살아가던 그들에게 그 문제는 커다란 파국의 길로 인도한다.
처음엔 그저 단순하게 생각했었던 일들이 하루,이틀.... 한달, 두달.... 시간이 흘러가면서
모체의 느낌이 달라지기 시작하는 거다.
뱃속의 아이와 대화를 하는 엄마가 되어가는 여자는 그만 알 수 없는 몽상에 빠져들고 만다.
누군가가 자신을 몰래 감시하고 있다고, 누군가가 오기전에 도망을 쳐야만 한다고..
아이가 자랄수록 여자의 정신적인 힘겨움은 점점 커가고, 그 힘겨움을 알아채지 못하는 남자,
아이를 만들지 못하는 남자는 그저 임신으로 인한 중압감이려니 치부해버린다.
어느날부터인가 새벽길을 나서는 여자. 아무도 보지 않을 시간에 도망을 시도하는 여자.
그여자의 손에는 커다란 여행 가방이 들려 있었지.
여자는 정말 도망치고 싶었을게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고 싶었을게다.
이건 내 아이라고, 당신과 나의 아이라고 소리치고 싶었을 게다.
여자는 아니 엄마는 그렇게 아이와 하나가 되어가는 것을.......
책을 읽는 내내 점점 조여져오는 조바심때문에 나는 진땀이 났다.
제발... 이 여자를 죽이지 말아줘....

몇편의 일본소설을 읽게 되면서 나는 아주 일상적인 사소한 삶의 모습과 마주치곤 했다.
그래서일까? 아주 편안하게 다가오던 문체들.
이 소설도 물론 지독히도 일본적인 냄새가 난다.
어쩌면 그래서 아주 편안하게 몰입되어갈 수 있었던건지도 모를일이다.
결국 그 여자는 남편과 함께 하던 도망길에서 아이를 잃고 말지.
그리고 그남자는 이렇게 말한다.
살다보면 이런 저런 일이 많은 거라고.
"아이를 갖는 건 포기했었어. 그런데 어느새 아이를 잃은 아버지가 되어 있었어"
"이제부터는 아이를 잃은 부부로서 살아갈 생각이야"
뒤늦게야 아이를 갖었던 여자와 하나가 된 남자의 말이 왠지 가슴 저렸다.
그 여자가 동생의 아이를 대신 임신해주겠다고 했을 때 그 남자의 속마음을 알 수가 없었다.
도대체 이 남자가 아내를 사랑하기는 하는 걸까? 묻고 싶었다.
그 여자의 동생이 미웠다. 도대체가 너무 이기적이고 개인적이 아닌가 말이다.
다른 사람도 아닌 언니에게 그런 힘겨움을 안겨 줄 수 있었다는 게 너무 미웠다.
그런데 여기서 나는 또하나의 느낌표를 찾아낸다.
사랑은 언제쯤에나 자신의 진실한 모습을 드러내는가?
둘이서 하나로 만나질때, 진실로 상대방의 모든 감정들과 동화되어질때...
그럴때에 진실하고도 깊은 사랑이 제 모습을 나타내는 것 같다고 생각해버리고 만다.
모든 힘겨움을 이겨내고 간신히 자신의 삶속으로 되돌아온 여자는 남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잊지 마"
"당신을 찾는 내가 있었다는 사실을,언제까지나 기억해줘"

 우리는 늘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을까?
누군가 내가 내민 손을 따스하게 잡아주길 원하며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그래서, 정말 그렇게 해서라도 자신의 마음이 따스해지길 바라는 건 아닐까?
둘이 있어도 외로운 삶의 모습...
가끔은 천길 낭떠러지 끝에 서있는 것 같다는 표현과 마주치게 된다.
과연 세상의 끝은 어디일까?
세상의 끝은 어디에서도 찾아지지 않는다.
내 마음속 깊숙히 숨어버린 까닭에...  /아이비생각

"마지막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다는 것이 지금의 삶의 모습이 아닐까요?
 현재를 사는 것만으로도 버거운 거죠"
"왠지 철근을 빼고 빌딩을 짓고 있는 것 같아"
"인생의 내진강도를 위장한다는 말씀이죠?" <1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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