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경성기담 - 근대 조선을 뒤흔든 살인 사건과 스캔들
전봉관 지음 / 살림 / 2006년 7월
평점 :
일종의 관음증일까?
책을 읽으면서 실소를 머금었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사실적인 증거를 들이대는 책들에 매료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런건지는 몰라도 환타지를 내세우는 책이나 영화쪽에는 별로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
저자 전봉관님의 소개글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딜가나 사람냄새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은가 보다...
사람들속에 살면서도 사람냄새를 그리워하는 것은
우리의 생활이 그만큼 가면을 쓰고 산다는 말도 될터이다.
인문,교양쪽에서도 사람냄새나는 이야기들을 찾아헤맸다고 한다.
그 덕에 나는 또 이렇게 멋진 책을 읽게 되니 더불어 사람냄새를 느끼는게 아니고 무엇이랴.
일상적인 생활속에서도 우리는 공인이라고 일컬어지는 이들의 뒷모습에 대해 궁금해한다.
누구 누구의 사생활이 어쩌고 저쩌고...
누구 누구가 어디서 이러쿵 저러쿵...
이 책에서는 말한다.
너무나 인간적인 그들의 뒷모습만으로 그가 이룩한 것들에 대한 편견을 갖지 말라고.
그들이 숨기고자 했던 것들을 이렇게 들춰내는 것은
그들을 질타하고 욕하기보다는 그들에게도 이런 삶이 있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고.
맞는 말이다.
어쩌면 진정한 그들의 모습일수도 있을테니까.
책을 읽는동안 내내 머릿속에 함께 떠돌던 생각하나가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사는 모습은 같다는 거다.
살아가고 있는 배경,시대가 변하고 사회적인 모습만 변했을뿐
그 안에서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는 거였다.
신문이나 매스컴에서 열심히 떠들어댄 일이었으나 역사책에는 단 한줄조차 올라가지 못한 일들.
어쩌면 우리들의 역사는 좋은 것만 보고 싶어하고, 또한 좋은 것만 보여주려하는
또하나의 가면일런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일전에 읽은 엽기 조선왕조실록과 비슷한 류의 책이 아닐까 싶다.
단지 시대적인 차이만 있을뿐. (엽기~의 엽기적인 말만 뺀다면)
이 책속에 등장하는 인물중에서 나의 마음을 가장 아프게 했던 이야기는
시대의 파도앞에 무너져내린 신여성들에 관한 이야기였다.
앞서가는 생각과 관념을 받아들이지 못한 그 시대의 불운이 아닐까 싶은 마음에 안타까웠다.
박인덕이나 최영숙 같은 신여성들의 그 큰 뜻이 시대를 잘만났다면 어땠을까?
힘없는 자의 서러움일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뜻을 펼치고자 노력했던 그녀들에게 나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한사람과 그 사람에 얽힌 사건들이 이 책속에 수록되어 있다.
책제목을 奇談이라고 한 이유가 궁금했다.
기담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기이한 이야기들이다.
奇談이 아니라 우리곁에 늘 머물렀으나 우리가 모르고 지나쳐간 이야기들이 아니었을까?
아마도 그랬을 것이다. /아이비생각